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은 신입사원을 어떻게 뽑나

공채가 과연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인지, 또 한국 안에서는 여러 기업들이 널리 쓰는 일반적인 인재 채용 방식인지를 여기서 짚고 넘어가기로 하자.

 

대한상공회의소의 2013년 5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일·독 기업의 채용시스템 비교와 시사점>에 따르면 두 가지 사항 모두 '그렇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공채는 "국제적으로 보더라도 상당히 희귀한 형태의 채용 방법"이라고 한다. 이 방식을 처음 도입한 것은 1957년 삼성물산공사였는데, 이후 다른 기업들로 점점 퍼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 기업들은 사람을 공채로 뽑지 않고 어떻게 선발할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같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본 대로다. 사람이 필요할 때, 그 사람과 함께 일할 부서에서, 구직자들의 원서를 보고 괜찮아 보이는 사람을, 부서장이 자기 사무실로 불러서 인터뷰를 하고 채용을 결정한다. 이른바 '직무 중심 채용'이다.

관련 자료: 2013년 5월 대한상공회의소 연구 보고서, <한·미·일·독 기업의 채용 시스템 비교와 시사점>

공채가 무조건 나쁘고 직무 중심 채용 방식이 언제나 옳다고 할 수는 없다. 공채에도 장점이 많다. 우선 많은 인원을 짧은 시간에 선발할 수 있다. 스페셜리스트를 찾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괜찮은 제너럴리스트를 추리는 데에는 무척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공정하고,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준다. 삼성물산공사가 대졸 공채라는 신제도를 도입한 목적도 '학연·지연·혈연을 배제하고 공정하게 사람을 뽑기 위해'서였다.

 

한국 기업은 신입사원을 어떻게 뽑나

공채가 과연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인지, 또 한국 안에서는 여러 기업들이 널리 쓰는 일반적인 인재 채용 방식인지를 여기서 짚고 넘어가기로 하자.

 

대한상공회의소의 2013년 5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일·독 기업의 채용시스템 비교와 시사점>에 따르면 두 가지 사항 모두 '그렇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공채는 "국제적으로 보더라도 상당히 희귀한 형태의 채용 방법"이라고 한다. 이 방식을 처음 도입한 것은 1957년 삼성물산공사였는데, 이후 다른 기업들로 점점 퍼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 기업들은 사람을 공채로 뽑지 않고 어떻게 선발할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같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본 대로다. 사람이 필요할 때, 그 사람과 함께 일할 부서에서, 구직자들의 원서를 보고 괜찮아 보이는 사람을, 부서장이 자기 사무실로 불러서 인터뷰를 하고 채용을 결정한다. 이른바 '직무 중심 채용'이다.

관련 자료: 2013년 5월 대한상공회의소 연구 보고서, <한·미·일·독 기업의 채용 시스템 비교와 시사점>

공채가 무조건 나쁘고 직무 중심 채용 방식이 언제나 옳다고 할 수는 없다. 공채에도 장점이 많다. 우선 많은 인원을 짧은 시간에 선발할 수 있다. 스페셜리스트를 찾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괜찮은 제너럴리스트를 추리는 데에는 무척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공정하고,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준다. 삼성물산공사가 대졸 공채라는 신제도를 도입한 목적도 '학연·지연·혈연을 배제하고 공정하게 사람을 뽑기 위해'서였다.

 

공채는 고도성장기 한국 기업에 딱 맞는 인재 선발 방식이었다. 일할 사람은 많이 필요했고, 어차피 그들에게 대단히 전문적인 업무를 맡기지는 않을 터였다. 구직자들은 먼저 그룹 단위로 실시하는 공채 시험에 합격하고, 나중에 자신이 어느 계열사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를 통보받았다. 내 아버지도 그랬다. 그 시험을 합격한 연도에 따라 '기수'가 생겼다. 몇 년도 입사기수라든가 사시 몇 회라든가 하는 질서가 생기고, 그게 업계 내부의 권위주의를 유지하는 큰 축이 된다.

 

규모가 큰 방송국과 신문사들은 대부분 정기적으로 공개 채용 시험을 통해 기자들을 뽑는다는 대답에 놀라지 않는 사람들이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큰 소리로 웃기까지 했다. '어떻게 저널리스트들을 시험을 쳐서 뽑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도 많이 받아서 나중에는 그런 질문이 나오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 관련 기사: 저널리스트를 시험 쳐서 뽑는다고? (미디어오늘, 2005.6.28)
 

외신에서 일하는 한 한국계 기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지방 신문이나 지방 방송사가 활성화되어 있어요. 다들 그런 데서 커리어 시작해서 경력을 쌓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없으니 한 회사에서 3, 4년 지내면 '다음에는 어디로 가지?' 이런 심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게 되고요. 그러다 좀 더 명성 있는 회사의 문을 두드려 보는 거죠. 우리 회사에 있는 사람들 보면 다들 그래요.

"그러면 신입 사원 공채로 들어오는 사람은 없나요? 전부 다 경력 출신이에요?"

내가 물었다.

경력이다 공채다, 그런 구분 자체가 없어요. 99퍼센트가 경력이니까. 공채라는 단어가 영어로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한국 기자들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공채 출신과 경력 입사자 사이에 벽이 있다거나, 방송사에서 공채 출신들이 이너서클을 이루고 경력 입사자를 끼워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솔직히 이해가 안 가죠. 다른 동료한테 '입사 동기'라는 말을 설명하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아예 그 개념이 없는 거예요.

외신 기자가 설명했다.

등단 작가의 공모전 지원과 취업 반수 현상

이미 등단한 작가들이 소설공모전에 계속 원고를 보내는 이유는 "신인 작가의 책 출간을 꺼리는 출판계 상황에서 책을 내기 위한 수단이나 두둑한 상금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이다. '등단 > 꾸준한 작품 활동  > 점차 출판계의 인정을 받음 > 책을 내고 인세 수입을 올림'의 길은 막혔거나 너무나 좁다고 보는 것이다.

 

내부 사다리가 너무나 허약하기 때문에 복권이나 다름없는 공모전이 오히려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유능한 인재들이 투고보다는 공모전 도전을 택하면서 업계의 내부 사다리는 더욱 부실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공모전 경쟁률은 점점 더 높아지며, 신인들은 여기에서 경력자들과 경쟁해야 한다.

 

나는 똑같은 현상이 지금 한국의 취업 시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모전'이라는 단어를 '공채'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왜 현역 지역 방송 아나운서와 현역 스포츠 채널 아나운서가 아무런 경력이 없는 대학생과 함께 공중파 방송사의 공채에 입사지원서를 내는가? 그것은 아나운서 업계의 내부 사다리가 허약하기 때문이다. 증권 방송이나 소비자 TV에서 아무리 애를 써도 공중파 방송사로 스카우트되거나, 공중파 방송사의 아나운서만큼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걸 그들 자신이 누구보다 더 잘 알기 때문이다. 이 업계에서 성공하려면 처음부터 공중파 방송사 아나운서로 시작해야만 한다! 이는 지방 신문의 신춘문예나 장르 문학으로 등단한 젊은 작가들이 겪는 고민과 정확히 똑같다.

 

이게 문학계와 아나운서 업계만의 특수한 상황일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기업 대졸 신입 사원 공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왜 중견·중소기업에 잘 다니고 있는 젊은 회사원이 삼성과 LG 신입 사원 공채에 입사 지원서를 내는가? 내부 사다리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 청년들은 '중견·중소기업에 입사 > 성실한 직장 생활 >  점차 업계의 인정을 받음 > 삼성·LG로 스카우트되거나, 다니던 회사에서 받는 대우가 삼성·LG 직원만큼 좋아짐'이라는 전망이 비현실적이라고 본다. 그래서 공채에 한번 합격한 뒤에도 다른 공채에 재도전한다. 채용 담당자들도 그 트렌드를 받아들이고, 신입 사원 공채를 통해 경력자를 뽑으려 한다.

 

신입 사원 채용 시 가장 중요한 자격 요건은 '경력'이라는 말은 말장난이 아니다. 아시아경제 2015년 11월 3일자 기사 제목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잡코리아에서 기업 인사 담당자 238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벌였는데, 신입 사원을 뽑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항에 대해 '경력'이라는 응답이 42.9퍼센트(복수 응답 허용)로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는 '경력의 뫼비우스의 띠'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경력이 없으니 취업을 할 수 없고, 취업을 못하니 경력을 쌓을 수 없는 상황을 자조하는 용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