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브랜드는 현재 어떠한가?

마케팅하는 브랜드를 좋아하면, 매일 이런 고민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브랜드를 더 좋아하게 만들까? 이 물음에 답하려면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브랜드가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마케팅에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마치 부모가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필요한 걸 지원하듯 마케팅 아이디어를 기획하기 전에 우리 브랜드가 성장 곡선 어디쯤에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촉을 세우고 '우리 브랜드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면 그에 따라 마케팅의 방향 및 의사결정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에어비앤비는 어딜 내놓아도 멋진 서비스였기 때문에 마케팅을 열심히 하면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알려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캐즘 마케팅(Crossing the Chasm)>이라는 책을 접하고 에어비앤비를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마케팅 전략을 꼼꼼히 세우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저에게는 바이블 같은 책 중 하나입니다.

 

이 책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캐즘(chasm)은 첨단기술이나 신제품이 시장에 진출했을 때, 초기 시장과 주류 시장 사이에 존재하는 단절을 말합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나 신제품도 대중에게 보급되기까지 수요가 정체되는데요. 바로 이런 정체 현상을 캐즘이라고 합니다.

 

원래 지질학 용어로 크게 단절된 구간을 뜻하는 말인데요. 저자인 제프리 무어가 캐즘이라는 용어를 스타트업의 성장과정과 연결하면서 경제용어로도 쓰입니다. 실제로 많은 신제품 혹은 기술이 이 캐즘을 극복하지 못하고,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노베이터나 얼리어답터를 모두 사로잡았다고 해서, 주류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굉장히 와 닿았습니다.

재프리 무어에 따르면 초기 시장의 얼리어답터 그룹에서 주류 시장의 다수 수용자 그룹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넓고 깊은 캐즘이 존재한다. / Crossing the Chasm ©Geoffrey A. Moore

이 책을 읽고 에어비앤비가
딱 캐즘 직전의 상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4년 당시, 에어비앤비는 새로운 기술에 관심 있는 이노베이터나 얼리어답터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졌고 그들 사이에서는 핫한 브랜드였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브랜드였습니다. 예시로 신용카드를 발급하는데 회사가 너무 영세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체감적으로도 에어비앤비는 소수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별한 노력 없이 에어비앤비가 자연스럽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거라고 자신만만하던 사이, 주류 시장 고객들의 외면을 받고 성장하지 못할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오랜 고민의 시간을 거쳐 '캐즘'을 극복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웠어요.

 

마케팅 기획은 고민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에어비앤비 마케팅의 주안점은 캐즘 극복하기였어요. 이를 위해 '마케팅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대다수의 에어비앤비를 모르는 사람들이 에어비앤비 브랜드를 인지하고 사용하는데 사람들이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을 객관적으로 생각해보았습니다.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에어비앤비의 새로움이 장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여전히 어색하고, 두렵고, 친절하지 못한 측면이 많았습니다.

 

마케팅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로 에어비앤비의 브랜드 가치인 어디에서나 느끼는 소속감(Belong Anywhere)이( )한국인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여행 중에 누군가의 집에 머물며 느끼는 소속감을 한국인은 어떻게 느낄까요? 우리에게 집은 사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타인의 집에 머무는 건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지인의 집에 머무는 경험을 새롭게 제안했습니다. 마음이 움직이는 방식으로요. 에어비앤비가 제안하는 가치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것이 마케팅이 해야 할 첫 번째 역할이었습니다.

 

또한 에어비앤비의 가치나 스토리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준다고 해도, 에어비앤비라는 브랜드가 잘 와 닿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지인 중에서도 에어비앤비를 매우 좋아하고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많아도,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실제 사용하는 걸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아 나도 경험해볼 수 있겠다'라는 친숙함이 생겨야 했습니다. 브랜드 친숙도를 높이지 않으면 얼리어답터만 사랑하는 브랜드로만 남아, 결과적으로 캐즘을 넘지 못할 수도 있었습니다.

 

애플의 초창기도 비슷했어요. 애플 역시 얼리어답터의 엄청난 사랑을 받으며 시장에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대중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많은 사람이 애플의 미니멀한 디자인과 가치를 좋아했지만, 새로운 운영 시스템인 iOS 환경을 불편해했습니다. 그래서 호감도가 높아도 기기 구매와 사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물며 기기도 이렇게 어려운데, 실제로 낯선 도시에서 전혀 다른 경험을 해야 한다면, 그 두려움은 얼마나 클까요? 

 

이 두 가지 부족한 점을 마케팅이 잘 해결한다면 캐즘을 넘어 전기 다수 사용자(early majority)*에게 사랑받는 에어비앤비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 전체 소비자의 평균보다 약간 먼저 신제품을 수용하는 사람들

캐즘을 뛰어넘는 아이디어 기획하기

브랜드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방향성이 정해지면 아이디어가 보다 명확해집니다. 아이디어를 위한 아이디어가 아닌, 우리 브랜드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마케팅 캠페인 구성 차트 ©Airbnb캐즘을 넘기 위한 전략을 세 가지 파트로 나누어 진행했는데요, 하나는 영감 전달하기(Inspire) 파트입니다. 내부에서 사용한 용어라 한국어로 이야기하면 '브랜드 가치로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파트입니다. 첫 번째 단계를 위해 2016년에 처음으로 한국 시장에 맞게 현지화한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에어비앤비가 전하는 여행의 가치를 다수의 '기억'에 남기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광고를 통해 에어비앤비가 말하는, 살아보는 여행의 가치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다른 여행 광고나 콘텐츠에서는 '여기는 꼭 가야 해! 이건 꼭 사야 해! 이걸 놓치면 평생 후회' 등 체크리스트를 지우는 방식의 여행이 보편적이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이런 여행 방식과 경쟁하지 않았어요. 대신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많이 돌아다니지 않아도 돼요. 현지인의 집에 머물며, 그 동네의 맛집을 발견하고 천천히 문화를 즐기는 그런 여행 어때요?'

사람들의 반응을 바로 알 수 있는 소셜 미디어 채널의 반응은 예상치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특히 현지화한 브랜드 슬로건의 반응이 긍정적이었습니다. 소비자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며 재미를 느낍니다. 물론 안 좋은 반응을 보면 많이 슬프기도 합니다.

소셜 미디어 채널의 반응 ©Airbnb공통적인 피드백 중 하나가 화려한 광고들 속에서 '쉼'이 느껴지는 영상이라는 반응이었는데요. 광고 영상(creative)이 저희가 말하고자 한 스토리와 느낌을 잘 표현해주었어요. 에어비앤비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싶은 욕심을
버리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짧은 광고 영상 속에 많은 걸 담기보다 전달하려는 하나의 메시지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다수의 감정을 움직여야 합니다. 살아보는 여행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에어비앤비로 예약하는 방법이나, 로고 노출, 브랜드를 설명하는 부분들은 모두 생략했습니다. 브랜드 마케팅에서 창작만큼 중요한 건 '덜어냄'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마케팅 전략은 연결하기(Connect)와 참여시키기(Empower)부분인데요. 광고에서 보여준 여행 스타일에 친숙도를 높이기 위함입니다. 에어비앤비가 말하는 여행에 대한 친숙함을 높이기 위해서 광고와 비슷한 실제 이야기를 보여주려 했습니다.

 

감동적인 광고를 보고 좋은 인상을 받았어도 한편으론 '광고니까 저렇지'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실제로 에어비앤비로 여행하면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면, 사람들이 친숙하게 느끼고 브랜드를 향한 애정이 싹틀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의 '살아보는 여행' 스토리가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에어비앤비 스토리를 공유하고, 이 스토리를 다시 에어비앤비가 발견해 확장하는 아이디어를 기획했습니다.

 

일상적인 여행을 특별하게 만드는 스토리북

에어비앤비 사용자의 실제 여행 스토리를 퍼뜨리기 위해 기획한 아이디어는 <에어비앤비 스토리북>으로, 사용자와 여행 에세이 책을 공동 출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2016년 4월부터 7월까지 총 4개월간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브랜드 광고가 TV, 옥외 광고, 다양한 디지털 매체 등을 통해 노출되는 동안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스토리북을 통해 광고에서 보여준 스토리가 실제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를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에어비앤비 사용자의 살아보는 여행 이야기를 진정성을 담아 퍼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확장 속도가 빠른 디지털 채널도 있는데 왜 하필 책일까? 수많은 쿨한 아이디어 중 책을 만드는 아이디어는 뻔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걸 좋아하는 CMO가 이를 반기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 '왜'를 전달하려 했습니다. 실제로 '책을 해볼까?'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라 '왜'를 고민하며 나온 아이디어입니다.

 

아래 세 가지 관점에서 스토리북으로 많은 이야기를 발견하고, 퍼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를 잘 전달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담는 채널을 결정하기 전에, 이 아이디어를 왜 실행하는지 우리만의 특별한 '이유'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유를 먼저 생각하면 채널은 저절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1. 사람들이 에어비앤비 여행 스토리를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공유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필요합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공유하는 걸 좋아합니다. 주변에 여행 다녀와서 이야기하는 걸 꺼려하는 사람이 있던가요? 대부분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공유하는 걸 좋아하고, 때때로 여행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꿉니다. 그래서 '에어비앤비가 제작하는 책의 공동 저자가 된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스토리를 공개하는 데 동기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2. 광고가 아무리 매력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해도, 1분도 안 되는 스토리로 에어비앤비의 정체를 제대로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에어비앤비는 다른 서비스에 비해 훨씬 많은 설명이 필요한 브랜드입니다. 그래서 자신과 취향이 비슷한 사용자가 직접 '살아본 여행' 이야기를 전달한다면, 광고의 메시지가 진정성 있게 다가올 거라 생각합니다.

3. 디지털 매체에 비해 약한 확장성(scalability)은 스토리북의 배포 방식과 일반 사람의 공유과정을 단순화하여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스토리를 배포하는 오프라인 장소가 하나의 채널이 되어 스토리북을 홍보할 수 있고, 여행 인플루언서가 스토리 공유에 참여해 확장성을 더욱 넓혀줍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의 자발적인 참여인데요. 이는 돈으로 살 수 없는 바이럴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스토리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스토리를 공유하도록 약 한 달간 소셜 미디어 채널을 통해 프로모션을 진행했습니다. #여행은살아보는거야 해시태그를 포함해서 사용자의 소셜 미디어에 에어비앤비 여행 스토리를 공유하면 에어비앤비와 함께 제작하는 책의 저자나 옥외광고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요 혜택으로 정했습니다. 프로모션할 때 사용한 콘텐츠도 예시로 참고하도록 실제 사용자 스토리를 활용해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에어비앤비 사용자가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공유한 스토리의 숫자보다 적더라도 좋은 스토리를 발굴해 퀄리티 있는 스토리북을 제작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6천 명 조금 넘는 사람들이 #여행은살아보는거야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스토리를 본인의 소셜 미디어 채널에 공유했습니다. 젊은 여행자만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용자의 유형도 다양했고 여행 취향도 명확했습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광고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비슷한 수많은 실제 스토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 최종적으로 33인의 스토리북 작가를 선정했고, 추가로 13명이 옥외광고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사실 행정적인 일이 엄청 많은 프로젝트였습니다. 참여 장벽을 낮추기 위해 해당 해시태그만 포함하면 작가 혹은 옥외광고 모델로 자동 응모되었는데요. 매일 수작업을 통해 응모한 참가자의 링크를 하나의 문서에 정리하여 업데이트하고 리뷰했습니다.

 

처음에는 응모수가 적었는데요. 중반부터는 가속도가 붙어 공유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물리적 혜택을 얻기 위해 포스팅하기보다,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에 즐거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들의 일상적인 여행도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동기부여가 되어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를 더욱 촉진했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광고와 사용자 참여가 함께 작용한 시너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토리북 제작과 더불어, 참여자가 공유한 사진 중 13개의 사진을 선정해 옥외광고의 주인공으로 소개했습니다. 사진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글로벌에서 정한 옥외광고 디자인 형식을 따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옥외광고의 주인공이 되는 건 사용자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중요한 심리적 혜택이었습니다. 스토리북과 같은 맥락으로 CMO와 관련 의사 결정자를 설득했고 예외적으로 한국만 글로벌 디자인에서 조금 벗어난 디자인으로 옥외광고를 진행했습니다.미국에서 진행한 옥외 광고: 브랜드에서 직접 찍은 사진으로, 사람을 담는 하얀색 상자가 같은 위치에 표시되어 있다. ©Airbnb한국에서 진행한 옥외 광고 : 사용자의 실제 사진으로 작업해, 사람을 담는 하얀색 상자가 사람의 위치에 따라 변경되는 포맷으로 진행했다. ©Airbnb셀카나 풍경사진을 주로 찍는 한국인의 여행 사진 특성을 고려했을 때, 글로벌 브랜드 톤 앤 매너와 비슷한 (에어비앤비 집에서 자연스럽게 사람이 포함된) 사진을 찾는 게 어려울 거라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도 많은 사람이 스토리를 공유한 덕분에 브랜드 톤 앤 매너에 맞는 주인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총 200개가 넘는 버스 정류장에 공개했고, 사용자들이 직접 찾아가서 볼 수 있도록, 본인 사진이 공개된 버스 정류장 위치도 알려주었습니다.

 

스토리북 제작과 스토리가 퍼지는 과정

스토리북 컨셉은 실제 사용자의 살아보는 이야기로, 전체 스토리가 연결될 수 있도록 33인의 여행 이야기를 시간순으로 구성했습니다.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하루가 완성되는데요. 살아보는 여행은 여행자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취향에 따라 아침부터 새벽녘까지 모두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관광지 중심의 여행은 '어디'에 관한 기억이 강하지만, 살아보는 여행은 '일상의 순간'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예를 들어 오전에 마신 커피와 같은 경험이 더 중요한 것이죠. 그래서 33인의 작가가 에어비앤비와 함께한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을 직접 정하고, 시간에 따른 여행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에어비앤비 스토리북 ©Airbnb총 2만 권이 넘은 책을 인쇄하여 서울, 부산, 그리고 제주를 중심으로 로컬 카페와 독립 샵에 배치했습니다. 사람들이 여행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 중 에어비앤비의 타깃이 좋아하는 공간인 카페나 샵을 선택했습니다.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지만 카페와 샵 담당자가 에어비앤비와 스토리북을 좋아해 책을 진열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지역별로 에어비앤비 스토리북을 구할 수 있는 공간을 소셜 미디어 채널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로컬 샵의 위치를 알렸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얻기 위해 해당 장소를 방문했다고 하니, 저희도 오프라인 공간에 도움을 드리는 것 같아 흐뭇했던 기억이 납니다.

 

결과적으로 두 가지 목표를 성취할 수 있었습니다. 에어비앤비로 여행하는 사람들의 스토리가 브랜드 슬로건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와 함께 커뮤니티에서 자발적으로 퍼져나가는 것. 그리고 에어비앤비가 온/오프라인의 여러 접점에서 대화의 화제가 되도록 하는 것.

 

성과 측정을 위해 2016년 캠페인 이후, 2017년 초에 브랜드 인지도를 측정한 결과 회사 차원에서 목표했던 수치보다 더 높게 향상되었습니다. 실제로 체감할 수 있었고, 결과도 이를 증명해주었기 때문에 뿌듯했습니다.

에어비앤비 스토리북 무료 배포처 리스트 ©Airbnb

캐즘을 뛰어넘다: 새로운 타깃을 공략하기

2016년에 진행한 브랜드 캠페인의 결과로 내부적으로 캐즘을 뛰어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같은 구조의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2017년에 진행한 브랜드 캠페인 타깃은 아이가 있는 가족이었습니다. 대중적인 브랜드가 되기 위해 에어비앤비를 들어봤지만, 쉽게 에어비앤비를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아이가 있는 가족은
에어비앤비를 이용하기 전에
가장 망설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아이가 있는 가족이 에어비앤비를 사용하고 나면 다른 타깃보다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지만, 첫 경험의 심리적 장벽이 매우 높은 타깃이었습니다. 아이가 있다면 신경 쓸 게 더 많아지고, 최대한 낯선 경험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가족단위 유저를 만났고 모든 가족 구성원이 경쟁적인 한국 사회에서 쉼 없이 달려가는데, 여행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걸 하지 않고 모든 구성원이 쉼을 느끼고, 로컬을 경험하는 여행이 에어비앤비가 말할 수 있는 여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광고의 스토리가 결정되었어요. 광고는 한국 사회의 바쁜 일상과는 다른 일상을 보여줍니다. 알람 소리 없이 느지막이 일어나고, 낮잠을 자고 마당에서 뛰어놀고 동네 맛집에 가는, 평범하지만 느린 일상을 담았습니다.

 

*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가족 여행 편 ©Airbnb

 

2017년에도 2016년과 같은 전략으로, 매스미디어를 통해 에어비앤비의 광고가 퍼져나갈 때 고객 참여 프로젝트인 '안녕 꼬마감독님'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스토리북의 어린이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광고만으로는 에어비앤비가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아이를 직접 참여하도록 만든 건, 한국 사회처럼 엄마 아빠가 주도하는 여행이 아니라,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행을 통해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행복한 아이의 여행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모두 800여 명의 가족이 아이들이 직접 찍은 영상을 제출했습니다.

 

* 안녕 꼬마감독님 영상 ©Airbnb

 

스토리북처럼 브랜드가 원하는 것만 생각하지 않고, 캠페인에 참여한 가족들이 자부심을 갖고 스토리를 공유하도록 '안녕 꼬마감독님'이라는 말을 만들었습니다. 영상의 퀄리티와 상관없이 아이들이 가장 창조적인 감독이 될 수 있을 거란 의도가 담겨 있는데요. 아이들이 감독이 된다는 자부심을 주는 표현이었습니다.

 

영화는 아이의 시선으로 짧게 구성해, 꼬마감독님 영화제 이벤트와 시상식을 진행했습니다. 모인 영상을 보니, 저희가 말하고 싶었던 여행의 가치가 아이들의 영상에 담겨 있어서 놀라웠습니다. 아이들이 기억하는 여행의 가장 즐거운 순간은 동물, 식물, 자연, 그리고 가족의 모습이었습니다.

 

시상식에는 총 3,000명이 넘는 가족들이 참여했는데요. 짧지만 아이들이 찍은 영상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부모님도 있었습니다. 작은 시상식이었지만, 지방에서도 한 분도 빠짐없이 오셨을 만큼 가족들에게는 소중한 행사였습니다. 2017년 가족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가 작년보다 더 높게 상승했어요. 더 이상 에어비앤비가 소수만을 위한 브랜드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안녕꼬마감독님 이벤트 ©Airbnb
#안녕꼬마감독님 시상식 ©Airbnb

단발적 아이디어가 아닌 연결된 아이디어

제가 앞서 캠페인이라는 단어를 많이 언급했는데요. 캠페인에서, 연결된 모든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는 하나의 컨셉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해야 잠재고객이 여러 접점에서 동일한 메시지를 접하고 캠페인 효과가 증폭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아이디어처럼 보이지만, 광고에서 전달한 메시지를 다른 채널과 프로젝트에서도 동일한 메시지로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스토리북은 광고 메시지를 그대로 담았고, 2017년 신세계백화점에서 진행한 팝업 스토어는 광고에 나오는 집을 재현한 오프라인 프로젝트였습니다.

 

단발적인 아이디어는 그때그때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각각의 접점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셈이라 기억에 남는 한 가지 메시지가 없습니다. 아이디어를 기획할 때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게 도움이 될 거예요. 마치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듯, 엄청 좋은 아이디어처럼 느껴지더라도 한번 더 자문해보세요. 우리가 말하려던 메시지가 뭐였지?

아이디어의 완성도를 높이는 피드백 주고 받기

2년간 브랜드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며 '마케팅 직원이 몇 명이에요?' 혹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기획했어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습니다. 질문에 대답하기 힘들었던 건 한국 마케팅 매니저가 단독으로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서 외부 파트너사뿐 아니라, 본사 마케팅팀, 아트팀과 함께 일했습니다.*

* 에어비앤비 마케팅 부서 안에 브랜드 마케팅팀과 아트팀이 함께 있습니다. 마케터가 아이디어를 기획하는 초기부터 아트팀과 함께 의논해, 디자인이나 비주얼이 아이디어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합니다.

 

많은 사람이 한국 캠페인에 소속되어 일했기 때문에, 캠페인의 성공은 피드백을 얼마나 잘 주고 받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팀 브랜드 마케터가 전체를 리딩하고 아이디어를 기획하면, 각 분야의 직원들이 피드백을 전달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캐즘을 극복하는 아이디어를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브랜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기획하는 데 가장 필수 조건은 '피드백 잘 주고받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서로의 상황과 입장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뿐 아니라, 문제 될 수 있는 부분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이야기야 쉽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문제'를 지적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에어비앤비에서 자주 쓰는 말 중 하나는 미국의 관용어인 'elephant in the room'입니다. 방 안에 큰 코끼리가 있는데, 아무도 코끼리가 있다고 말을 꺼내지 않는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인데요. 누구나 알고 느끼는
불편한 진실을 말하기 꺼리는 문화를
빗댄 이야기입니다
이슈를 말하기 꺼리는 조직에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나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기 힘듭니다. 문제가 있어도 말하지 않고 넘어가고,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기 때문에 잘못된 아이디어를 계속 진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James Hammond/Unsplash

여러 부서의 사람들과 피드백을 공유하려면 첫 번째로 아이디어의 전체 맥락을 잘 설명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에어비앤비는 시작 단계부터 모든 사람과 아이디어 기획 문서를 공유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처럼 나중에 일을 수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기획하는 시기부터 피드백을 주고받습니다. 아이디어가 많이 개진되고 난 뒤에 피드백을 주고받으면 누구나 방어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전체 맥락을 보여주는 문서를 작성할까요?

 

첫 기획 문서에는 아이디어의 배경 설명(문화적/상황적 상황 설명도 포함), 왜,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와 기대되는 결과를 서술합니다. 또한 프로젝트와 관련된 사람들과 예상되는 예산도 포함합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브랜드 가치와 부딪히지 않도록, 마지막으로 브랜드 가치에 적합한지 확인합니다. 스토리북뿐 아니라 모든 아이디어를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진행했습니다.

 

처음으로 아이디어를 개진할 때, 워드 문서를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각의 흐름을 꼼꼼히 챙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아이데이션부터 이미지나 비주얼에 신경 쓰면 맥락을 놓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야기에 구멍이 생겨 알맹이는 없지만,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아이디어를 기획하기 쉽습니다.

 

처음부터 투명하게 맥락을 공유하면 아이디어에 살을 붙이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경험을 합니다. 그 이후로는 구글 슬라이드를 활용해 프레젠테이션 합니다. 문서를 디자인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지 않도록 에어비앤비 브랜드 컬러와 폰트로 미리 디자인된 양식을 사용하는데요. 디자인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도 에어비앤비스러운 멋진 프레젠테이션을 만들 수 있어요.

 

앞서 말씀드린 브랜드 캠페인은 글로벌 방향성을 유지하되, 한국에 맞게 현지화하거나 새로 기획한 아이디어인데요. 본사의 피드백과 한국팀 피드백이 적절히 섞여 가장 완성도 높은 아이디어로 발전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에어비앤비란 브랜드를 잘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미리 디자인된 에어비앤비 프레젠테이션 ©Airbnb

브랜드 마케터는 브랜드 키퍼다

여러 피드백을 반영하는 과정도 의사 결정의 한 부분인데요. 브랜드 마케터에게는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많습니다. 일관된 의사 결정을 위해 마케터만의 판단기준이 필요합니다. 마케터가 기준 없이 일하면 협업도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담당자는 브랜드 키퍼(brand keeper)가 되어야 합니다. 골키퍼처럼 브랜드와 맞지 않는 가치를 포함한 아이디어나 기회는 아무리 영향력이 크더라도 브랜드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막아야 합니다.

 

제가 아이디어를 결정하는 판단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브랜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입니다. 에어비앤비는 휴머니즘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에어비앤비는 플랫폼 회사이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인간적 교류, 따뜻함을 이야기하는 브랜드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누군가를 배척하거나, 소외감을 주는 아이디어라면 진행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입니다. 브랜드 정체성은 결국 브랜드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를 결정짓는데요. 에어비앤비의 아이덴티티는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입니다. '꼭 가야 하는 맛집 10'과 같은 콘텐츠는 바이럴이 잘 되고 정말 유용한 정보이지만, 에어비앤비가 아니라도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기획하지 않습니다. 브랜드 담당자는 늘 아이덴티티를 명심하고 스토리를 만들어야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지난 4년간 애정하는 브랜드, 에어비앤비의 마케터로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이 에어비앤비를 좋아하게 만들까'를 생각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브랜드를 깊이 애정하고 브랜드의 성장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마케터라면 가치 있는 마케팅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사랑하고, 고민하고, 실행하라제가 브랜드 마케터로서 깨달은 세 가지인데요. 브랜드를 사랑할 준비가 되었다면 많이 고민하고, 고민한 걸 바로 실행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