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마케팅
설레는 마음으로 갓 입학하여 정신없이 흥청거렸던 대학교 새내기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2학년이 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주변은 조용해졌습니다. 경영학과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다른 과나 전공보다 더 일찍 커리어를 계획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남자들은 하나둘씩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러 떠났고, 여자들은 취업이든 자격증이든 혹은 시험이든 슬슬 진로를 고민하느라 심란했습니다.
바쁘지 않으면, 공모전 같이 준비해볼래?
당시 저는 12월 즈음으로 입대 날짜가 넉넉히 남아있었기에 마음도 시간도 조금 붕 떠버린 상태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게 한 선배가 솔깃한 제안을 해왔습니다. 함께 공모전 준비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때로는 이렇게 어쩌다 일어나는 사소한 사건이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저 역시 대단할 것 없는 이 계기로 마케팅이라는 분야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으니 말이에요.
지금도 대학생 대상 공모전이니 대외활동이니 하는 행사가 많다지만, 2009년 즈음에는 특히나 열풍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취업을 눈앞에 둔 4학년이 아니면 인턴에는 지원하기조차 어려웠고, 과외나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용돈벌이의 길도 참 좁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제 눈에 공모전이란, 수상만 한다면 상금도 벌고 이력서에 쓸거리도 만들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처럼 보였나 봅니다. 마치 수상을 따 놓은 당상으로 여겼고, 그래서 별다른 고민 없이 해보겠노라 대답했습니다. 덥석 미끼를 물었던 것이죠. 글을 쓰면서도 자만했던 스스로가 부끄럽고 웃기네요.
역시나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입니다. 수상에 실패했죠. 그럼에도 과정은 즐겁고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이후에도 그 팀원들과 함께 마케팅·광고 공모전에 계속 도전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차츰 본선에 진출하고, 상장도 받고 시상대에도 서게 되었고요.
처음에는 상금과 스펙 한 줄에 눈이 멀어 시작했지만, 그 과정에서 마케팅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흥미도 생겨났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