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과 고시생의 싸움

산업은행 앞에 모인 사람들은 각지에서 올라온 로스쿨 학생들이었다. 집회의 공식 명칭은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 여의도 결의대회'였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사법시험 존치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2017년 폐지하기로 되어 있는 사법시험을 로스쿨과 함께 병행하는 방식으로 계속 유지하자는 여론을 둘러싼 토론회였다. 사시를 준비하는 고시생들의 요구가 법에 반영되는 첫 단계라 할 수 있겠다. 로스쿨생들은 그런 논의는 절대 하면 안 된다며 자신들의 의지를 보여 주기 위해 국회 앞 100미터 지점에 모인 것이다.

 

학생 대표들은 이렇게 말했다.

악의적인 시선도 많고 음해도 많아서 어떤 움직임도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변호사가 될 사람으로서, 우리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다른 사람의 권리를 지킬 수 있겠습니까?

로스쿨생이 전부 금수저라고 합니다. 물론 실력보다 집안 배경이 좋아서 취직한 로스쿨생이 없지 않습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현대판 음서제 누가 만들었습니까? 그걸 보면서 제일 박탈감을 크게 느끼는 건 로스쿨생 아닙니까?

이날 여의도에서 약 9킬로미터 떨어진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는 '사법시험 폐지 반대 전국 대학생연합' 소속 학생들이 로스쿨생들의 주장과 정확히 반대되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시 폐지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기자회견에서 굳은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사법시험의 존폐 문제가 공정한 사회를 갈망하는 대학생과 청년 세대 전체의 문제라는 신념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사법시험 폐지는) 평등한 시험의 기회가 사라졌고 이 나라가 불공하고 불평등한 방법으로만 꿈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가 될 것입니다.

그들은 이것은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고, 아르바이트와 휴학을 전전하는 평범한 대학생들에게 졸업까지 학비가 1억 원이 든다는 로스쿨은 기회를 가로막는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과 같다고, 사시가 유지돼야 이 사회가 공평무사함을 믿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사법시험을 유지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로스쿨생과 고시생들에게 사회정의와 자기 정체성, 그리고 자존심의 영역으로 넘어가 있었다.

 

한 걸음 떨어져 보면 로스쿨생과 고시생은 모두 선량한 피해자였다. 그들이 로스쿨 제도를 만든 건 아니니까. 그리고 그들이 지키려는 이익은 그야말로 작은 것이었다. 밥그릇 싸움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었다. 이 젊은이들은 아직 제 몫의 밥그릇을 갖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모두 가엾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