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니라, '적합한'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8년 9월에 발간된 <스타트업 바이블 1>, <스타트업 바이블 2>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과 더불어 경영 서적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저자 짐 콜린스(Jim Collins)가 위대한 기업을 이끄는 경영진의 심중을 다음과 같이 간단히 표현했다.

나는 우리가 이 버스를 어디로 몰고 가야 할지 정말 모릅니다. 하지만 이건 웬만큼 압니다. 우리가 적합한 사람들을 버스에 태운다면, 적합한 사람들을 적합한 자리에 앉히고 부적합한 사람들을 버스에서 내리게 한다면, 이 버스를 멋진 어딘가로 몰고 갈 방법을 알게 되리라는 겁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슈퍼 아이디어, 1000억 원의 투자자본 그리고 좋은 팀. 그중에서 단 한 가지만 선택해야 한다면, 창업자는 과연 무엇을 택해야 할까? 현명한 창업자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좋은 팀'을 선택해야 한다. '적합한 사람들'로 구성된 유능한 팀 말이다.

좋은 팀이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쓸 만한 아이디어와 적당한 양의 돈은 좋은 팀만 갖춰지면 자연히 따라오는 파생적인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좋은 아이디어는 좋은 사람들이 만들어내고, 적당한 양의 돈은 좋은 사람들에게 투자되지 않는가.

    

세계 유수의 기업들 중에는 그리 대단하지 않은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로 창업해 마침내 전 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경우가 적지 않다. 3M과 HP는 초창기 아이디어와는 전혀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세계 최고의 브랜드가 되었다. 이제는 세계 일등 기업이 된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도 원천기술이 아닌 파생적 아이디어로 정상의 자리에 섰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바로 좋은 팀이 있었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들은 나쁜 아이디어를 좋은 아이디어로 만들 수 있지만, 능력 없는 사람들은 좋은 아이디어를 오히려 나쁜 아이디어로 만든다. 구체적인 아이디어 하나 없이 창업해 성공을 거둔 익사이트(Excite)는 좋은 사람들로 구성된 A급 팀의 능력을 보여주는 적절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좋은 팀은 투자유치에도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실리콘 밸리의 엔젤 투자자와 벤처 캐피털에,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가장 유심히 검토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좋은 팀'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스타트업의 사업계획서와 제안서 맨 앞장에 창업자와 경영진의 이력이 제시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먼저 인적 자원의 경쟁력 여부를 판단한 후에 그 뒷장을 넘겨 구체적인 사업내용을 검토한다. 만약 좋은 팀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그 사업계획서는 바로 휴지통이나 분쇄기로 들어간다. 특히 아이디어만 존재하는 엔젤 투자 단계에서 투자를 최종 결정하는 것은 바로 창업자의 능력과 성품이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엔젤 투자자 중 한 사람인 요시 바르디(Yossi Vardi)는 비즈니스 모델과는 상관없이 창업자들의 면면만 보고 그 자리에서 투자를 결정한다. 실리콘 밸리 엔젤 투자의 대부인 론 콘웨이(Ron Conway)도 말한 바 있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장의 크기와 창업자의 능력이지만, 결국 시장의 크기는 창업자가 극대화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스타트업의 투자유치를 결정하는 궁극적인 요소는 바로 좋은 팀이라는 것이다. 사실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은 어찌 보면 지나치게 당연한 말이다. 사업은 모두 사람들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기서 적합한 사람의 기준과 좋은 팀의 구성에 대해 깊이 다루고자 하는 이유는, 대기업과 비교해 스타트업에서는 사람의 중요성이 한층 강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의 뜻은 알지만 이를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실천하는 이가 드물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창업 팀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장 이상적인 창업 팀의 숫자는 2~4명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창업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 장난이 아니다. 창업과 스타트업 운영에 따르는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와 고통은 매우 극심해 혼자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따라서 1인 창업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스타트업이 잘 운영될 때는 당연히 행복하지만,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때 겪게 되는 스트레스와 우울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잘 될 때보다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나 이때 함께하는 동료가 있으면 역경을 더 쉽게 넘어설 수 있다. 무엇보다 함께 시작한 친구를 봐서라도 그만두겠다는 마음을 쉽게 가질 수 없다. 혼자 창업한 경우에는 이런 각오와 의지를 다지기가 힘들다.

    

1인 창업 팀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는 비단 창업자 개인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Y 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은 스타트업을 무너뜨리는 열여덟 가지 실수 중 첫 번째 실수가 바로 단 한 명뿐인 창업 팀이라고 말한 바 있다.

 

창업자가 한 명이라는 것은 그가 주위 사람을 설득해 같이 창업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주위 사람들이 창업자의 비전과 능력을 못 미더워했다는 사실을 뜻한다. 무엇보다 가장 친한 친구나 가족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은 창업자의 자신감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이런 경우는 투자유치나 직원을 고용할 때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혼자 창업하면 독재자가 된다. 자신이 내리는 결정이 항상 최상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굳게 믿는다. 하지만 옳은 결정보다는 틀린 판단을 내리기 쉽다. 그래서 주위에 공동 창업자가 필요하다. 게임회사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 회장은 인터뷰에서 경영 동료의 유용성을 언급했다.

마음에 안 드는 점도 있지만, 경영진에게 맡기는 편이 더 효율적이다. 과거엔 싸운 적도 많은데 나중에 보면 경영진 이야기가 맞는 때가 더 많았다.

까칠하기로 유명한 스티브 잡스도 인터뷰에서 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 사업하면서 비틀즈를 모델로 삼아요. 4명이 서로 단점을 보완하면서 균형을 잡거든요. 사업에서 혼자선 신통한 일을 못해요.

그렇다고 해서 창업 팀을 너무 많은 사람들로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두 명 이상이 모이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다른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각종 의견 충돌로 인해 일이 비효율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실리콘 밸리에서도 종종 보듯이 창업 멤버가 많으면 단순한 의견 차이가 깊은 감정의 골을 만들고, 나중에는 파벌까지 형성된다. 그리고 급기야 스타트업이 붕괴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더러는 창업 팀 중 일부가 스타트업을 떠나 같은 아이디어로 다시 창업을 하는 상황도 생긴다. 이 경우에는 법적 소송에 휘말리기도 하는데, 이는 누구도 원하지 않는 상황일 것이다.

그렇다면 창업 팀의 바람직한 구성은 무엇일까? IT분야의 스타트업 창업 팀 중에는 반드시 기술에 대해 잘 이해하는 엔지니어가 있어야 한다. 물론 엔지니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만약 네 명의 인원으로 창업 팀을 구성한다면 그중 세 명은 직접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개발자인 것이 좋다.

 

나머지 한 명은 프로그래밍을 할 줄은 몰라도 다른 개발자들과 이에 대해 어느 정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특히 인터넷 사업의 창업 초창기에는 영업이나 마케팅이 전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창업자들이 해야 할 일은 영업이나 마케팅이 아니라 제품 개발이므로 전체 인력 중 엔지니어 인력을 최대한 많이 배치해야 한다.

 

닷컴 버블이 최고조를 이루었던 2000년 초에는 새파랗게 젊은 MBA들로만 구성된 슈퍼스타 팀들이 창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좋은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인터넷과 IT기술에 대한 지식이 요구되는 사업에서 MBA들 대부분은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기술에 대해 전혀 모르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고,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방법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엔지니어를 채용할 때도 채용기준이 불투명했다. 간혹 영업과 마케팅뿐만 아니라 IT기술에 대한 지식도 해박한 MBA들이 있는데, 대부분 컴퓨터공학을 공부하거나 경영대학원에 진학하기 전에 개발에 직접 참여했던 사람들이다.

    

나는 사실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한 경험은 없다. 학부 때 기계공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지금까지 영업과 마케팅 업무를 주로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많은 개발자들과 함께 일하며 IT기술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고, 나름대로도 관련 지식을 꾸준히 공부해왔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개발과정에서 보유기술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유추하고, 사업의 방향과 전략에 대한 의사를 결정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부한다. 물론 가끔은 '내가 직접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면!' 하고 상상해보기도 한다. 엔지니어가 개발한 기능에 대해 일일이 수정을 요청하는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가라지닷컴의 창업자이자 투자자인 가이 가와사키는 엔지니어 한 명당 50만 달러의 가치를 더하고, MBA 한 명당 25만 달러의 가치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을 책정한다고 한다. 투자자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창업 경험이 있는 엔젤 투자자들은 대부분 이처럼 엔지니어가 많은 스타트업에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할 것이다.

    

그러나 창업 팀에 영업과 마케팅에 능한 인력이 한 명 정도 있는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모두가 밤을 새우며 제품을 개발하는 동안, 누군가는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고객의 요구가 제품에 반영될 수 있도록 중간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애초 창업 팀이 아닌 MBA를 굳이 다른 곳에서 찾아 팀에 합류시킬 필요는 없다. 영업 또는 마케팅 전문가가 창업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일은 굳이 MBA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만약 고객의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천천히 배우면 된다.


공학과 경영학을 모두 공부한 사람으로서 자신 있게 말하건대 경영학 전공자가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일은 시간이 많이 필요하거나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공학 전공자가 경영학을 새로 배우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경영에는 왕도가 없으며, 각 상황에 따라 직관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최고의 해결법이기 때문이다.

슈퍼스타는 필요 없다

스타트업에 '적합한' 사람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정의는 사실 간단하다. 스타트업의 구성원은 슈퍼스타일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훌륭한 체력을 바탕으로 열심히 뛰는 선수여야 한다.

 

다시 말해, 스타트업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Cristiano Ronaldo) 같은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보다는 박지성 같은 체력 좋은 선수가 더 적합하다는 말이다. 이런 사람들로 구성된 팀이야말로 진정한 A급 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되었지만, 박지성 선수는 호날두 같은 천재 선수가 아니었다. 히딩크 감독이 우연히 발탁한 박지성 선수는 당시 슈퍼스타였던 이천수 선수에 비하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다.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체력이 좋았던 박지성 선수는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구선수인 동시에, 세계 최고의 축구팀인 영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에서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그를 발탁한 이유는 탄탄한 체력과 강인한 의지 때문이었다. 실제로 박지성 선수는 한번 배운 것은 무조건 자기 것으로 만드는 스펀지 같은 면모가 있다. 이러한 사람이야말로 스타트업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재상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파생적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제품과 서비스로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에서 해야 하는 일은 기본적인 지식과 상식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이다. 반드시 구체적이고 특별한 기술을 갖출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항상 배우려는 의지와 최선을 다하는 자세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덕목이다. 마치 박지성 선수가 운동선수의 기본이 되는 좋은 체력과 강한 의지를 가진 것처럼 말이다. 대기업에서 20년 동안 인터넷 사업 마케팅을 담당했던 슈퍼스타급 인재보다는, 대학을 갓 졸업해 실전능력은 떨어지지만 열심히 배울 자세가 된 사람들이 창업에서는 한층 더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스타트업에 필요한 인재상에 대해 CEO들과 창업자들에게 물어본다면 어떤 대답을 할까? 아마 제각기 다르겠지만 몇 가지 공통적인 단어들을 열거할 것이다. '열정적인', '긍정적인', '빨리 배우는', '집념이 강한', '가슴속에서 강한 기운이 꿈틀대는' 등이 그것이다.

 

분명 이것들은 모두 스타트업에 반드시 필요한 자질들이다. 하지만 누가 나보고 스타트업에 필요한 자질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끝을 보는' 성격을 꼽을 것이다. '끝을 본다'는 말은 한번 시작한 일은 그 결과가 좋든 나쁘든 반드시 마무리를 짓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일과 기회를 찾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번 벌인 일을 잘 주워 담아 마무리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 주위에 일을 벌일 줄 아는 사람이 백 명 있다면, 벌인 일을 잘 끝내는 사람은 아마 두 명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끝을 본다'는 말의 구체적인 의미는 하는 일에 따라 달라진다. 영업사원이라면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을 의미하고, 개발자라면 코드 한 줄 한 줄이 완벽하게 돌아가기 전까지는 잠을 자지 않는 것을 의미하며, 홍보담당자라면 밤 11시에 유력 일간지 기자에게 서슴없이 전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를 비롯해 뮤직쉐이크의 직원들은 대부분 이렇게 '끝을 보는' 사람들이다. 개발을 담당하는 친구는 프로그램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는 버그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없는 인물이기에 때로는 문제가 발생해도 일부러 그에게 보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영업은 주로 내가 하는데, 직원들은, "배기홍 이사에게 걸리는 고객은 정말 불쌍하다"는 우스갯소리를 자주 한다. 일이 성사되기까지 고객을 가만히 두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끝을 보는 것'과 '성공'이 동일 단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끝을 본다는 것은 말 그대로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끝까지 가서 결론을 낸다는 말이다.

 

나는 일주일에 신규 영업 건을 약 10건 정도 만들고, 이 건들이 매출로 직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해서 그중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것은 잘해봐야 2건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나는 끝까지 노력을 했기에 나머지 8건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도 잘 되지 않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스타트업에 적합한 사람의 요건들 중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영어실력이다. 스타트업의 모든 직원이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면 매우 좋겠지만, 그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일 것이다. 최소한의 조건을 말하자면 창업 팀 중 한 명은 영어를 유창하게 할 줄 알아야 하며,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직원은 영어로 하는 업무를 전혀 불편해하지 말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유창한 영어실력은 단순하게 영어로 된 문서를 읽고 쓸 줄 아는 정도의 실력이 아니다. 자신의 사업에 대해 투자자나 사업 파트너와 생산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을 말한다.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노릴 시장은 국내가 아니라 미국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은 애초 창업 첫날부터 미국 시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일단 국내 사업을 어느 정도 안정화한 다음에 중국과 미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생각은 그다지 좋은 전략이 아니다. 큰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을 작은 시장으로 가져오는 것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서비스를 미국으로 가져가는 것보다는, 미국에서 성공한 서비스를 국내에 도입하는 것이 성공 확률이 더 높다는 말이다.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투자유치, 파트너십 체결 등을 위해 실리콘 밸리를 방문한다. 그런데 이때 통역사와 함께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통역사는 사업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으므로 상대방에게 우리 측 의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어에 능하지 못한 창업자에 대해 상대방이 신뢰를 갖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창업자 스스로 영어공부를 하거나 영어에 능한 직원을 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에 기여도가 높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현명한 사람이다.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지식이나 능력을 과시하지 않으며, 잘못과 부족함을 인정하는 일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졸부는 자기의 부를 자랑하기 위해 비싼 양복과 고급 외제차로 치장하지만, 정말 돈이 많은 재벌은 5천 원짜리 점심도 먹고 지하철도 자주 이용한다. 자신이 부자인 것을 자타가 알기 때문에 특별히 과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인재도 마찬가지이다. '잘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말이 맞습니다', '제가 그 분야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라는 말을 기꺼이 하는 사람이 진정 실력 있고 현명한 사람이다. 이런 현명한 사람들로 스타트업을 꾸려야만 성공적인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스타트업의 흥망 여부는 전적으로 스타트업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자질과 품성에 달렸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창업 인재는 어디에 있을까?

스타트업에 적합한 인재상이 분명해졌다 해도 한 가지 문제점이 남아 있다. 창업이라는 고난의 길을 함께할 사람을 어디서, 어떻게 찾느냐 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에 필요한 사람은 대기업 직원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고, 공무원과는 더더욱 다른 사람이다.

 

한 가지 일에 정신없이 몰두한다는 점에서 일반인들에게는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나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위기의 순간을 함께할 창업동지를 그렇게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흔히 친구나 가족과는 절대로 동업하지 말라고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말에 동의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한술 더 떠, 사업은 무조건 친구나 가족과 함께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특히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것을 해야 하는(doing more with less)' 스타트업에서는 동료 간에 절대적인 신뢰와 믿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부분만 원활하다면 어떤 사업이라도 성공할 수밖에 없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내 모든 것을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절대로 직원과 마음을 터놓고 함께 일할 수 없다. 경영자가 새로 채용한 직원과 손발을 맞춰 일할 수 있게 되기까지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그 과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다. 그러므로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을 방법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현명하다. 답은 바로 오랜 친구와 가족을 창업동지로 맞이하는 것이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친구, 언제나 내 편인 가족, 그들과 함께 땀 흘리고 고생할 수 있다면 그만한 행복이 어디 있을까. 게다가 사업이 좋은 성과를 내고 뜻밖에 운도 따라 대박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을 것이다.

    

나는 가족과 동업을 한 적은 없지만, 친구와 함께 스타트업을 꾸린 경험이 있다. 그리고 현재 뮤직쉐이크의 동료 중 한 명도 25년 지기 죽마고우인데, 이 친구 덕에 오랜 벗과 함께 사업을 꾸려나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새삼 실감하고 있다.

    

오랜 죽마고우인 서철은 어릴 적 유럽에서 함께 자랐지만, 내가 귀국하면서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이다. 그러다 이메일을 통해 소식을 전하게 되었고, 우연히 로스앤젤레스에서 다시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철이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졸업 후에는 줄곧 IT분야에서 일한 매우 드문 이력의 소유자이다. 인터넷 음악 서비스 기업인 뮤직쉐이크와 놀랍도록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유능한 인재이다.

    

현재 제품 기획을 담당하는 철이와 내가 절대적으로 '좋은 궁합'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기에 오히려 더 격한 논쟁과 정면충돌을 빚기도 했다. 친구가 아니었다면 관계가 아예 틀어졌을 정도로 심각한 위기상황도 간혹 있었다.

 

그러나 함께 일하는 2년여 동안 서로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 우리는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믿음과 대화를 통해 모든 문제들을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나는 항상 그 점을 감사히 여기고 있다.

    

특히 의리로 맺어진 진한 우정은 사업이 위기에 닥쳤을 때 그 진가를 발휘했다. 2009년의 파란만장한 위기와 고비 앞에서 나는 육체적·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스스로 '멈추지 않는 불도저'라 자부했고, 남들은 '기계'라고 할 정도로 도전적이었던 나는 그 순간 끝 모를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다행히 사랑하는 아내의 격려와 동료들의 따뜻한 배려로 아주 짧은 시간에 예전보다 더 강해진 모습으로 재기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시기에 나를 독려한 가장 큰 존재는 바로 친구였다. '내 설득으로 철이가 뮤직쉐이크에서 일하고 있는데 여기서 친구를 실망시킬 수는 없지!'라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과 각오가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던 것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창업에 학벌이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교의 명성이 아니라 인적 교류의 측면에서 볼 때, 명문대학이 그렇지 않은 대학에 비해 어느 정도 우월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이유는 자신의 앞날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한 젊은 친구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해는 없기 바란다. 이는 그저 확률의 문제일 뿐, 절대적인 수치나 정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젊은 인재는 어느 곳에나 있다. 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자 한다면 자신이 먼저 스타트업에 적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열정과 끝을 보는 집념이 갓 태어난 스타트업을 더욱 단단히 여물게 할 것이다.

    

그런 후에는 좋은 사람을 만나 가까이 두어야 한다. 세계적인 슈퍼스타로 발돋움하는 우리나라 가수 겸 연기자인 '비'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할리우드에서 세계적인 엔터테이너들과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아이디어가 저절로 샘솟는다.

스타트업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좋은 창업 팀과 함께한다면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해낼 수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눈빛이 살아 있는 사람, 배포가 두둑한 사람, 현명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자. 그리고 그런 친구들과 함께 비전을 꿈꾸자. 좋은 사람들에게 둘러쌓이면 언젠가 반드시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