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일하고 싶은 누군가에겐 최고의 회사"

2018년 말 인사담당 책임자를 채용하는 글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Wadiz)의 CEO인 신혜성 대표가 페이스북에 직접 게시한 글이었습니다.

와디즈는 모두가 들어가고 싶은 회사가 아닌, 우리가 함께 일하고 싶은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 우리가 추구하는 미션과 원칙을 기술해두고 약속에 기반해서 일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제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많은 것이 제도화돼야 하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그러나 남들이 하기 때문이 아닌, 우리만의 문화를 위한 약속을 좀 더 구체화하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헤드헌팅으로 우리와 적합한 사람을 찾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기업문화에 대한 고민이 묻어났습니다. 그리고 와디즈만의 문화와 이를 위한 약속을 왜 만들어갔는지 궁금해졌습니다. 함께 일하고 싶은 누군가를 어떻게 알아보지? 직원 수가 100명이 넘어가면서 어떤 변화를 겪고 있지? 미션, 원칙, 그리고 자신들만의 문화를 위한 약속을 어떻게 제도화할 수 있지?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1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 와디즈 본사에서 신 대표를 직접 만났습니다.

와디즈 본사 컬처센터 내부 모습 ©와디즈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라

왜 지금, 기업문화일까. 신 대표는 "과거에 만들어 놓은 방식으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돈을 만들어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디지털 혁신 기술을 활용하는 '플랫폼 경제'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미래 시장을 주도할 '넥스트 빅 씽(next big thing)'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와디즈 CEO 신혜성 대표

허란, 추가영(이하 생략): 스타트업 창업자들 중에서도 조직문화에 대한 고민을 유독 더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 이유가 있을까요?

신혜성 대표(이하 생략): 지금 시대에 '넥스트 빅 씽'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 어떤 기업을 원할까를 고민했습니다. 이들은 윗사람 눈치 봐가면서 적당히 까라면 까는 조직문화로 갈 수 없거든요.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야, 상대방이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좋은 조직문화를 만드는 게 실제 제가 창업한 이유예요. 이게 안 되면 이 일을 할 이유가 없죠.

 

왜 지금 기업문화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스타트업이 원하는 인재가 대기업에서 떨어진 사람은 아니잖아요. 대기업을 안 가는 사람들이 와서 높은 퍼포먼스를 내는 거죠. 스타트업이 조직원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 1번은 '성장'입니다. 성장하지 않는 스타트업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거죠.

 

회사가 성장하면서 내가 성장한 걸 증명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이직을 하면서 몸값을 높이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직을 선택하지 않고 회사에 남아준 이들이 스스로의 성장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는 금전적인 보상뿐 아니라 역할의 보상이 있습니다. 이때 조직문화가 중요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일하느냐, 즉 일하는 방식의 측면이 상당히 중요해지는 거죠.

 

대기업은 우리나라가 먹고 사는 문제로 고민하던 시기에 설립되었기 때문에 일하는 방식은 부차적인 것에 머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직원들은 회사가 주는 월급으로 집을 살 수 있었고 중산층이 될 수 있었고요. 그러나 이제는 먹고 사는 문제 이상의 것을 중요시 여기는 시대가 되었는데 변화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도 국내 대기업인 현대자동차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어요. 현대자동차에는 '캔두(can do) 정신' 등 배울 점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런 조직문화 덕분에 지금의 자리까지 왔죠. 이제 전기차, 수소차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만났는데, 과거의 조직문화로는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아 보여요. 톱다운(top-down) 방식이 아니라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니까요.

 

기존 대기업에선 조직문화를 혁신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로 이해하면 될까요?

제가 회사를 나와 창업할 때 사람들이 "그 안에서 바꿀 수는 없는 거냐"고 묻더군요. 그때 제가 대답했죠. "바꿀 수 있습니다. 당신이 거버넌스(지배구조)를 바꿀 수 있다면 가능합니다. 그런데 오너가 아닌 CEO가 거버넌스를 바꾸기는 쉽지 않겠죠." 대기업의 경우 유일한 대안은 사내 벤처를 스핀오프*하는 정도일 것 같습니다. 결국 거버넌스가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죠.

* 회사를 새로 만들어 분리하는 것

 

넷플릭스의 성장 비결로 '자유와 책임'의 기업문화가 꼽힙니다. 넷플릭스식 기업문화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넷플릭스 기업문화에 대해 쓴 <파워풀> 뿐만 아니라 조직문화에 관련한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우리나라 노동환경은 미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르잖아요. 노동 유연성의 차이는 회사의 인사체계와 직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에서 기업문화 모범 사례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와디즈만의 색깔을 만들어가기 위해 원론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양한 이론 서적을 읽다 보니 우리 회사의 설립 취지와 맞는 저자들을 발견하게 되더군요. 패트릭 렌시오니(Patrick Lencioni)*와 켄 블랜차드(Kenneth Blanchard)**가 대표적이에요. 나와 구성원이 바라는 모습에 이론적인 배경을 더해서 기준을 세워나갔어요.

* 포춘 500대 기업을 컨설팅한 세계적인 경영 구루 패트릭 렌시오니는 저서 <최고의 팀은 왜 기본에 충실한가>에서 조직을 성장시키는 팀플레이어의 세 가지 덕목으로 겸손, 갈망, 영리함을 꼽았다.

**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로 유명한 켄 블랜차드는 경영관리와 리더십 분야 권위자다.

 

채용을 잘하기 위한 교육과 리더십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와디즈는 인재상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채용부터 사내 행사 및 시상 등을 모두 인재상에 맞추고 있습니다. 우리가 약속한 것이 실질임을 보여주기 위한 거죠. 2019년부터는 팀장 리더십 교육에 조금 더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다들 젊은 사람들이다 보니 조직을 이끌어 본 경험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몰라서 못 하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최고가 아니라 최적의 인재를 채용하라

유독 채용에 신경을 많이 쓰는 CEO인 것 같은데요?

좋은 조직문화를 만드는 게 창업한 이유라고 했잖아요. 현실적으로 필요한 걸 다 할 수는 없었지만, 2018년까지는 채용에 '올인'했습니다. 인적자원개발을 할 여력이 없으니 채용에서 조직문화에 맞지 않은 사람을 걸러내지 못하면 힘들어질 거라고 생각했죠. 기능상 맞는 사람을 채용하는 게 아니라 인재상에 맞지 않으면 그 자리를 계속 비워두고 갑니다.

 

기업문화에 맞는 사람을 골라내기 위한 특별한 채용 방법이 있나요?

1, 2차 면접 과정에서 5가지 기업문화 원칙에 따라 구조화 면접*을 보고, 직무적합성을 살펴봅니다. 그 중간에 스타트업에선 잘 안 하는 인적성 검사를 합니다. 와디즈 인재상에 맞는 문항들로 구성해서 보는데, 신뢰도 지수가 떨어지면 1차 면접에서 탈락됩니다. 팀장급 이상 채용 땐 블라인드 평판 조회 서비스도 이용하고요.

* 기업이 직원들에게 바라는 능력이나 자질을 먼저 정의하고, 그런 역량을 갖췄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일련의 표준화된 질문을 모든 지원자들에게 동일한 순서로 적용하는 방식의 면접

 

채용 면접 시 마지막으로 저 자신에게 물어보는 질문은 두 가지입니다. '그럼에도 이 사람을 채용하지 말아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나요'와 '그럼에도 채용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나요'.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좋은 리더는 조직의 가치를 더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어떤 사람이 우리를 위할 사람인지를 가려낼 수 있는 사람이에요. 자기 입맛에 맞거나 자기가 다루기 쉬운 사람만 후보로 올리는 사람은 리더십 역량이 부족한 거죠.

 

어떤 인재가 와디즈 문화에 가장 적합한가요?

넷플릭스는 '스타플레이어만 데려간다'가 기준인데, 와디즈는 거기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대신 와디즈 인재상에 맞는 사람을 데려간다는 기업문화죠. 만약 우리나라 근로환경이 미국처럼 유연했다면 넷플릭스 기업문화를 조금 더 고려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넷플릭스 문화를 여러모로 공부해 보았는데 한국의 현실에선 적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렇다면 우리에게 맞는 인재상을 정확하게 그리고, 여기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게 답인 거죠. 저는 상위 10%의 '팀플레이어'들이 1%의 스타플레이어만 모인 집단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팀플레이어는 어떤 사람을 말하나요?

회사 전체의 목표가 자신 또는 자기가 속한 조직의 목표보다 우선인 사람입니다. 완성된 결과물을 내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려고 하죠. 자기가 원하는 새로운 기술만 개발하려는 사람이 있고,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도움이 되는 디자인만 하고 싶어 하는 디자이너도 있을 수 있죠. 또 명확하게 자기에게 공이 돌아오지 않는 일에 대해선 잘 안 하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와디즈 인재상인 '진국이'의 핵심 3요소가 겸손(humble), 갈망(hungry), 영리함(smart)입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겸손하고, 일의 성취욕이 있으며, 스마트한 관계를 맺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어디에서나 환영받는 '진국' 같은 사람이죠.

 

그중 겸손이 팀플레이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팀플레이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동료가 피드백을 주더라도 본인이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거든요. 겸손함은 회사에서 가르칠 수가 없어요. 이건 성장 과정에서 얻게 되는 부분이죠.

 

사실 '진국' 같은 사람은 모든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 아닌가요?

대기업에도 그런 사람이 있죠. 그런데 과연 그들이 회사에서 귀중한 인재라고 평가받고 합당한 보상을 받을까요? 진국 같다는 건 그 사람의 전문성, 능력뿐 아니라 인격이 포함돼 있거든요. 진국 같은 사람이 왔을 때 정말 만족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게 와디즈의 방향성입니다.

 

아이디어가 있을 때 크든 작든 실행하는 게 창의성과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전에 없던 아이디어를 얘기하고 실행하는 건 조직문화와 깊이 연관돼 있죠. 대기업이 아이디어가 없어서 못 하는 걸까요?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냈는데 '승진하고 싶어서 저러나?' '자기가 공을 세우려고 그러나?' 이런 반응이 나오면 창의성이 다 무시돼요. 그렇기에 좋은 팀워크로 일할 때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와디즈 면접실 공간에 적힌 문구 ©와디즈

인사관리는 '사일로 이펙트'를 없애는 방향으로 한다

직원 수가 100명을 넘어서면서 와디즈는 '사일로 이펙트'라는 문제에 마주했습니다. 신 대표는 사일로 이펙트는 성장하는 스타트업엔 불가피하게 넘어야 할 산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사일로 이펙트를 없애는 방향으로 인사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와디즈 역시 회사 전체의 이익보다 자기 산하 조직의 이익을 우선한 대기업 출신 리더들을 몇몇 떠나보냈습니다.

기업문화 원칙에 따른 승진과 보상이 실제 작동하고 있나요?

회사가 핵심가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가가 중요합니다. 회사마다 핵심가치를 이해 못하는 사람, 이해는 하는 사람, 공감까지 하는 사람, 다른 사람에게도 전파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평가를 했을 때 점수로 나오기도 하지만 평소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와디즈는 핵심가치를 전파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기고 보상하고 있습니다. CEO가 없어도 이 사람과 같이 일하면 와디즈가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알 수 있죠. 또한 핵심가치 전파자들은 핵심가치를 공감하는 사람을 키워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동료들의 피드백을 받는 360도 다면평가시 역량평가 안에 기업문화 원칙에 대한 부분이 있습니다. 기업문화 평가에서 기준점수를 넘지 못하면 직책을 부여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우선순위를 파악하여 나 또는 내가 속한 조직보다 회사 전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진행한다는 원칙에 대해서 '저렇게 일하는 사람입니까?'라고 질문하고, 평가자는 '항상 그렇다', '대개 그렇다', '때때로 그렇다', '그렇지 않다' 중 골라 답합니다.

 

넷플릭스는 회의 중에 흑인을 비하해 이르는 말인 '니그로(negro)'라는 단어를 두 차례 말한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를 해고했습니다. 핵심가치인 포용성을 해쳤다는 이유로요. 비슷한 사례가 있나요?

탑 리더십은 기업문화의 지향점입니다. 이들이 조직문화를 지키지 않으면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직을 조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전에 보직 해임된 임원은 두 개의 팀을 맡았지만 결국 두 팀 모두 와해됐습니다. 팀장 두 명 중 한 명은 나가고, 다른 한 명은 팀장에 걸맞은 역량을 발휘하지 못해서 다른 실에서 핵심 멤버를 보내줬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나무가 자라듯 성장하던 친구였는데 멈춘 거죠.

 

면담을 해보니 진짜 필요한 '필살기'를 안 가르쳐 준 겁니다. 중요한 것은 다 자기가 하고 후배한테는 허드렛일만 시킨 거예요. 본인은 상대방에게 어려운 일이니깐 대신해준다고 한 건데, 그게 대기업에서 잘못 배운 거죠. 운동장에서만 죽어라 뛰게 하고 경기장에선 공을 차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중요한 경험은 경기장에서 공을 차보는 것인데 말이죠.

 

사람을 키우려면 권한위임을 하고 후배가 뚫고 나갈 수 있도록 리더가 봐줘야 해요. 후배들이 '마지막 순간에 내가 했다'는 경험을 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을 승진시키거나 채용하는 데 두려움이 있었던 건가요?

사람을 키우지 못하면 리더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스타트업은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세워야 할 보직이 늘어납니다. 그런데 넥스트 리더십을 못 세우는 리더는 담당자 이상의 역량이 없는 거죠. 자신감이 없는 거예요. '내 업무를 떼어 주면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인데, 짧은 생각이죠.

 

앞서 언급했던 그 임원의 경우 직원 채용을 하라고 하면 역량이 부족한 사람을 자꾸 최종 면접에 올리는 거예요. '스펙이 너무 좋은 친구는 와서 적응을 잘 못 할 것 같다', '허드렛일이 많다고 빨리 그만둘 것 같다'고 하더군요. 리더십의 시작은 사람을 알아보고 발굴하는 것이고, 그다음은 그가 뛰어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죠.

 

대기업 출신 경력직들이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에 적응을 못 한 경우라고 보면 될까요?

저도 경험해 봤지만, 대기업 문화는 사일로 이펙트가 강합니다. 우리나라 대기업 특징이 부서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전체 회사를 볼 수가 없어요. 하나의 목적성을 가진 본부 이상의 조직은 본 적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속한 조직 챙기는 정도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2019년부터 팀장 리더십 교육을 하는 것도 사일로 이펙트를 해소하기 위한 것인가요?

몰라서 안 하는 것과 아는데 안 하는 것은 다릅니다. 인격적인 부분은 회사에서 가르치기 어려워요. 내 성장 과정이 만든 결과인데 내가 바꿀 마음도 없고 바꿀 수도 없는 거죠. 그런데 몰라서 안 하는 경우가 많이 존재하더라고요. 지금까지는 개별적으로 피드백을 줬지만, 조직이 100명을 넘어서다 보니 팀장의 역할을 체계화해서 각자의 관리역량을 조율하는 게 필요한 단계가 된 거죠.

 

실무자였을 때 평가가 좋았던 사람이 관리자가 됐을 때도 잘 할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면 실무자일 때는 적당히 야근하면서 일하면 상대방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팀장이 되면 '굿맨 콤플렉스'가 강한 사람이라 팀원들 평가가 안 좋을 것 같으면 다른 팀 업무를 튕겨내는 거죠. 이건 관리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몰라서 그렇거든요. 2019년 시작한 인적자원개발의 핵심이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잘 가르치자'입니다.

20대도 팀장이 될 수 있다

대기업에선 팀장급이 실질적인 의사결정자입니다. 위험을 감수하는 결정을 잘 하지 않을뿐더러 제대로 할 법하면 집에 가야 할 때가 됩니다. 하지만 와디즈에선 20대도 팀장이 될 수 있습니다. 역할과 보상이 빠른 속도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젊은 인재들에겐 큰 매력입니다.

와디즈의 인재상인 '진국이'는 팀플레이를 잘하고 표나지 않는 일도 해야 합니다. 이른바 90년생에겐 맞지 않는 것 아닌가요?

'요즘 애들이 이기적이고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한다'는 것은 과거부터 늘 있었던 얘기입니다. 요즘 세대는 의사소통 스타일이 다를 뿐이지, 버릇없는 사람과 괜찮은 사람의 비율은 세대를 막론하고 비슷하다고 봅니다.

 

저는 밀레니얼이라고 불리는 요즘 세대가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일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경향이 과거보다 더 강해요. 대기업과 스타트업 사이에서 고민하는 친구들 중엔 자기 인생을 살아가려고 하고, 일의 의미가 중요한 친구들이 많아요.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오히려 스펀지 같아요. 어린 친구들일수록 우리 기업문화에 깊이 젖어 들고 그에 대한 애정이 강해요.

 

90년생의 의사소통은 어떻게 다른가요?

이 친구들에겐 '네가 하고 있는 일'이 '네가 찾는 그 의미'와 부합한다는 걸 눈으로 보여 주는 게 중요해요. 고객이 와디즈에 어떤 감사 메시지를 보내왔는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등 시청각적으로 잘 전달해야 해요. 91년생 직원이 자기가 일하는 방식과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브런치'에 글을 쓰니, 92년생 동료가 '이렇게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구나' 하며 동기부여를 받고, 이런 게 퍼져나가는 거죠.

 

젊은 직원들이 빨리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중요하겠죠?

와디즈에는 20대 팀장과 50대 팀장이 있습니다. 연봉은 다를 수 있지만 역할 범위는 다르지 않아요. 그 팀을 이끌고, 업무계획을 짜는 거죠. 저는 신입직원이 들어오면 꼭 해주는 얘기가 있어요. '경기장에서 주전으로 빨리 뛰게 하는 것 말고는 해줄 게 없습니다.' 그건 의사결정을 빨리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의미예요. 대기업에선 팀장들이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자인데, 너무 늦죠. 그러다 보니 위험부담이 있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제대로 할 법하면 집에 갈 때가 돼요. 우리는 보통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팀장이 됩니다. 임원 중에서 제일 어린 사람이 갓 30세를 넘겼습니다.

 

어떻게 30세에 임원이 될 수 있었나요?

와디즈 안에서 이사라는 직책을 달아도 이견을 제기할 사람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개인 퍼포먼스와 관리자 역량 모두를 갖춘 사람이죠.

 

2014년 여름 신입 인턴으로 들어와서 와디즈에서 해야 하는 업무를 거의 다 해본 것 같아요. 마케팅, 홍보, 회계, 영업 등 전 분야를 경험했어요. 묵묵히 주어지는 일은 다 하는 사람이었죠. 와디즈 서비스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상태에서 영업부서에 가니 실적을 만들어 내더군요. 그다음에 주어진 미션이 팀장으로서 팀 빌딩을 하는 것이었는데, 1년 만에 팀원을 2명에서 30명까지 키웠습니다. 그러면서 자기 조직실적을 연간 600% 성장시켰죠. 그뿐만이 아니라 직무 내용과 직무교육방식을 체계화했고, 아래 팀장도 세웠습니다.

 

어떤 사람이 스타트업에 딱 맞는 인재인가요?

성장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강한가, 또 성장이 정체됐을 때 피드백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느냐를 따져봐야 합니다. 개인의 성장 속도가 기업의 성장 속도보다 높은 사람은 입사 1년 뒤 팀장, 그리고 1년 뒤 실장이 되는 구조로 가요. 개인의 성장 속도가 올라가다가 떨어지는 때에 회사는 그 빈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메울 수밖에 없어요. 그때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갈려요. 전자는 다시 성장 속도가 올라가기 시작하고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지만, 후자는 아쉽게도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많이 생기죠.

 

'나이 어린 팀장, 나이 많은 팀원' 구조가 작동한 사례가 있나요?

일반적이에요. 사람을 역량이 아니라 나이로 보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받아들일 수 있는데, 자신감이 없으면 자꾸 방어하려고 하죠. 거기에서 성장 가능성이 갈립니다.

 

대기업에서 3~5년 정도 일하다가 오는 경우가 어려운 연차인 것 같아요. 나름의 성공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전 방식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죠. 와디즈에는 나이 어린 팀장, 나이 어린 팀원이 많은 편이라 피드백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창업한 이후에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 나이 문제예요. 저뿐 아니라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한 살이라도 많으면 선배 대접을 받으려고 하는 문화가 회사의 역동성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꼭 이겨내야 하는 장애물이라 생각해요.

기업문화 세부사항을 명문화해라

넷플릭스의 '컬처 데크'처럼 와디즈도 기업문화 5원칙과 세부사항을 명문화했습니다. CEO와 팀장 간 상시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워지면서부터 문서화를 시작했습니다. 매달 열리는 '임팩트 포럼'은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기업문화를 이해하고 실천하게 돕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사업 규모가 어느 정도로 커졌을 때 기업문화 명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나요?

창업 초기엔 정말 작은 공간에서 시작했어요. 등을 맞대고 일하는 정도 크기였죠. 눈빛만 봐도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기 때문에 문서화가 전혀 필요 없었어요. 대표이사가 매니저급 직원과 1대1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시스템이 별로 필요하지 않습니다. 100명이 넘는 상황에서는 10여 명 팀장들과 한 달에 한 번 밥 먹기도 어려워요. 문서화를 언제 처음 했는지를 딱 잘라서 말하기 어렵지만, 팀장급과 1대1 의사소통이 어려워지면서 시작한 것 같습니다.

 

6년 전 기업문화 원칙을 담은 책자를 처음 만들었습니다. 이후에도 내용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어요. 처음엔 되게 자세하게 썼죠. 하고 싶은 걸 다 썼더니 실행이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미션, 비전, 그리고 5원칙으로 정리했어요. '우리는 옳은 일을 합니다', '급변의 물살을 즐기며 앞서 나갑니다', '팀원 간의 필요를 채워줍니다', '파트너와 고객에게 긍정적인 기억을 남깁니다', '재무적인 이익을 추구합니다' 이렇게요. 그랬더니 사람마다 원칙을 해석하는 게 달라지는 거예요. 5원칙 밑에 세부항목을 적게 됐죠.

 

와디즈 신규 입사자는 5원칙과 세부항목에 대한 일종의 테스트를 받습니다. 회사에 들어온 첫날 하는 카드 게임이 그것인데요. 앞면엔 원칙, 뒷면엔 세부항목을 쓴 카드들 중에서 상관없는 내용을 쓴 카드를 골라내는 게임이에요. 와디즈가 정리한 정의와 약속한 일하는 방식이 이렇다고 알려주는 거죠.

와디즈 신규입사자가 입사 첫날 해야 하는 와디즈 5원칙 카드게임 ©와디즈또 모든 와디즈 입사자들은 '나는 무엇을 더 낫게 만들 것인가'를 정해야 합니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게 곳곳에 붙여놔요. 명함에도 'we make [ ] better.'라는 문장이 박힙니다.

 

기업의 비전이나 미션은 공허하게 들리기 일쑤입니다. 어떻게 해야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기업문화 세부항목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을까요?

매달 초에 열리는 '임팩트포럼'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전 직원에게 한 달간 우리가 5원칙에 따라 무엇을 잘했는지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우선 매달 새로운 입사자가 들어오기 때문에 신입사원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다음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펀딩 모집액 등 KPI를 발표하며 회사가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요.

 

'급변의 물살을 즐기며 앞서 나간다'는 원칙에 따라 일하는 사람을 부서별로 추천 받아 내부 심사를 통해 '와디즈 서퍼(surfer)'로 선정해요. 매달 시상을 하는데 제주도 여행권을 주는 등 눈에 보이게 포상을 하죠.

 

또 '팀원 간의 필요를 채워준다'는 원칙에 따라 직원들끼리 '칭찬 릴레이'를 합니다. 이전 수상자가 다음 수상자를 정하는 방식인데, 차기 수상자에 대한 코멘트를 익명으로 취합해 발표합니다. 칭찬 릴레이 수상자는 얼굴 사진과 그 사람의 'make [ ] better' 문구가 박힌 포스터가 회사 컬처센터 벽면에 걸려요. 동료들로부터 인정을 받은 것이니 영예로운 일이죠.

와디즈 본사 컬처센터 벽면에 칭찬 릴레이 수상자의 얼굴 사진과 'make [ ] better' 문구가 박힌 포스터가 걸려있다. ©와디즈

마지막으로 '옳은 일을 한다'는 원칙에 따라 회사가 사회적으로 어떤 임팩트를 만들었는지를 공유합니다. 와디즈는 채용할 때 지원 동기, 즉 'why 와디즈'를 중요하게 봐요. 그런데 막상 들어와서 일을 하다 보면, 역할이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초심에서 멀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더라고요. 그래서 창업스토리, 우리의 원칙, 우리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에 대해 더 자주 얘기하려고 합니다. 와디즈가 만드는 임팩트를 더 잘 정리해서 공유하고, 눈에 더 잘 보이게끔 말이죠.

와디즈는 매달 초 '임팩트 포럼'을 열어 전 직원에게 기업문화 5원칙에 따라 무엇을 잘했는지를 공유한다. ©와디즈

임팩트 포럼은 회사의 여러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공론의 장이 됩니다. 톱다운 방식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 구성원에게 최적의 제도를 만들어가는 소통이 일어나는 곳이죠.

임팩트 포럼에서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와디즈 타임제'라고 이름 붙인 자율출퇴근제인데요. 의무 근로시간을 오후 2~4시로 정하고, 출퇴근은 알아서 할 수 있게 했습니다. 대신 1주일에 40시간의 소정 근로시간을 채워야 한다고 고지했습니다.

 

의무 근로시간은 그냥 정한 게 아니라 3개월 시범 운영을 해보고 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정한 겁니다.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까지도 해봤고, 아예 시간을 정하지 않고도 해봤어요. 그런데 의무 근로시간이 없으면 직원들이 더 불안해하고 눈치를 많이 보더라고요. 회사가 중간 정도의 룰세팅을 해줘야 직원들이 눈치 안 보고 제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평일에 일찍 퇴근하더라도 주말에 나와서 주 40시간만 채우면 떳떳한 거죠.

 

넷플릭스는 '휴가정책 없는 휴가제도'처럼 각종 제도와 절차를 없앴습니다. 대신 직원들에게 자유와 책임을 부여했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극한의 자유가 주어졌을 땐 오히려 휴가를 못 씁니다. 물론 무임승차하는 사람들은 많이 쓰겠지만 그들은 페널티를 받게 되죠. 그렇게 되면 전체적으로 휴가를 덜 쓰는 경향으로 흘러갑니다.

 

사실 2018년 임팩트포럼에서 '무제한 휴가제도'를 발표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날 아침 마음속에 '휴가를 무제한으로 쓰면서 잘 성장해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저는 마음속에서 일치가 안 되면 실행을 잘 못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믿지 못하면서 믿는 척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도입을 철회했었죠.

 

100명 중 20명이 휴가를 무제한으로 쓴다고 가정했을 때, 그렇다고 그들을 안 좋게 평가한다면 불공평하잖아요. 차라리 솔직하게 '너 고생하는 거 알아, 보상을 더 해줄게' 해야지, '얼마든지 쉬세요' 한 다음에 불이익을 주는 건 잘못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