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아이디어 vs 파생적 아이디어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0년 8월에 발간된 <스타트업 바이블 1>과 2013년 1월에 발간된 <스타트업 바이블 2>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성공적인 사업을 위한 아이디어의 기준은 무엇일까?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 비슷한 아이디어인데, 왜 어떤 사업체는 대박이 나고 다른 사업체는 쉽게 무너지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디어에 대한 충분한 고찰이 필요하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는 하늘이 결정해주지만, 우리의 삶을 조금 더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는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다.


- 모토히데 하타나카(Motohide Hatanaka), 타크람(Takram) 창업자

아이디어란, 한마디로 인간의 활동을 지배하고 발전시키는 창의적인 생각이다. 가장 쉬운 예로, 성능이 좋으면서도 가격이 싸고 실용적인 상품, 고객의 관심을 끄는 새로운 판매방법 등이 모두 아이디어에 해당한다.

아이디어는 분야, 산업, 업무방식 그리고 용도에 따라 천차만별로 구분이 가능하다. 그 가운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점' 이라는 기준에서 본다면 창업 아이디어의 성질을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바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파생적 아이디어'이다.

 

1. 새로운 아이디어(breakthrough idea)

우리 주위에 이미 존재하는 기술이나 방법과는 완전히 다른 해결책을 말한다.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해결책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혁명적 혁신과도 일맥상통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비약적인 발전을 통해 인류가 몇 세대 앞서가는 것을 가능하게 하며, 그 과정에서 이전에는 생각할 수조차 없었던 새로운 시장, 즉 '블루오션'을 창조한다.

블루오션이란 다른 기업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시장을 말한다. 기존의 치열한 경쟁시장 속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매력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만들어낸 자신만의 독자적인 시장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이런 블루오션을, 그것도 아주 거대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학교 또는 대기업의 연구·개발 조직에서 처음 만들어진다. 대규모 예산을 할당받아 구체적인 상업 용도로 개발되는 것들도 더러 있지만, 대체로 상업 용도를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아이디어는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라'라는 시장의 원칙과 무관하다. 이런 아이디어들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전혀 모르는 조용한 실험실에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은 이러한 새로운 아이디어의 가장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1980년, 유럽 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팀 버너스 리(Tim Berners Lee)는 쉽고 저렴하게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여러 컴퓨터들이 연동된 네트워크를 개발했다. 이것이 오늘날의 인터넷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 당시 팀은 일반 대중에게 이런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으며, 자신이 만든 네트워크가 전 세계를 거대한 망으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더더욱 하지 못했다. 그밖에 당시 대중교통 수단이었던 말을 대체하는 포드(Ford)의 자동차 생산과 책방에서만 책을 살 수 있다는 개념을 바꿔버린 인터넷 서점 아마존(Amazon)의 창시도 새로운 아이디어의 좋은 사례들이다.

 

종합해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기술
  • 높은 불확실성
  • 전례 없는 비약적인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제품, 서비스 그리고 프로세스 생성
  • 전통적인 시장 또는 산업군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거나 완전히 새로운 시장 창조

 

2. 파생적 아이디어(derivative idea)
이미 시장에 존재하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좀 더 발전시키거나 다른 방법으로 변형시키는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파생적 아이디어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달리 기존 기술과 동일한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 점진적 혁신과도 일맥상통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성서>에서 말하는 '창조론'이라고 본다면, 파생적 아이디어는 찰스 다윈이 주장한 '진화론'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인간의 생활을 크게 바꿀 수 있는 비약적 발전을 가져오는 것과는 달리, 파생적 아이디어는 우리의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실과 공공화장실의 세면대에서는 이 파생적 아이디어가 지속적으로 적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센서를 이용한 자동 수도꼭지, 자동 비누 분배기, 손의 물기를 말릴 수 있는 자동 건조기, 그리고 이 자동 건조기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 터널형 건조기 등이 그것이다.

 

이 발명품들은 좌변기처럼 우리의 생활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것은 아니더라도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파생적 아이디어들이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달리 파생적인 아이디어는 실험실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널리 발견되고 개발될 수 있으며, 대체로 시장의 요구에 의해 탄생된다. 고객은 이미 존재하는 기술과 제품의 특성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제품을 제공하는 업체도 고객의 목소리를 통해 새로운 니즈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합해보면 파생적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 기존 기술을 재활용한 기술
  • 낮은 불확실성
  • 기존 제품, 서비스 그리고 프로세스에 기능을 추가하거나 비용 절감을 도모
  • 전통적 시장 또는 산업군 내에서 경쟁력 강화를 가능하게 함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서는 어떤 아이디어가 필요할까? 새로운 아이디어일까, 아니면 파생적 아이디어일까?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업들은 인간 생활에 일대 혁신을 가져온 아이디어를 토대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독창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창업한 이들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누구나 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창업할 수는 없다는 데 있다.

 

왜냐하면 세상을 바꿀 만큼 위대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그리 쉽게 탄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디어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높은 지능도 분명히 필요하겠지만, 남다른 통찰력과 사고력 그리고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모두 다 말을 타고 다닐 때 자동차라는 새로운 운송수단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확률은 억만 분의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명백해진다. 가능성이 낮은 일에 매달리기보다는 확률이 더 높은 일에 전심전력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바로 파생적 아이디어를 통해 창업을 도모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스타트업들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사용자에게 현재 사용하는 서비스보다 조금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는 개선이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가 의외로 많다. 이런 부분을 잘 잡아내는 안목만 있어도 파생적 아이디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소비자가 기존 제품과 비교해 성능이 약간 더 우수하거나, 불편한 점이 개선된 제품에 호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소비자의 호감은 곧 경쟁력이 되고, 경쟁력을 갖추는 순간 수익이 확보되는 것이다.


파생적 아이디어는 투자유치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보다는 파생적 아이디어를 더 선호한다. 파생적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제품과 서비스는 시장성과 시장의 크기가 어느 정도 가늠이 되고, 그만큼 사업의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창업은 발명이 아니다

"정말로 창업하고 싶지만, 세상을 바꿀 만한 혁명적인 아이디어가 없어요. 어떻게 하죠?" 한국과 미국을 막론하고 예비 창업자가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하지만 창업은 발명이 아니다. 창업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신제품을 발명하는 게 아니고 이미 존재하는 제품을 더 빠르고, 더 싸고, 더 편리하게 변형하는 재주다. 이런 재주를 가진 창업자의 사례를 살펴보자.

 

사례 1: 모바일 결제 서비스 스퀘어(Square)

트위터(Twitter)의 공동 창업자 잭 도시(Jack Dorsey)는 친구 짜증을 들어주다가 새로운 개념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스퀘어(Sqaure)를 창업했다.

 

계기는 이렇다. 취미 삼아 유리세공을 하는 친구가 손님에게 작품 하나를 팔았는데 2천 달러(약 240만 원)를 손해 봤다고 투정했다. 수중에 현금 2천 달러가 없었던 손님은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 받아요?" 결국 친구는 작품을 팔지 못했다.

 

잭 도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휴대용 신용카드 단말기를 구상하던 잭 도시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신용카드 가맹점이 될 수 있는 서비스 스퀘어를 만들었다.

 

스퀘어는 코슬라 벤처스(Khosla Ventures)로부터 시리즈 A 투자를, 세콰이어 캐피털((Sequoia Capital)로부터 시리즈 B 투자를, KPCB에서 시리즈 C 투자를 받았다.* 2011년 6월 평가 가격이 10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다.

* 관련기사: 스타트업 투자 때 시리즈 A, B, C… 알파벳의 정체는? (한국경제, 2019.1.29)

 

사례 2: 파일 공유 서비스 드롭박스(Dropbox)

드루 하우스턴(Drew Houston)은 어느 날 작업 내용을 저장한 USB 드라이브를 집에 놔두고 와서 4시간 동안 전혀 일하지 못했다. 화딱지가 난 하우스턴은 컴퓨터의 작업 파일을 원격 파일 서버와 자동으로 동기화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당시 시장에는 이미 유사 서비스가 있었지만 느리고, 버그가 많고, 불편하고, 대용량 파일 지원이 약한 상황이었다.

 

한 개발자의 짜증으로 2007년 가을에 탄생한 드롭박스(Dropbox)는 전 세계 5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40억 달러(약 4조 8000억 원)의 평가 가격으로 총 2억 5700만 달러(약 3084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솔직히 파일 공유 서비스 드롭박스의 개념이나 기술은 새롭지 않다. 그러나 기존 제품의 불편함과 단점을 분석해서 더 빠른, 더 저렴한,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어서 성공한 사례다.

 

사례 3: 인터넷 진료 예약 서비스 족닥(ZocDoc)

족닥(ZocDoc)의 창업자는 2007년, 고막이 터지는 사고를 당했다. 바로 이비인후과 의사를 찾았지만 찾고 예약하는 데 4일이 걸렸다. 담당 의료보험사 웹사이트에서 알려준 전문의 리스트는 오류가 너무 많았고 예약 가능한 의사를 찾아 전화를 걸고 또 거는 여정은 울화통 터지는 일이었다.

 

'아니, 의사 하나 찾아서 예약하기가 이렇게 복잡해?'

 

고막 터진 환자는 창업자가 됐다. 인터넷 진료 예약 서비스 족닥은 지금까지 실리콘밸리 최고의 창업투자회사를 포함해서 9500만 달러(약 114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족닥 사이트에서 매달 120만 명이 넘는 환자가 진료예약 검색을 한다.

 

족닥의 아이디어나 기술은 새로울 것이 없다. 다만, 기존 프로세스의 불편함과 단점을 잘 파악해 향상했을 뿐이다.

 

사례 4: 스티브 잡스는 발명가가 아니라 편집자였다

우리 시대 최고의 선지자로 기억될 애플(Apple)의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사례를 살펴보자. 잡스와 애플은 세상을 여러 번 바꿨지만, 그때마다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발명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가 맞겠다.

잡스는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로 제품을 만든 적이 없다. 잡스는 기존의 기술을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제품으로 '편집'하는 데 있어서 독보적이었을 뿐이다. 실제로 잡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10년 이상 투자했지만 실패한, '태블릿'이란 미운 오리를 아이패드라는 백조로 화려하게 성장시킬 정도로 편집의 달인이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개인용 컴퓨터 기사를 써온 미국 <휴스턴 크로니클(Houston Chronicle)> 기자 드와이트 실버맨(Dwight Silverman)은 스티브 잡스가 '괴팍한 신문 편집자(crotchety newspaper editor)' 같다고 말했다.

최고의 편집자는 거칠고, 냉혹하고, 언어를 기가 막히게 다루는 재주가 있으며, 나중에 보면 항상 옳습니다. 잡스는 최고의 편집자처럼 기술을 편집했고 더 낫게 만들었습니다. 잡스는 거의 언제나 옳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아웃라이어(Outliers)>로 유명한 인기 도서 작가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도 <뉴요커(The New Yorker)>를 통해 스티브 잡스의 핵심역량은 발명이 아니라 편집이라고 썼다.

잡스는 앞에 놓인 물건을 피도 눈물도 없이 개량하는 재능이 있습니다.

창업이 항상 발명일 필요는 없다. 이미 존재하는 기술과 제품의 단점을 잘 파악해서 그 시대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도록 '편집'을 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없어서 창업을 못한다는 건 핑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