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트워크의 조건: 비동기 처리, 신뢰, 기록

핑크퐁 캐릭터로 잘 알려진 국내 스타트업 스마트스터디 역시 개발팀에 한정되어 있지만 출퇴근이나 휴가 모두 자율에 맡긴다. 휴가 역시 무제한이다. 각종 신청은 모두 구글 독스에 올리면 끝이다. 그나마 이것도 귀찮아 슬랙 봇을 만들어 휴가를 슬랙 채팅창에 쓰면 휴가 실태를 체크하는 자동화 도구를 만들기도 했다.

 

물론 스마트스터디에 룰이 없는 건 아니다. 신입 입사자가 매번 겪는 궁금증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규칙이 없다 보니 늦게 들어온 직원은 늘 "휴가는 며칠까지 쓸 수 있냐"거나 "정말 원격으로 일해도 되냐"는 똑같은 질문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비슷한 질문이 너무 많다 보니 결국에는 룰을 만들었다.

 

스마트스터디 개발팀의 룰은 크게 다섯 가지다. 먼저 일정. 리모트워크를 하고 싶다면 일단 캘린더에 자신의 일정을 공유한다. 모든 팀원이 다 같이 볼 수 있다. 이렇게 공유하는 이유는 자신이 어디에 있든 호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리모트워크로 일한다는 건 업무를 하겠다는 해당 시간에 자신이 언제든 소환당할 수 있다는 걸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자신의 일정은 항상 모두 공유한다. 일정을 미리 공개해서 잡으면 상대방 입장에선 거절 걱정 없이 비어있는 날로 일정 잡기도 수월해진다.

ⓒ스마트스터디

스마트스터디 역시 교통이나 날씨 같은 핑계 필요 없이 아침에 컨디션이 나쁘면 그냥 오늘 재택을 하겠다고 메신저에 던져도 무방하다. 대신 업무를 시작하면 이제 시작한다는 얘기는 메신저에 남긴다. 리모트워크를 하면 직원은 항상 리모트워크를 한다고 말하지만 옆에서 일하는 게 아닌 만큼 이 정도의 선언은 함께 공유하자는 취지다.

 

출근자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출근이 특권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듯 리모트워크를 하는 환경에서도 똑같이 채팅창에 자신이 자리를 비울 때나 돌아왔다는 등 얘기를 똑같이 한다. 출근이든 리모트워크든 함께 일한다는 걸 알려주는 룰이다.

 

또 채팅창에서 토론을 하다 보면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는데, 채팅 주제에 따라 대화가 너무 길어지면 따로 스레드를 판다. 부분 주제를 옮겨서 이에 대한 내용을 따로 정리하고 채팅을 통해 회의를 하면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기록이 저절로 되는 셈이다. 이렇게 대화를 긁어서 정리해서 로그 밋업(log meetup)이라는 공간에 회의록으로 정리한다.

 

물론 진짜 회의는 오프라인에서 모이기도 한다. 오프라인에서 회의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회의록을 올리는 것이다. 스마트스터디에서는 회의 시 반드시 회의록을 작성한다. 회의록 작성자 이외의 다른 이들은 내용을 보강하기도 한다. 오프라인 회의는 사실 생각보다 상당한 비용을 낭비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스마트스터디에서 오프라인 회의란 항상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에만 진행한다. 덕분에 항상 회의에서 나온 모든 대화는 신경을 더 쓰게 되는 효과도 있다.


스마트스터디 개발팀은 일을 진행할 때에는 이슈 트래커를 이용한다. 또 개발자는 지라를 이용해 협업하면서 코드 리뷰를 한다. 코드 리뷰는 자신의 코드를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는데 기여도 자체가 다르다. 혼자 작성한 것과 여러 명이 작성하면 일단 평가부터 애매해질 수 있다. 혼자 짰으면 혼자 평가를 잘 받으면 그만이겠지만 다 함께 짜면 누굴 좋게 줘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스마트스터디는 애초에 이런 평가라는 걸 없앨 수 있도록 모두 다 같이 협업하는 걸 택했다.

일은 비동기로 처리한다 예를 들자면 똑같은 업무량이 있는데 만일 카페에서 주문하고 나올 때까지 가만히 있는 사람이 있고 주문한 뒤 벨을 잡고 자기 자리에서 계속 일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서 비동기로 일하는 건 후자다. 전자를 택하면 45초에 모든 일이 끝나지만 후자로 시작하면 20초 안에 모든 작업이 끝난다. 뭔가 공백이 없는 셈이다. 촘촘하게 일하는 것이라고 할까.

 

실제로 회의를 하면 누군가는 회의 참석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멈춘다. 동기로 일하는 것이다. 그런데 비동기로 일하면 어떤 시스템 안에서 자신이 필요한 일을 끌어다 하고, 일이 다 끝나면 다음 일감을 확인해서 가져올 수 있다.

 

다음은 신뢰다. 신뢰는 자신이 상대방의 과거 행적이나 기록을 보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생길 수 있다. 예측해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약속을 하는 것이다. 둘이 합의를 보면 최소한 그만큼의 신뢰는 쌓인다.

 

물론 경직된 조직이라면 약속을 했다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 불신한다. 혼을 내고 꾸중할 수도 있지만 스마트스터디는 모두 룰을 지킬 수 있게 더 약한 룰을 만든다. 혹은 왜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지 묻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더 좋은 룰을 만드는 것이다. 개선을 하고 다시 약속한다. 이를 반복한다. 일종의 프로세스 개선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세스 자체가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약속하는 것 아닌가.

 

또 다른 확실한 방법은 기록을 쌓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가장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 리모트워크를 하면 기록이 어쩔 수 없이 생긴다. 채팅으로 모든 회의를 하면 기록은 저절로 쌓인다. 회의록과 채팅 로그, 업무 중 표현되는 상태 로그, 프로그램 코드, 이슈 트래커에서 나와 쌓이는 로그, 액티비티 등 모든 게 기록으로 남는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다 볼 수 있다.

 

물론 스마트스터디에서도 과거에는 출퇴근 기록 등을 인사 관련 담당자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볼 수 있다.

모든 정보는 공개되어 있다

정보 불균형이 생기면 신뢰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항상 최적의 효율을 찾으려 애쓴다. 최적의 효율은 대부분 사람에서 비롯된다. 사람이 잘하는 일은 사람이, 기계가 잘하는 일은 기계에게 맡기면 된다. 그런데 회사에서 채용했으니 기계가 잘하는 일도 사람이 해결하려 들면 비효율이 생긴다. 반복 노동 작업은 가급적 없애는 게 효율의 길이다. 회사 차원에서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슷한 이유로 때론 솔루션을 사는 게 더 저렴할 때도 있다. 굳이 모조리 만들겠다고 덤빌 필요가 없다. 개발자라면 보통 본인이 직접 해결하려는 욕구가 강한 법이지만, 효율을 위해서라면 사는 걸 택한다.

동료를 성장시키는 분위기

당연하지만 사람마다 최적의 효율을 내는 시간은 제각각이다. 리모트워크를 할 때에는 이런 효율을 인정해야 한다. 또 주니어와 시니어는 애당초 효율도 다르고 회사가 쓰는 비용도 다르다. 당연하지만 똑같은 일이 주어지면 낭비다.

 

회사 차원에서 고급 인력을 데려다 단순 작업을 시킬 필요가 있을까. 누군가 새로운 인력이 들어왔을 때에도 비용이 많이 들기 마련인데 이럴 때 대부분 회사는 시니어가 교육을 시킨다. 이것 역시 고비용 노동자를 낭비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스마트스터디는 오토매틱과 마찬가지로 신입 직원이 겪을 만한 사항은 모두 문서로 정리했다.

 

물론 스마트스터디 같은 스타트업 입장에선 워드프레스나 넷플릿스처럼 '만랩 개발자'를 뽑는 회사와 달리 주니어와 시니어가 섞여 있는 만큼 동료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점이 다를 수 있다. 스마트스터디는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상호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스마트스터디가 사내에서 이런 일이 가능해지는 건 경쟁하지 않는 조직 문화도 한몫한다. 똑같이 코드에 기여하고 똑같이 리뷰를 하도록 유도하는 건 이 같은 협업 분위기를 만드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스터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