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일어난 일

어느 날 갑자기 회사 꼭대기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사나? 돈은 왜 버나? 회의감이 몰려들었다.

비슷한 시기, 김상수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한 게시물을 보게 된다. 발리에 우붓이라는 도시가 있고, 그곳에 전 세계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 후붓이라는 코워킹스페이스가 있다는 글이었다. 김 대표는 생각했다.

일을 하면서도 재미있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여행을 하면서도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떠나야겠다.

발리로 향한 이들은 또 있었다. 김상수 대표와 친분을 유지하던 송인걸 디자이너와 박경태 개발자다. 세 사람 다 개발자로, 디자이너로, 창업가로 한 곳에 매여 있지 않아도 독자 생존이 가능했다. 생활 터전을 두고 떠난다는 불안함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렇게 떠난 발리 여행, 송인걸 디자이너가 발리 생활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송인걸 디자이너는 '회사를 관뒀다' 페이지에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는 3인의 이야기를 담기 시작했다. 마음속 한 귀퉁이에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이 페이지로 모여들었다.

 

여행 도중 선보인 여행 동행 매칭 애플리케이션도 덩달아 주목받았다. 여행자가 여행 일정과 스타일을 입력하면 같은 시기에 여행하는 여행자와 해당 도시에 거주하는 현지인을 매칭해주는 서비스 앳(At)이다. 설레여행 서비스의 전신이기도 한 앳은 공개 이후 한 달 만에 100만 매칭을 돌파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3인의 공동 창업자는 발리 여행과 서비스 운영을 병행하며 한 해를 보냈다. 발붙이고 서 있는 곳이 곧 터전이 되는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 시작됐다. 2015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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