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인터뷰 일시/장소 : 2016년 8월 24일/KAIST 연구실

정치학자다. 페미니즘을 따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KAIST라고 하는 남초 사회에서 과학기술정책을 연구하다 보니 여성문제에 무심해질 수는 없었다. 더구나 소싯적에 '운동'깨나 한 데모꾼이었던 처지인지라, 그에게 소수자 문제란 당연히 마음 쓰이는 주제다.

 

미인이다. '페미니스트'씩이나 내걸고, 인터뷰어가 누군가를, 인터뷰이를 미인이라고 언급하는 데에는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른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그는 미인이다. 어디서나 눈에 띌만한 선 굵은 미모에, 화려하고 독특한 옷차림으로도 주목 받는다. 머리는 한 때 '나이아가라 파마'로 알려졌던 스타일을 연상시킨다. 김희선이 신세대의 아이콘이던 시절, 하고 싶은 걸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톡톡 튀는 드라마 속 막내딸의 성격을 외적으로 이미지화했던, 바로 그 사자머리 내지는 폭탄머리다. 

 

공교롭게도 그 역시 세 딸 중 막내딸이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성적표를 '가'로 도배하던 골목대장이었고, 좀 자라선 공부건 연애건 시작을 하면 끝장을 봤다. 하고 싶은 걸 대체로 다 해야 직성이 풀렸던 강한 캐릭터의 소유자였단다.

남편의 도움을 받아 세 아이를 부양하고 
유창한 영어와 넉살좋은 사투리를 쓰며
하이힐을 '용기'내 선택한 
김소영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원장  

김소영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원장을 처음 본 건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의 한 세미나 자리였다. 첫눈에는 학생인 줄 알았다. 폭탄머리는 물론이고, 청바지에 형광 연두색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청바지는 어디께가 쫙 찢어져 있었던가, 형광 연두색 후디에는 작은 공기구멍들이 나 있었던가. 참, 귀고리는 커다란 은색 후프 링(후프처럼 지름이 큰 원형 귀고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