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던져두었던 의문들에 답해야 할 시간이 왔다.

이공계 학문이나 직업군에 여성이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결혼·출산·육아·살림을 둘러싼 사회적인 젠더 관념의 실체는 무엇일까?

 

일반적·정상적이라고 불리는 여성의 라이프사이클은 과연 직업과 공존하며 실현가능한 것인가?

 

여성이 이공계 학문·직업군에 진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적인 경제학자였던 래리 서머스(Larry Summers) 전 하버드 총장이 "고도의 수학과 과학 영역에는 남성과 여성의 능력에 선천적인 차이가 있다."는 등의 성차별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사임한지 꼭 10년이 지났다. 고도의 수학과 과학 영역에서 성별에 따른 뇌구조의 차이 혹은 선천적인 능력의 차이가 있는지는 증명된 바 없다. 오히려 여성들에 대한 교육의 기회가 더 넓어지고 깊어지면서 남성 최후의 보루처럼 여겨졌던 고도의 수학·과학 영역에서 활약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여성들이 이공계 학문이나 직업을 택하지 못했던 데에는 "여자는 수학을 못한다.", "여자는 공간감각이 떨어진다.", "여자는 과학적 호기심이 부족하다."는 편견이 작용했다. "똑똑한 여자는 시집 못간다.", "여자가 잘난 척 하면 재수없다.", "여자는 실험실에 민폐만 끼친다."는 막말도 영향을 미쳤다. 이현주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나 인터뷰에 응했던 많은 여학생들이 21세기 첨단의 연구실 안팎에서도 그런 통념에 부딪힌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