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율근무로 일한다

로켓펀치는 2013년 스타트업 위키피디아로 시작해 스타트업 채용 플랫폼으로 이름을 알렸다. 서로가 서로를 인지하는 것조차 일이었던 초기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이들이 주목한 건 '연결'이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찾고, 인재도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기업을 찾을 수 있도록 기업과 채용 관련 정보를 한데 모았다. 정보가 필요한 사람은 물론, 구인구직 중인 기업과 인재가 로켓펀치 플랫폼에 모여들면서 스타트업 네트워킹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018년 11월에는 채용을 위한 연결에서 나아가 비즈니스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연결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자신의 비즈니스 프로필을 등록해 네트워킹, 기업 정보, 구인구직, 투자 등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만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로켓펀치가 자율근무를 도입한 건 2015년 무렵이다.* 당시 로켓펀치를 만드는 인원은 조민희 대표를 포함해 다섯 명이었다. 그 무렵 김동희 CTO가 발을 다쳐 출퇴근이 어려워지면서 원격근무 논의가 시작됐다. 이미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해 꼭 사무실에 나오지 않더라도 업무에는 지장이 없었다.

* 관련 글: 로켓펀치의 자율근무 문화(2018년) (출처: 로켓펀치 공식 블로그)

 

애초부터 로켓펀치는 오프라인 공간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유는 명확하다. 온라인 서비스를 만드는데 굳이 물리적인 공간에 모여 있을 필요가 없었다. 공간 개념을 전제로 하는 원격근무 대신 자율근무라는 개념을 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율근무 결정 이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해야 한다는
규칙을 정하지도 않았다
알아서 일할 공간을 정하고,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일하되 최고의 효율을 내면 그뿐이다. 로켓펀치는 팀원 10여 명이 각자 공간에서 자유롭게 일하고 있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건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워크숍에서다.

ⓒ로켓펀치일하는 방식은 자유롭지만 일의 목표나 지향점, 달성 시점, 구성원의 역할은 명확하게 정해 놓았다. 모여 있지 않아도 서로가 어떤 일을 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업무 관련 자료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작성과 보관이 이뤄진다.

 

구성원의 한 주간 업무 내용과 차주 업무 일정은 시트별로 공유한다.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도구에도 아낌없이 투자한다. 굳이 한 공간에 모이지 않아도 각자 업무와 구성원, 전체 프로젝트의 목표를 확인하고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마련한 장치다.

 

얼굴을 마주보고 있진 않지만 커뮤니케이션이나 업무에 큰 지장은 없다. 비대면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내부 방침도 마련했다. 트렐로나 슬랙으로 다른 팀원에게 의견을 구하거나 업무를 요청할 때 반드시 특정인을 지목하고, 팀원은 요청 업무에 대해 24시간 이내에 답을 준다는 원칙이 대표적인 예다. 노트북을 사용할 수 없는 곳, 다시 말해 업무 처리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최소 2~3주 전에 캘린더에 표시하고 구성원에게 알려야 한다.

ⓒ로켓펀치구성원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업무 효율성. 윤유진 프로덕트 매니저는 이렇게 답했다.

이전 회사에서 항상 전화와 채팅, 미팅, 찾아오는 누군가에 의해 온전히 업무에 집중할 시간은 야근하는 시간뿐이었다. (자율근무하는 현재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집중해서 일할 수 있다.

물론 자율근무도 회의가 오후 시간까지 이어지면 밤에 야근을 하지만 상대적으로 집중 시간은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임지원 경영지원 매니저 역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아침에 출근을 준비하는 시간과 출퇴근 시간을 합치면 3시간 정도는 절약된다. 만원 전철에 시달려 출근했을 때처럼 이미 지쳐있는 경우는 없다.

만만하게 보다간 큰 코 다친다

'감시(또는 관리)하지 않는데 조직이 운영된단 말인가?', '온종일 놀아도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회사가 네가 일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아?', '시간 많겠는데?', '쉬울 것 같다'…

로켓펀치 구성원이 밝힌 자율근무를 둘러싼 흔한 오해다. 아무리 공식 팀원이라고 말해도 자꾸 프리랜서로 생각한다는 사연도 있다. 김성규 부대표는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각자 하는 업무의 장점 또는 단점을 연상한다"고 말한다.

 

로켓펀치 구성원 대부분은 자율근무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오해일 뿐이라고 선을 긋는다. 물론 종일 다른 일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구성원의 업무 현황이 클라우드로 공유되어 있고, 이를 차치하더라도 구성원 각자에게는 끝내야 할 일이 있다. 모여 있지 않아도 과정과 결과는 구성원에게 드러난다.

 

더구나 협업 체제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서까지 각자에게 주어진 자유를 남용할 구성원이 있을까. 결론적으로 자율근무는 겉에서 바라보기보다 쉽지 않다.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책임감과 집중력을 요구한다

로켓펀치 합류 3년 차라고 밝힌 김성규 부대표는 "특히 높은 수준의 자존감을 지켜야 하는 자기주도의 업무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답한다. 주어진 시간을 스스로 활용할 때 조직의 목표와 개별 한계 역량을 조율하는 노력은 필수라는 설명이다.

 

정희동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업무 환경을 직접 설정하고 조율할 수 있어 업무 효율을 향상할 수 있지만, 의식적으로 일과 생활을 분리하지 않으면 저절로 분리가 어려운 만큼 출퇴근이 명확한 사무실보다 스스로 잘 관리해야 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김재찬 프로그래머 역시 "자율 근무는 결코 사무실 근무에 비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며 사무실 근무보다 훨씬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특히나 자율근무 문화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도 구성원 간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김성규 부대표는 다음 이야기를 강조했다.

자율근무 문화가 자리 잡으려면 시간 활용, 협업, 실행 방식, 업무 공유 등 서로 간의 약속을 공유해야 하고, 이에 더해 헌신과 신뢰 등 정성적 요소가 어우러져야 한다. 다양한 사람이 함께하는 조직에서 모든 이의 다름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다양한 제약 기준을 문서나 장치로 두기보다는 우리의 방식을 정의하고 항상 확인 및 조정해야 하고, 이와 함께 상호 간 인간관계나 직무 구조 같은 이슈에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자율근무를 이어나갈 수 있는 건 로켓펀치가 만드는 서비스와 이를 만드는 사람들이 공통분모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자율성'이다. 이상범 이사는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 자체가 자신의 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고 표현한다.

 

구성원이 공유하는 가치관도 이와 맞닿아 있다. 누군가 정해준다기보다 구성원 스스로 판단하고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바로 이 부분은 로켓펀치 구성원 스스로 존재 이유를 찾고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이상범 이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로켓펀치라는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서비스 자체에 흥미를 느끼거나 로켓펀치 서비스 철학에 동의하는 사람이 모였다. 팀원 모두 로켓펀치를 성공궤도에 올리겠다는 욕망도 있다.

자율근무가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것

본인의 체력과 스케줄, 업무량을 고려해 하루에 일할 시간을 정해야 한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사람의 믿음이다. 팀원이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사람이 회사를 이끈다면 자율근무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로켓펀치 김재찬 프로그래머의 말이다. 로켓펀치가 자율근무를 도입한 이후 특히 신경을 쓰고 있는 분야는 '채용'이다. 이상범 이사는 자율근무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은 스스로 일을 처리할만한 역량이라고 강조한다. 업무를 감독하는 사람도 없고 때로는 바로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도 없다. 실력은 기본, 주도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고 다양한 형태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재를 선호한다.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해야 한다

로켓펀치 구성원 대부분도 로켓펀치 내에서 '사람'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 동의한다. 함께 만들고 있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업무가 불가능한 구조기 때문이다. 오연주 데이터사이언티스트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신뢰라고 언급했다. 책임감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을 채용하고, 이들이 일을 잘해낼 것이라고 믿을 때 자율근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임지연 경영지원 매니저도 말을 거들었다.

일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 책임감이 강한 사람, 타인에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자율근무에 적합한 사람이다. 여기에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나 상품에 애정을 가지고 빠져 있을 때 자율근무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

때문에 로켓펀치에 왜 지원했느냐는 물음에 '출퇴근이 힘들어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라는 답은 로켓펀치가 추구하는 방향과는 결이 다른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로켓펀치 내에서 자율근무는 하나의 문화이자 일부분일 뿐이다. 이상범 이사는 "자율근무는 확실한 메리트 중 하나지만 로켓펀치의 전부는 아니다.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자 최고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문화"라고 덧붙였다.

 

아무리 좋은 문화라도 장단은 있는 법. 구성원이 현재 마주한 자율근무의 불편한 점은 뭘까. 구성원들은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효율, 사람에 대한 그리움, 동료애 등을 꼽았다. 김재찬 프로그래머는 이렇게 말한다.

업무상 필요한 질문이나 요청을 했을 때 답이 늦게 오는 경우엔 해당 일을 멈출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효율성이 발생한다. 프로그래머 입장에서 동료에게 서비스 코드에 대해 질문하고 싶을 때가 있다. 영상회의 등 수단이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오프라인으로 진행했을 때와 비교하면 효율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김성규 부대표 역시 빠른 결정의 순간이 찾아오면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협업 도구와 이메일은 되레 불필요한 시간을 더한다고 덧붙였다.

 

윤유진 프로덕트 매니저도 의견을 보탰다. 업무 특성상 커뮤니케이션 할 일이 많지만 10분 정도 이야기하면 될 일을 회의 시간을 잡아서 진행할 때가 있다는 것. 임지연 경영지원 매니저는 분위기와 눈치로 다른 팀의 업무 상황을 파악할 수 없다는 점과 구성원과 친밀한 관계가 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고 답했다.

중요한 건, 업에 대한 본질

크고 작은 아쉬움은 있다. 그렇지만 이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한 공간에 모이자고 할까. 이상범 이사는 자율근무의 단점 때문에 오프라인에 모이고자 하는 구성원은 없을 것이라 추측했다. 한 공간에서 일하는 것이 자율근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는 아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소통 문제와 외로움은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때문에 사람과 사람이 모였을 때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는 원인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답을 찾는 데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입장이다.

 

내부에서도 이미 불편함을 인지하고 대안을 고려하고 있다. 김성규 부대표는 "효율을 위해서 적절한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고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따금 사람의 온기를 그리워하는 구성원을 위한 장치도 고민하고 있다. 이상범 이사는 "오프라인 친목이나 동호회도 염두에 두고 있다. 물론 필요하다는 전제하에서다. 필요해도 구성원을 강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자율근무에 대한 추천 지수를 물었다. 구성원 대부분은 추천 의사를 밝혔다. 그 이전에 업과 자율근무, 그리고 사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뒤따랐다. 이상범 이사는 이렇게 전했다.

최근 20년간 인터넷과 함께 온라인 서비스가 등장했다. 그에 따른 온라인 툴도 진화를 거듭했다. 업무라는 틀에 적용해보면 유선전화만 있던 시대를 지나 이메일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등장한 것이다.

 

한 공간에 있지 않아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면 자율근무가 가능할 것 같다. 다시 말해 자율근무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단 비즈니스를 영위하기 위한 최적의 환경이 있고, 이 환경에서 비즈니스가 충분히 가능한지 판단이 서면 자율근무를 도입해도 좋을 것 같다.

김성규 부대표도 조언을 건넸다.

어느 종류의 근무 형태건 중요한 것은 일하는 사람 그리고 개인이다. 스스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수 있으며, 그 과정에 다양한 변수와 시행착오 역시 의미 있는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자율근무라는 유행보다는 본질에 관해 충분히 고민하면 좋겠다.

 

결국 조직은 목표가 있으며 그 목표에 어느 것이 합리적인지 선택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자율근무를 선택했다면 서로 신뢰해야 한다. 그리고 명확하게 목표에 대해 공유해야 한다. 또 다양한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에 관해 고민하고 적용하고 평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