에어비앤비 손하빈이 말하는 '자연스러움'

앞서 취향은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는 방향'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은 사람입니다. 한두 가지를 깊이 파고들기보다 하고 싶은 게 생기면 큰 고민하지 않고 거의 다 해보는 편입니다. 이것저것 다 하다 보니, 지금은 제가 좋아하는 방향이 더 견고해졌어요.

 

저는 자연스러움을 사랑합니다. '자연스러움'이 취향이라니. 와 닿지 않을 것 같아 더 예를 들어볼게요. 억지로 꾸미지 않은 것, 자연의 섭리에 어울리는 것, 자유로운 것을 좋아하고, 반대로 어색하고 인공적이며 틀에 맞춘 건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취향은 공간, 음식, 여행,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브랜드 등 종류를 막론하고 관통하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것에 관한 철학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조미료의 맛이 강한 음식보다는 (가끔은 소금조차 넣지 않을 만큼) 원재료의 맛으로 어우러진 음식을 좋아합니다. 자기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보다 솔직하게 드러내는 사람을 좋아하고, 트렌디해 보이려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은은하게 묻어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자연스럽게 나이 든 공간

역사를 지닌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역사를 품은 빈티지한 공간을 좋아합니다. 아무런 스토리 없이 스타일만 차용해 빈티지풍으로 흉내 낸 곳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요즘 옛 건물의 구조나 본래의 특성은 그대로 두고, 필요한 부분만 리모델링하는 건물 재생과 도시 재생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이 부분은 몹시 환영합니다. 하지만 유행을 좇아 오래된 느낌을 일부러 만들거나, 구하기 힘든 유럽 빈티지 가구를 들여와 꾸민 곳은 인위적이라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유럽 빈티지 제품을 보는 것보다, 한국의 오래된 물건들이 더 자연스럽고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은 변하지 않는 동네가 없다고 할 정도로 빨리 변하고 개발되고 있는데요. 아직 자기 자리를 버티고 있는 공간의 단골손님이 되려 합니다. 우리가 가진 오래된 것을 예뻐하는 가게와 공간을 저도 손님의 자격으로 사랑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