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백수가 스페이스오디티 요원이 되기까지

2016년 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소속 없이 마음 가는 대로 해보는 시간을 갖겠다'는 선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실천하는 한 해를 보냈어요. 프리랜서로 돈도 벌어보고, 디지털 노마드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습니다.

* 디지털 노마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일한다. 국내의 디지털 노마드 친구들과 함께 스페인에 위치한 회사와 원격으로 협업하며 (미국 회사를 위한) 콘텐츠를 만들었다.

 

혼자서 배낭 하나 메고 동남아로 떠나 스쿠터로 시골길을 돌고, 코끼리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새벽에 화산 트랙킹을 하고, 태국 요리와 서핑을 배우고, 타투도 하고... 그 어느 때보다 난생처음 해보는 게 많았던 1년이었습니다. 바르셀로나에 사는 친구를 보러 유럽에 다녀왔고, 사막에 생기는 도시이자 꿈꾸고 행동하는 자들의 네트워크, 버닝맨(BurningMan)*에도 다녀왔습니다. 그렇게 온전히 저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간의 이야기를 브런치에 꾸준히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 미국 네바다 주 블랙록 사막에서 일 년에 한 번, 일주일에 걸쳐 열린다. '페스티벌'이라기 보단 버닝맨의 10가지 원칙에 영감을 받은 실험적 공동체에 가깝다. 참고 링크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서 일주일간 도시가 생깁니다. ©정혜윤
매년 약 7만 명이 버닝맨을 방문합니다. ©정혜윤

글을 쓰자 저를 궁금해하는 분들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참 신기하게도 글을 통해 이어진 인연은 다양한 기회로 이어졌습니다. 제대로 인생의 쉼표를 찍겠다는 선언을 하고 몇 달 동안 많은 분들이 함께 일해보고 싶다는 제안을 주셨어요.

 

정말 감사하고 과분하게도 매력적인 기회가 많았지만, 대부분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아직 스스로 다짐한 만큼 충분히 도전해보고 실험해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였고, 두 번째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의 방향이 음악, 문화, 콘텐츠를 가리키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