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철학에 따라 리모트워크를 도입하다

플링크(PPLINK)는 서버리스(Serverless) 다기능성 커뮤니케이션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술 스타트업이다. 플링크는 컨설팅과 교육은 물론 상담, 금융 상품 판매까지 온라인에서 가능하도록 만드는 서비스, 페이지콜 API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 지식을 온라인에서도 원활하게 전달할 수 있게 하고, 나아가 전문 지식을 활용한 온라인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전문 지식을 주고받는 비즈니스는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직접 만나야 하기 때문에 이동에 따른 금전적, 시간적 비용이 발생하고 비즈니스 확장에 한계가 있다. 온라인으로 비즈니스를 하더라도 기술력이 없기 때문에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네이버 지식인에 댓글을 남기는 등 단편적인 방법만을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문, 상담, 교육 등 전문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어 온라인에서 비즈니스를 제대로 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플링크

플링크는 전문 지식 보유자에게 온라인에서 해당 지식을 원활하게 전달하고 교류할 수 있는 문서 중심의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페이지콜 API를 제공한다. 또한 기술력이 없어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페이지콜이 연동된 웹사이트를 제작해주기도 한다. 고객과의 미팅을 관리하고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페이지도 함께 제공한다. 어쩌면 분야 자체가 리모트워크와는 처음부터 궁합이 잘 맞는 곳일지도 모른다.

 

아니나 다를까 이 회사는 지난 2018년 5월부터 리모트워크를 도입했다. 이전에도 8시~11시 사이에 자유롭게 출근할 수 있는 자율근무제를 채택하고 있었지만 5월부터는 사무실로 출근하든 출근하지 않든 하루 전에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공유하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제도로 바꿨다. 자연스레 모든 팀원이 사무실, 집, 공유 오피스, 카페 등 다양한 공간에서 일하게 됐다.

 

플링크의 최길효 마케터는 100% 자율에 기반으로 한 리모트워크 제도를 적용한 것은 회사의 방향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술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진보시킬 수 있다면, 사무실에서 하는 일 역시 자유로운 시간에 자유로운 장소에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플링크가 지향하는 가치는 정해진 시간만큼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 자체를 궁리하며 잘하는 것. 일을 다 했음에도 퇴근하지 못한다면, 개인의 성장 측면에서는 낭비일 수 있다.

모든 회사가 일이 많고 바쁘겠지만 끊어내지 못한다면 개인이 성장하기는 어렵다. 회사의 방향성에 기반해 자율적으로 일을 정의하고 끝마쳤다면, 더 집중해서 일하기 위해 휴식을 취하거나 개인 발전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회사와 개인 모두에게 긍정적이다. 그리고 그것이 플링크가 자율 중심의 리모트워크를 도입한 이유였다는 설명이다.

 

현실적인 계기도 있었다. 제도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가능성은 검토하고 있었지만 실제 리모트워크를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조직에 프로젝트 매니저(PM)가 채용된 후였다. 체계적인 프로젝트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팀원 각자가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얼마만큼 일이 진행되었는지 관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리모트워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기술력에 기반한 서비스가 회사의 핵심 제품이다 보니 기획, 디자인, 개발 과정과 일정을 조율할 사람이 필요해 PM을 채용했다. 이전에는 개발 팀장이 최종 서비스 완성 일정까지 관리했지만, 각자 자신의 전문영역에 집중하며 성장하기 위해 새로운 직무의 팀원이 합류했고, 이러한 조율 아래에서 리모트워크가 가능해졌다.

리모트워크도 시스템화가 필요하다

플링크는 내부적으로 리모트워크를 시스템화해서 운영 중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하겠다는 내용을 스탠드업리(Standuply)*에 공유한다. 서로 할 일과 일정을 확인하고, 필요한 회의나 업무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외 업무 및 다양한 대화는 슬랙에서 나누고, 필수인 채널을 제외하면 원하는 채널을 선택해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운동 등 일상 주제로 대화할 수 있는 푸디(Foodie) 와 같은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 슬랙의 확장 프로그램

 

모두가 한 공간에서 일하는 게 아닌 만큼 기록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어떤 일을 어떻게 진행하며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컨플루언스를 통해 회의 내용이나 완결된 프로젝트, 업무에 대해 각자의 공간에 기록한다.

 

플링크는 주 1회 정도는 오프라인 미팅을 진행한다. 떨어져서 일하다 보면 신뢰나 유대감이 떨어질 수 있어 출장이나 휴가 일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되도록 오프라인 미팅 참여를 원칙으로 삼는다. 1회는 적다 싶어 2회로 늘릴지 고민 중이라고 한다.

리모트워크는 훌륭한 인재가
필요한 스타트업에게 큰 장점이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에 대한 가치관이나 역량, 헌신과 별개로 사람에게는 누구나 일보다 소중한 순간이 생길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자녀가 갓난아기에서 어린이집에 가는 순간까지를 함께 보고 기억하는 것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경험이다. 그때 리모트워크를 할 수 있다면, 내 아이에게 후회스럽지 않을 순간을 살 수 있다. 실제 이러한 이유로 팀에 합류한 시니어 개발자가 있다. 만약 플링크가 리모트워크를 하지 않았다면 훌륭한 시니어 개발자를 합류시킬 기회도 적었을 것이고 과정도 더 어려웠을 것이다.

 

최길효 마케터는 리모트워크가 주는 기회는 국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해외 채용이 필요할 때도 장점이 있다고도 말한다. 플링크를 포함해 많은 기업, 스타트업이 글로벌 진출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나 현지인을 고용하고자 한다.

 

만약 리모트워크를 잘 도입하고 활용하고 있다면, 해외의 팀원을 국내로 합류시킬 필요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도 있다. 해외 지사를 세워도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불필요한 출장을 줄이고 원격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과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다시 플링크가 리모트워크에 대해 갖고 있는 관점을 물었다.

일을 잘하는 것은 시간과 비례하지 않는다.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시간을 잘 쓰고,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 리모트워크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혁신이나 변화의 관점이 아니라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에서다.

 

업무에 집중해서 잘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다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자 '시간과 장소를 고정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불필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즉, 플링크가 리모트워크를 도입한 것은 일을 더 궁리하며 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플링크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사무실도 갖고 있다. 사무실의 분위기와 편리함이 내가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사무실에 나와서 일해도 된다. 사무실을 없앴다거나
혁신을 시도했다는 사실보다
선택지를 넓힌 것이 중요하다

최길효 마케터가 입사하던 때만 해도 자율근무제만 시행하고 있었지만 이 또한 좋은 문화였다고 말한다. 8시~11시 사이에 자유롭게 출근하고 유동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고, 좋은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채용 지원을 하는 것을 봐도 출퇴근 시간의 유동성이 늘면 상당한 매력을 느낀다고 설명한다.

 

리모트워크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자율이라고 말한다. 자율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와 책임을 잘 조절해서 일하는 것이 회사와 개인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인생을 자율적으로 살고 이에 합당한 책임과 보상이 있는 게 중요하다는 것.

 

리모트워크라고 하면, 잘 모르는 사람은 이렇게 하면서 일은 대충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인식을 깨고 리모트워크를 도입해 자율적으로 일하며 성과를 내고 이와 같은 문화를 키워가는 기업이 늘어가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