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출근길이 즐거울 수 있을까

신문사 기자 둘이 2018년 8월 넷플릭스 기업문화를 담은 <파워풀>을 공동 번역해 출간했습니다. 다시 1년여 한국의 기업문화를 취재한 내용을 담아 '파워풀한 팀은 무엇이 다른가: 기업문화 파헤치기'를 썼습니다.

 

왜 그랬는지 돌이켜보면, 아마도 <파워풀>을 번역하면서 가슴에 꽂힌 한 문장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가 <파워풀>의 저자이자 넷플릭스 전 최고인재책임자인 패티 맥코드(Patty Mccord)에게 넷플릭스 합류를 설득하면서 한 말입니다.

매일 출근해서 이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질 거야.

이런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회사라면,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지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떨쳐버릴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는 기존의 관행과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지시로 회사가 굴러가는 게 아니라 구성원 한명 한명의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내야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까요.


넷플릭스가 온라인 DVD 대여 사업에서 스트리밍 방식의 OTT* 사업으로 전환하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앞세워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갈 수 있었던 비결은 '자유와 책임'의 기업문화에 있었습니다. 빅데이터·인공지능 등 디지털 혁신 기술을 활용하는 '플랫폼 경제'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기업문화를 혁신해야 한다는 데 깊이 공감했습니다.

* Over The Top의 줄임말로 기존의 통신 및 방송 사업자와 더불어 제3의 사업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드라마나 영화 등의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이 일을 왜 하는가'를 끊임없이 묻게 됩니다. 일은 고되고 외재적 보상은 적은 만큼 내재적 만족감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하면 버티기 힘들어지는 일이지요. <파워풀>을 번역하면서 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구성원이 창의적이고, 생산적이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일 겁니다.


인사(HR) 전문가가 아닌 기자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고민했습니다. 바로 취재였습니다. 넷플릭스가 던진 질문들에 대해 국내 기업들로부터 답을 들어보는 것이죠.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국내 기업환경과 근로자들의 니즈에 적합한 기업문화 모델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파워풀>은 넷플릭스 CTO로 14년간 일한 패티 맥코드가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의 문화'를 소개한 책입니다. 전 CTO가 단지 넷플릭스의 성장 과정을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환경이 놀라운 속도로 변화하는 오늘날 높은 성과를 내는 조직문화를 구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직원을 어른으로 대접하고, 회사가 직면한 도전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하고, 극도로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 격렬하게 토론하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인재를 최고로 대우해 영입하고, 그렇지 않은 직원과는 좋게 헤어질 것을 '실천사항'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패티 맥코드는 저서를 통해 "출근을 해서, 자신이 믿고 존경하는 동료들로 이뤄진 제대로 된 팀과 함께, 미친 듯이 집중해 멋진 일을 해내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에서 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한국 기업도 '자유와 책임의 문화'를 구축할 수 있을까

<파워풀> 번역본이 나온 뒤 IT 스타트업, 금융회사, 부동산개발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 경영진을 만났습니다.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의 문화를 과연 한국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넷플릭스는 어디일까?', '해고가 어려운 한국 노동시장에서도 넷플릭스식의 인사관리가 통할까?', '수평적인 관계에서 격렬하게 토론하는 문화가 한국에서 가능할까?' 등 다양한 질문들이 나왔습니다. 이후 1년간 이런 질문들에 답이 될 수 있는 기업문화 사례를 찾아갔습니다.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모든 기업에 적용할 수 있을까, 혹은 그럴 필요가 있을까'란 의문도 떠올랐습니다. 이원재 LAB2050 대표는 "넷플릭스의 방식은 성장하는 조직에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도 인터뷰를 통해 "고성장 기업에서만 가능한 문화"라며 "그런데 모든 산업에 고성장의 기회는 있다. 결국, 창의력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문화가 성과에 영향을 미치고, 성과를 내는 기업만이 이런 문화를 유지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모빌리티와 금융 등 급격한 디지털 변환을 겪고 있는 산업에 속한 기업 CEO들이 특히 고민이 많아서인지 넷플릭스의 기업문화에 공감하는 바가 컸습니다. 원종석 신영증권 부회장은 "증권업의 패러다임이 서비스업으로 바뀌고 있다"며 "파워풀을 읽고 크게 깨달은 바가 있다. (변화를 위해서는) CEO의 비전을 주입하기보다 회사가 직면한 도전과제와 목표를 알려주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한 차량공유 기업 CEO도 "결국 파워풀에서 말하는 것처럼 새로운 도전 없이는 직원들이 재밌게 일하거나 배울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넷플릭스 기업문화에 관한 질문은 주로 '금전적 인센티브는 동기 부여에 효과가 없는지'와 '휴가 정책이 없는 휴가 제도* 등 자유의 오남용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에 집중됐습니다. 제시카 닐(Jessica Neal) 현 넷플릭스 CTO가 2018년 11월 '글로벌 인재포럼 2018'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했을 때도 관련 질문이 많이 나왔습니다.

* 넷플릭스는 회사 차원의 휴가 정책을 없애고, 대신 직원들에게 자신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신의 관리자, 즉 직속 상사와만 상의하면 된다. 패티 맥코드 넷플릭스 전 CTO는 이에 대해 "직원들이 각자의 시간에 책임질 거라고 믿어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권한 부여"라고 말한다.


대담자로 나선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삼성전자에서의 경험에 빗대어 금전적 인센티브 없이도 충분히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이미 동기 부여가 돼 있는 사람, 도전과제를 해결하려는 열정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고 최고의 보상을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패티 맥코드 전 CTO 또한 <파워풀>에서 "능력이 탁월한 동료, 명확한 목표, 제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의 조합이 강력한 동기를 제공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넷플릭스처럼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국내 기업은 어디일까를 고민했습니다. 세 가지를 기준으로 기업을 찾았습니다.

 

(1)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추구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는가, (2) 기업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가, (3)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가.


기업문화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실험을 하는 기업들은 얘기할 거리가 많았습니다. 모바일 플랫폼 경쟁을 펼치고 있는 핀테크(토스, 와디즈, 렌딧)와 커머스(배달의민족) 분야가 눈에 띄었습니다. 대기업 중에선 CEO가 기업문화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메리츠화재가 이례적인 경우였습니다.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의 문화'가 플랫폼 경제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업문화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콘텐츠 플랫폼 사업 방식을 도입하면서 창의적인 인재 활용을 위해 기업문화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기업이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대표적인 디지털 콘텐츠 기업인 CJ ENM의 인적자원개발(HRD) 방법을 취재한 이유입니다.


6개 기업을 선정한 후엔 분석 편과 인터뷰 편으로 나눠 개별 기업문화를 살펴봤습니다.

 

메리츠화재,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CJ ENM은 규모가 큰 조직에서 혁신적인 기업문화가 제도적으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가 관심사인 만큼 분석 편(챕터2~챕터4)으로 다뤘습니다. 스타트업인 비바리퍼블리카(토스팀), 와디즈, 렌딧은 CEO 자체가 해당 기업문화의 근간이자 브랜드이기 때문에 그들의 말과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인터뷰 형식(챕터5~챕터7)으로 서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