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리모트워크를 도입한 배경

소셜미디어 매니지먼트 플랫폼 버퍼(Buffer)는 70명 넘는 전 직원이 리모트워크를 한다. 2012년부터 모든 직원이 원하는 지역에서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도록 완전 리모트워크제를 실시하고 있는 버퍼는 2015년 샌프란시스코에 있던 사무실까지 폐쇄하면서 리모트워크의 선구자격 기업이 됐다. 버퍼의 선례를 따라 워드프레스 플랫폼을 만드는 오토매틱(Automattic)등이 완전 리모트워크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버퍼는 조엘 개스코인(Joel Gascoigne)이 2010년 영국 버밍엄에서 설립했다. 그는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공동창업자 두 명과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해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엔젤패드(AngelPad)에 합류한다.

 

2011년 무렵 버퍼가 유치한 투자 금액은 40만 달러 정도였는데, 당시 영국인이던 그들은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해 쫓겨날 상황에 놓이게 된다. 비자를 기다리는 동안 홍콩에 머무르면서 일했고 신규 채용이 계속 필요했다.

 

이런 이유로 투자금을 사용해 전 세계 인재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버퍼가 리모트워크를 시작한 계기가 됐다. 비자를 받아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리모트워크도 시행했고, 2015년에는 사무실까지 닫으면서 사무실 없는 완전 리모트워크를 도입하게 된다.

버퍼가 말하는 리모트워크 진화 5단계

버퍼는 자사 블로그에 리모트워크의 진화 단계를 5단계로 정의한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두 번째는 사무실은 있지만 집에서 일하는 것을 허용해주는 단계이고 세 번째는 리모트워크를 허용하지만 같은 타임존에서만 일하는 방식이다. 네 번째는 다른 타임존에서 활동하지만 팀원 간 교차되는 시간이 있고,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을 위한 구조적 셋업이 필요한 단계다. 다섯 번째는 팀원 전체가 모두 다른 타임존에서 활동하는 단계로 리모트워크의 가장 상위 단계에 해당한다.

버퍼가 정의한 리모트워크의 진화 5단계 ⓒBuffer버퍼는 전 직원이 유목민을 뜻하는 '노매딕 정신'을 기반으로 여러 타임존에서 자유롭게 여행하며 일하는 다섯 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기업이다. 버퍼처럼 다섯 번째 단계의 리모트워크를 실시하는 기업 중에는 사무실을 둔 경우도 많지만 버퍼는 자사 소유의 사무실까지 모두 없애버렸다.

 

물론 버퍼 역시 샌프란시스코 소마 지역에 자사 소유의 사무실을 둔 적이 있었다. 사무실을 운영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는 팀원이 회사 사무실에서 일하며 버퍼의 문화를 완전히 포용하길 원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회사의 모든 팀원이 참여하는 10일간 회사 리트릿(retreat)을 열기 위한 충분한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도 버퍼가 사무실을 완전히 없애버린 이유는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같은 공간에서 일해야 하는 사무실의 존재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버퍼 설립자 조엘은 이렇게 말한다.

직원이 샌프란시스코에 있고 같은 사무 공간에 있다면 미팅은 얼마든지 연기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항상 일을 즉시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 있지 않은데 회의를 해야 할 때, 행아웃 등을 통해 즉시 미팅을 진행할 수 있다면 굳이 한 공간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비슷한 맥락에서 같은 사무실에 있더라도 힙챗(HipChat)으로 채팅하거나 이메일을 보내는 건 효율적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생각을 기반으로 버퍼는 사무실을 운영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현재 버퍼는 사무실 환경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직원들을 위해 코워킹스페이스를 임대해 이용한다.

자료 제공: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결과, 균형, 생산성에 초점 맞추기

조엘이 말하는 리모트워크의 장점은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버퍼 직원은 자기 주도적 업무를 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다. 버퍼는 근무시간 자체가 없고 직원 근무시간도 측정하지 않는다.

그 대신 결과와 균형,
지속적인 생산성에
초점을 맞춰 회사를 운영한다

채용에 있어 기준을 두진 않지만, 자율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와 스타트업에서 근무해본 사람을 선호하는 편이다.

 

버퍼가 리모트워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타임존에서 근무하는 직원 덕분에 고객 서비스 응대를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버퍼에 따르면 버퍼의 이메일 응대 중 80%는 1시간 이내에 이뤄진다.

 

투명성은 버퍼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다. 조엘은 "투명성은 신뢰를 낳고 신뢰는 훌륭한 팀워크의 근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신뢰의 문화는 전 직원 임금 공개를 통해 증명되기도 했다.

 

버퍼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효과적인 리모트워크를 위해 협업 툴을 최대한 활용한다.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사용하는 슬랙을 사무실처럼, 영상회의 툴인 줌을 컨퍼런스룸이라고 여길 정도로 활발하게 이용한다. 그 밖에도 버퍼는 드롭박스의 페이퍼, 트렐로, 제네핏, 구글 시트, 디스커스 같은 협업 툴도 활용하고 있다.

리모트워크 보완하기: 리트릿 행사와 복지제도

버퍼는 대면하지 못해서 오는 문제를 해결하고 팀원 간 결속을 다지기 위해 전사가 함께 참여해 전 세계를 여행하는 리트릿 행사를 열고 있다. 전 직원이 참여하는 리트릿 외에도 팀 단위로 작은 리트릿을 진행한다.

ⓒBuffer지금까지 싱가포르, 태국, 스페인, 남아프리카, 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 리트릿을 열었다. 리트릿은 서로 떨어져서 근무하다가 한 장소에 모여 얘기를 나누고 식사를 하는 행위를 통해 버퍼의 문화와 가치를 공유하는 시간이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행사지만, 리트릿 기간 동안 개발을 진행하기도 한다.

 

버퍼는 리모트워크에 알맞은 복지제도도 마련하고 있는데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가고 있다. 버퍼는 직원들에게 최적의 휴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시스템을 여러 차례 바꾸기도 했다. 처음에는 직원들에게 무제한으로 휴가를 사용하게 했으나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직원으로 인해 팀 전체에게 휴가를 주는 방식으로 바꾸었고, 그 결과 매년 최소 3주 휴가를 제공하는 것이 최적이라고 판단해 이를 따르고 있다.

 

버퍼는 일반 기업이 제공하는 무료 점심이나 사무실에서 누릴 수 있는 복지시설을 이용하지 못하지만, 다양한 형태로 이를 보상해주고 있다. 사무실이 없어 코워킹스페이스나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버퍼는 코워킹스페이스 멤버십 비용을 제공한다. 일하는 지역마다 비용은 다르지만 버퍼는 팀마다 8만 달러(한화 약 9000만 원)씩 코워킹스페이스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또 팀당 1만 달러까지 커피 지원 예산을 책정해 제공한다.

 

그 밖에도 인터넷비, 자기계발비, 도서비, 헬스비, 기기지원비 등도 마련했다. 버퍼는 특별히 회계 서비스 지원비도 제공하는데, 이는 여러 국가에서 활동하는 직원이 각 국가에 맞는 회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매년 1회 전 직원이 참여하는 리트릿 행사를 위한 항공비와 숙박비, 식비 등은 모두 무료 제공한다.

 

버퍼는 이런 여러 노력을 통해 리모트워크에서 올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리모트워크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려고 지속해서 노력한다. 혼자 일하는 팀원이 경험할 수 있는 고립감을 해결하기 위해 영상 채팅을 주기적으로 열고, 매주 팀원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다.

 

조엘은 블로그를 통해 리모트워크를 실행하면서 발생하는 도전 과제는 여전히 많지만, 버퍼가 만들어가는 혁신이 몇 년 안에는 일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 혁신의 실험에 동참하는 것은 특권이자 매우 즐거운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