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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익명을 요구한 자연과학대 수리학과 석사과정

익명을 요구한 자연과학대 수리학과 석사과정

들어가며

인터뷰 날짜/장소 : 2016년 8월 24일/KAIST 학생식당

'익명을 요구한' 남학생이었다. 게다가 말이 없었다. 그는 몹시 수줍음을 탔다. 인터뷰어도 인터뷰이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질문 한 번에 침묵 한 번, 침묵 한 번에 답변 한 번, 대화가 끊길 때마다 그의 표정을 살폈다. 이 착하고 소박한 남학생을 '꼴페미(꼴통 페미니스트, 그가 반어적으로 쓴 표현)'의 길로 이끈 동인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KAIST 최초의 여성주의 연구회 '마고' 창립멤버였다. 그 이전에 수학과와 물리학과의 남학생들이 모인 페미니즘 스터디 '꼴페미'의 최초 제안자이기도 했다. 꼴페미란 물론 반어적으로 쓴 표현일 뿐, 회원들의 면면은 새로운 이론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그러나 다른 행동양상은 얌전한 모범생들이었다.

 

자연계열 남학생들 다섯 명이 몇 개월 동안 페미니즘 세미나를 꾸리다, 역시 회원이 다섯 명이었던 마고와 전격 합병했다. '꼴페미' 회원들은 마고에 와서도 누가 시키지도 않은 발제를 나서서 하고, 새벽까지 토론을 주도했다. 익명의 남학생 역시 적극적이었다. 읽을거리들을 발굴하고, 세미나실을 예약하는 일을 도맡다시피 했다. 

 

어쩌면 그는 KAIST 구성원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진짜' 이공계 남학생들을 대표할지도 몰랐다. KAIST 구성원 대부분은 학문적인 엑설런시(Excellency)를 자발적으로 추구하는 존재들이다. Women at KAIST를 진행하며 이론적으로는 우수하지만 사회적으로 대인관계를 맺는 데는 소극적인, 온라인에서는 주도적으로 의견을 내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자주 할 말을 잊는 똑똑한 학생들을 여러번 접할 수 있었다. 그는 그런 학생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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