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등학생의 진로 고민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는 것도,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쉬웠어요. 고3이 되니 학교에서는 어느 대학을 가고 싶은지 답을 요구하는데, 막상 저는 아직 무슨 일이 하고 싶은지 잘 모르는 상태로 벌써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괴로웠습니다.

 

처음에는 미대에 가고 싶었지만 확신이 서진 않았습니다. 그림도 좋아했지만 한편으론 다른 길들이 자꾸 마음에 걸렸거든요. 한번 결정하면 언제 또 방향을 틀 수 있을지 모르고,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 앞에 서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막막했어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마케팅'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빠 친구 중 마케팅을 하는 분이 진로 고민 중인 저에게 마케터에 관해 설명해 준 적이 있어요. 이는 마케팅 일을 시작한 지 8년 정도 된 아직까지도 제 마음속에 남아있고 여전히 공감하는 말입니다. 그분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마케터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다. 모든 악기를 다 다룰 줄 아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악기에 대해 조금조금씩은 알고 있다. 어떤 시점에 어느 악기가 어떤 소리로 연주해야 하는지를 조율해 멋진 하모니를 이뤄내는 사람이다.

이 말은 고등학생이던 제게 울림을 주었습니다. 멋진 말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당시 제 고민에 해결책을 제시해주었어요. 꼭 하나를 선택하고 나머지는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마케팅은 많은 걸 좋아하는 게 도움이 될만한 일인 것 같았어요. '내가 고민하던 부분이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가 될 수 있겠구나' 하고 좋은 예감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