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인터뷰 일시/장소 : 7월 26일, 8월 24일/KAIST 연구실
KAIST 여학생 축구단과 함께 여학생 운동회를 치른 날이었다. 왁자한 뒤풀이를 하고 있는데, 괄괄한 성격으로 대화를 주도하던 여학생 하나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작가님*, 여성친화적인 랩을 찾는다더니 우리 옆방은 왜 아직 안 오시는 거예요? 저희랑 일을 많이 하는 조인트 랩인데요, 거기 교수님이 얼마나 좋으신데요. 여학생들도 많고요. 아마 기계과에서 제일 여성친화적인 랩일 걸요?" 그 학생은 핸드폰으로 이모저모를 보여줘 가며 열성적으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 이진주 걸스로봇 대표는 KAIST 주최 프로그램
나는 급작스레 죄인이 된 심정으로 이야기를 들었다. 아니, 왜 아직 몰랐지? 내가 덜 부지런했나? 문제는 그 때까지 내가 여교수님들만 찾아다니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학회와 회의와 출장과 프로젝트 일정에 시달리는 교수님들의 면면을 파악하기만도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니 남자 교수님들까지 찾아뵐 여력이 없어 저만큼 밀쳐놓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 의외의 반전이 있었던 것.
여학생이 자기 일처럼 내놓고 자랑하는 남자 교수님이란 대체 어떤 분일까. 어떤 조직의 흥망성쇠를 가늠하는 최고의 지표는 바로 조직원의 만족도. 살짝 발을 걸친 구성원조차 밖에 나가 스스로 자랑할 수 있는 조직이라면, 내게는 리더가 누구인지 살펴볼 의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