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인터뷰 날짜/장소 : 2016년 8월 24일/KAIST 학생식당

'익명을 요구한' 남학생이었다. 게다가 말이 없었다. 그는 몹시 수줍음을 탔다. 인터뷰어도 인터뷰이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질문 한 번에 침묵 한 번, 침묵 한 번에 답변 한 번, 대화가 끊길 때마다 그의 표정을 살폈다. 이 착하고 소박한 남학생을 '꼴페미(꼴통 페미니스트, 그가 반어적으로 쓴 표현)'의 길로 이끈 동인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KAIST 최초의 여성주의 연구회 '마고' 창립멤버였다. 그 이전에 수학과와 물리학과의 남학생들이 모인 페미니즘 스터디 '꼴페미'의 최초 제안자이기도 했다. 꼴페미란 물론 반어적으로 쓴 표현일 뿐, 회원들의 면면은 새로운 이론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그러나 다른 행동양상은 얌전한 모범생들이었다.

 

자연계열 남학생들 다섯 명이 몇 개월 동안 페미니즘 세미나를 꾸리다, 역시 회원이 다섯 명이었던 마고와 전격 합병했다. '꼴페미' 회원들은 마고에 와서도 누가 시키지도 않은 발제를 나서서 하고, 새벽까지 토론을 주도했다. 익명의 남학생 역시 적극적이었다. 읽을거리들을 발굴하고, 세미나실을 예약하는 일을 도맡다시피 했다. 

 

어쩌면 그는 KAIST 구성원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진짜' 이공계 남학생들을 대표할지도 몰랐다. KAIST 구성원 대부분은 학문적인 엑설런시(Excellency)를 자발적으로 추구하는 존재들이다. Women at KAIST를 진행하며 이론적으로는 우수하지만 사회적으로 대인관계를 맺는 데는 소극적인, 온라인에서는 주도적으로 의견을 내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자주 할 말을 잊는 똑똑한 학생들을 여러번 접할 수 있었다. 그는 그런 학생 중 하나였다.

강요하지 않던 부모님

인터뷰 질문

1. 먼저 부모님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1-1. 아버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따님에게 기대가 많으셨는지, 아드님만 편애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버님 당신의 인생은 어떠셨나요? 성취가 큰 유명인사인지, 평범한 가장이셨는지, 좌절을 겪으셨는지, 그런 모습이 따님/아드님께는 어떤 느낌을 주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1-2. 어머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자녀들에 대해선 어떤 태도를 취하셨는지요. 워킹맘이었는지, 주부였는지, 살림의 여왕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성공한 '여류'였는지, 가부장적 질서에 순응하셨는지, 페미니스트셨는지, 어머님께 어떤 영향을 받으셨는지 나누어 주실 수 있으신지요?

2. 형제 자매들에 대해 여쭙습니다.
형제 자매는 가장 친한 친구이면서 경쟁자이기도 하니까요. 어떤 관계였나요? 공부로 경쟁했나요? 부모님 사랑을 두고 다퉜나요? 어떤 특질들을 나눠 받고, 무슨 장난을 쳤나요? 바비? 키티? 레고? 로봇? 어떤 장난감을 좋아하셨습니까?

3. 주위 환경에 대해 여쭙습니다.
사는 지역이나 환경에 특징이 있었나요? 대치동 한복판의 경쟁적인 환경이었는지, 해외 체험을 했는지, 달동네나 시골 깡촌이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그런 특성이 본인의 지금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