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골드밀

영화 <록키>를 좋아한다.

 

<록키>의 줄거리는 엄청 단순하다. 무명 복서가 기적처럼 챔피언과 시합할 기회를 얻고, 열심히 연습해서 경기를 치른다는 이야기다. 그 간단한 드라마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그 드라마는 선악의 대결이나 정의의 승리에 대한 내용이 아니다. 이 영화에는 악인이 없고, 록키는 시합에서 이기지도 못한다. 스포츠 액션이 호쾌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챔피언 아폴로 크리드와 록키의 경기는 1라운드 시작종이 울릴 때부터 15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채 9분도 되지 않는다. 9분 동안 록키는 무지하게 얻어맞는다. 아무리 처지가 어려워도 꾹 참고 성실히 살다 보면 언젠가는 성공한다는 이야기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나는 <록키>가
변신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무시하고, 스스로도 별 볼일 없다고 여기는 한 청년이 기회를 얻는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다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한다. 그래서 노력하고, 주변 사람들의 응원을 받고, 끝내 챔피언에 맞먹는 훌륭한 권투 선수가 된다. 우리는 거기에 감동받는다. 우리 안에도 챔피언의 잠재력이 있고, 어떤 계기만 주어진다면 날아오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 기분을 느껴 보려고 영화 주인공 흉내를 내며 미술관 계단을 오른다.

 

그런데 영화에서 록키에게 기회를 마련해 준 이들은 실은 록키에게도, 다른 무명 복서들에게도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언론에는 '미국은 모든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땅'이라고 선전하지만 말이다.

 

나는 이 책에서 장편소설공모전의 한계를 이것저것 따졌다.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너무나 성공하는 바람에 이제는 도리어 어떤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장편소설공모전이 장점이 많은,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준다. 다른 선발 방식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다면 신인 작가와 출판사, 독자들이 두루 이득을 볼 수 있는 방식이라고 본다. 작가 지망생 입장에서 거부해야 할, 불의한 시스템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아폴로 크리드가 록키에게 제안한 경기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공정하고 훌륭한 무대다.

 

공모전 제도가 미치는 영향력, 그리고 그 제도를 둘러싼 환경을 손봐야 한다. 나는 그런 지론과 별도로 공모전에 도전하는 많은 작가 지망생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소설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 모두 공모전을 준비해야 한다면 그것은 뭔가 잘못됐다. 그러나 소설가가 되고 싶은 어떤 사람이 공모전을 준비하는 것은 아무 잘못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