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매틱이 리모트워크를 하는 이유

오토매틱(Automattic)의 경우 전 직원은 600여 명이 조금 넘는다. 이들은 모두 전 세계에 흩어져 리모트워크로 일하고 있다. 오토매틱이 둥지를 튼 샌프란시스코에는 본부가 있지만, 본부마저도 직원들이 안 쓴다는 이유로 팔겠다고 부동산 매물로 내놓기도 했다.

 

모든 직원이 리모트워크로 일하는 회사를 만든 이유에 대해 오토매틱 창업자 맷 멀런웨그(Matt Mullenweg)는 이렇게 말한다.

그냥 그게 회사를 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았다(It just seemed like the only way to build a company).

그는 처음에 워드프레스라는 블로그를 만들고 이곳을 통해 소스코드를 공개하면서 유명해졌다. 그러다가 회사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오토매틱을 설립하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모든 이들이 오픈소스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기업도 당연히 전 세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소스 플랫폼 같은 곳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오픈소스에서 출발한 문화 때문인지 오토매틱은 설립 이후 전 세계 어디서든 인재를 채용하게 됐다.오토매틱 사내에서 이용하는
언어만 해도 79개에 달한다
이는 그만큼 다양한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또 다른 장점은 사내 정치가 없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리모트워크를 하다 보니 누가 누구를 만나고 누가 누구와 밥을 먹었는지 혹은 누가 옷을 어떻게 입고 다니는지 신경 쓸 일이 없다. 덕분에 오토매틱은 사내 정치에서 굉장히 자유로운 문화를 보유하게 됐다.

 

물론 사내 정치가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토매틱은 가능하면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는 문화가 있다. 정보 자체가 공개되어 있다 보니, 정치적인 부분이 줄어드는 영향도 있다.

 

다음 장점은 고정 지출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큰 사무실을 유지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하지만 오토매틱은 이렇게 큰 사무실은 유지하지 않는 대신 다른 복지로 대체한다.아낀 비용을 복지로 되돌린 것이다.

오토매틱이 직원을 채용하는 방법

그렇다면 오토매틱은 직원을 어떻게 채용할까. 오토매틱은 직원 채용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 편이다. 일단 뽑고 나면 어떻게 일하는지 옆에서 보면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오토매틱의 채용 과정은 상당히 긴 축에 속한다.

 

일반 기업과는 달리 1차 면접 통과 후 다음 순서에 따라 일정 기간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트라이얼 프로젝트를 맡긴다. 트라이얼 과정은 오토매틱 채용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급을 주면서 이 사람이 회사와 함께 일할 수 있는지 실제 업무를 해보면서 맞춰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1. 서류 제출

2. 1차 면접(텍스트 채팅)

3. 코딩 테스트

4. 트라이얼 프로젝트(시급 제공)

5. 최종 면접(CEO와 텍스트 채팅)

 

채용절차 전 과정에서 직접 만나는 온 사이트(on-site) 면접이나 화상 미팅, 심지어 통화조차 없다. 이는 채용 과정에서도 리모트워크 방식을 적용해 성별과 인종에 따른 편견을 방지하고 업무 능력만을 집중 평가해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기 위함이다. 더불어 지원자는 이 과정에서 대면 없이 하는 소통이 어떤 것인지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직군이나 과정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채용 과정을 진행하면 보통 트라이얼 과정까지 3개월 정도는 걸린다. 이어 면접 등 맷 챗(Matt chat)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면 최종 입사 통지를 받을 때까지는 5개월 남짓 걸린다.

 

일단 입사가 결정되면 리모트워크 준비를 위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또 원하는 개발 도구도 지원해준다. 눈길을 끄는 건 홈오피스 구축 비용을 준다는 것. 2000달러(한화 약 223만 원)가량 지원해준다. 직원마다 원하는 책상이나 의자 등 장비를 구축하기 위한 비용이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250달러까지 사무실 비용도 매월 지급해준다. 코워킹스페이스를 이용하거나 사무실을 아예 하나 얻거나 알아서 쓰면 된다. 물론 직원 입장에서 집이나 카페에서 일하는 게 편하다고 하면 사무실 비용은 지급 받지 않지만 대신 음료 비용을 내준다. 그 밖에 가방도 제공하는데 여행이나 출장이 잦을 수 있다는 이유다. W라는 워드프레스 마크를 새긴 가방 외에 몇 가지 웰컴 패키지를 함께 제공한다.

입사를 하면
리모트워크 자체에 익숙해지도록
신경을 많이 쓴다
입사 후 리모트워크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곧바로 퇴사하는 상당수 직원이 초기 몇 개월 사이에 나가는 탓이다. 팀 리더가 초기에 늘 묻는 말은 "리모트워크는 할 만하냐"이다.

 

회사 적응을 위해 6개월간 멘토도 붙여준다. 매주 리모트워크 자체가 할 만한지 혹은 회사 생활 전반이나 업무 외적인 부분에 대해 상담해주거나, 사내 제도를 모르는 신입에게 여러 팁을 주기 위해 멘토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 같은 오토매틱의 리모트워크 지침은 사실 모든 내용을 필드 가이드(Field Guide)라는 내부 문서 정리 도구로 확인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와 비슷한 형태로 이뤄져 있어 필요한 정보는 대부분 검색해볼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은 산소다

그렇다면 이렇게 리모트워크로 글로벌 운영을 하는 오토매틱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커뮤니케이션은 산소
(Communication is oxygen)

오토매틱 사내에는 이런 격언이 있다. 커뮤니케이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얘기다. 이유는 간단하다. 직접 얼굴을 보고 일하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계속 자신의 상태를 업데이트하거나, 혹은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리는 일, 그리고 상대방과 얘기할 때도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여긴다. 커뮤니케이션은 가능한 한 거의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도록 권장한다.

 

슬랙을 이용한 채팅도 당연히 기록하고, 블로그를 만드는 기업답게 사내에도 다양한 내부 블로그가 있어 기록을 남긴다. 업무에 필요한 것부터 단순한 취미, 프로젝트별로도 만든다. 그러다 보니 직원 한 명이 수십 개씩 슬랙 채널이나 블로그에 가입한다. 예를 들어 슬랙 채널 같은 경우에는 공지사항 채널도 있지만 고양이 채널도 있다. 또 필요에 따라선 팀마다 트렐로(Trello)나 구글 독스(Google Docs) 같은 툴도 쓴다. 화상 회의를 할 땐 주로 줌(Zoom)을 이용한다.

 

오토매틱은 또 타운홀(Town-Hall)이라는 제도도 운영한다. 보통 몇 주 단위나 한 달에 한 번 꼴로 타운홀을 진행하는데 직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언제, 어떤 주제를 갖고 타운홀을 열 것인지도 공지한다. CEO인 맷의 경우 월 한 차례 정기적으로 타운홀을 연다. 이를 통해 직원과 대표 간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 오토매틱은 전 직원이 1년에 한 번 만나는 그랜드 밋업(Grand Meetup)이라는 행사도 연다. 이 자리에서도 CEO와의 타운홀을 진행해 누구나 자유롭게 질문하고 대표로부터 답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누구나 이런 과정을 통해 정보를 잘 듣고 공유할 수 있어 앞서 밝혔듯 사내 정치가 사라지는 효과를 얻었다.

오토매틱의 그랜드 밋업 (자료 제공: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오토매틱은 팀 밋업과 그랜드 밋업 외에 워드캠프(WordCamp)라고 불리는 워드프레스 관련 개발자 행사를 진행한다. 직원에게는 발표자나 자원봉사자 참여를 권장한다. 참여하게 되면 회사가 모든 경비를 지원해주는 건 물론이다.

 

오토매틱은 일을 진행할 때에도 코드 검색이나 문서 검색, 코드 배포와 오류 보고 등 모든 작업을 웹으로 처리한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건 물론이다. 작업 자체도 다 알아서 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발견자가 '지금 배포했는데 오류가 생겼다'는 보고를 하고, 곧바로 빠르게 롤백(Roll Back)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평가는 결과만, 휴가는 마음대로

오토매틱 내부에는 직원을 평가할 때 등급이나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대신 6개월마다 한 번씩 피드백을 준다. 팀 리더나 팀원 개인에게도 셀프 피드백을 받는다. "이 사람이 당신 팀에서 잘하고 있냐?"거나 "이 사람이 가장 잘한 일을 적어도 한 가지 얘기해 달라" 혹은 "이 사람이 좀 더 개선할 수 있는 점을 적어도 한 가지 말하라"는 식으로 묻는다.

 

이렇게 질문을 던진 팀 리더가 받은 피드백은 해당 직원에게 전달된다. 다시 말해 무슨 점수를 매기는 게 아니라 이 직원이 어떻게 하면 좀 더 오토매틱의 일원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셀프 피드백의 경우에는 일단 직원 스스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긴 하지만, 일부 국내 기업이 반드시 셀프 피드백을 보내게 하는 데 비해 오토매틱에선 선택 사항이다.

 

오토매틱은 직원이 몇 시간 일했는지, 근태는 어떤지 혹은 오피스 아워를 제대로 지켰는지 같은 사항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평가 항목에도
이 사람의 아웃풋
즉, 결과물이 어떤지만 묻는다
인풋에 대해선 절대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철저하게 결과 중심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휴가도 조금 독특하다. 완전한 자율휴가제인 것. 정해진 휴가 일수는 놀랍게도 없다. 신청 과정만 있고 승인 과정은 아예 없다. 신청하는 폼만 보면 언제부터 언제까지 휴가를 쓸 것인지, 사유는 뭔지 객관식 항목만 고르면 된다. 클릭 몇 번이면 휴가를 신청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육아휴직은 물론 공휴일만 해도 전 세계 국가마다 다르다. 본사 입장에서 보면 어떤 국가에서 언제 쉬는지 정확하게 체크할 수 없다. 그러니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이런 제도 때문에 아이가 아파서 혹은 부모님이 찾아오셔서 아니면 개가 아파서 쉬기도 한다. 아니면 그냥 쉬고 싶어서 휴가를 내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휴가를 쓸 수 있는데, 1년에 며칠 안 되는 사내 특별 일정이 있을 때나 팀끼리 모여야 하는 밋업이 있다면 되도록 참여한다는 정도만 신경을 쓰면 된다.

 

물론 이럴 때라도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그 친구는 언제 오지?"라고 묻는 게 전부다. 또한 오토매틱은 근속 5년이 되면 2~3개월가량 안식 휴가를 준다. 물론 유급이다.

오토매틱이 본 리모트워크의 단점

물론 리모트워크의 단점도 있다. 먼저 신입이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일 수 있다. 옆에서 1:1로 붙어서 알려줄 환경이 아닌 탓에 신입이 성장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오토매틱이 기술직은 경력만 채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있다.

외로움을 느끼기 쉽다 100% 재택근무를 하다 보면 종일 대화 한 마디 없이 일하는 경우도 생긴다. 또 소속감이 자칫 약해지기 쉽다는 점도 흠으로 들 수 있다. 회사에 출근하는 것도 아니라 어떻게 보면 혼자 일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기 쉽다.

 

오토매틱은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앞서 밝혔듯 1년에 몇 차례씩 정기적으로 만나도록 해 소속감을 키워주려고 노력한다. 기업 목표에 대해 계속 주지시키고, 직원이 회사와 팀의 목표 등을 잘 알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묻고 점검하는 과정을 거치는 이유다.

 

일부지만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을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시차가 있고 리모트워크로 일하다 보면 곧바로 답을 받기 어렵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시차가 많이 나면 12시간씩 나기도 한다. 오토매틱에서도 이런 점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리모트워크를 진행하려는 기업이라면 해외에 거주하는 직원과의 소통에서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