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중소기업과 청년 친화 강소 기업
고용 시장에서는 기업이 노동자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노동자 역시 기업을 고른다. 노동자 역시 여러 가지 정보가 충분하지 않으면 간판에 의존하게 된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데에는 그런 이유도 있지 않을까?
정부나 언론에서 '좋은 중소기업도 많다, 급여나 근로조건이 대기업 못지않은 곳도 있다.'라고 아무리 말해 봤자 구직자에게는 별 소용이 없다. 그 중소기업이 어디인지 알려 주지 않는 한. 쥐꼬리만 한 급여를 그나마도 수시로 체불하고, 근로조건은 1980년대 수준인 중소기업 역시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좋은 중소기업과 나쁜 중소기업을 구분할 수 없을 때, 가장 합리적인 판단은 중소기업을 모두 기피하는 것이다. 최소한 대기업에서는 월급을 제때 주고, 근로조건도 어느 수준 이상은 될 테니까, 대기업이라는 간판을 믿는 게 현명하다. 청년들에게는 인생이 걸린 문제인데, 일단 다녀 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2017년 12월 발표한 '대국민 중소기업 이미지 인식도 조사 보고서'를 살펴보자. 중기중앙회는 시민 1000명에게 같은 질문을 주고 각각 대기업과 중소기업에게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기라고 했다.
메시지는 명확하다. '중소기업이 한국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알겠고, 좋은 기업들이 많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다니고 싶지는 않다.' 이런 경향은 20~30대 응답자 사이에서 더 두드러진다.
나는 정부와 중소기업계가 주도하는 중소기업 인식 개선 캠페인들이 독자를 도서관에 데려가 "좋은 책이 많으니 무조건 읽어라."라고 권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