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말

지식은 우리 삶에 변화를 일으킬 때에만 그 가치가 있다.  -에피쿠로스

책을 읽다 보면, 책 너머 '이 책을 읽었을 누군가의 관점'이 궁금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팀은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일과 삶에 도움이 되는 책을 PUBLY가 선정하고, 선정한 책을 재미있게 읽을 만한 큐레이터에게 제공, PUBLY 팀과 큐레이터가 재미있고 의미 있게 읽은 문장을 중심으로 재구성하면 어떨까?

 

저희는 아래와 같은 방식의 책과 큐레이터의 매칭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혼자 읽어도 좋지만, 신뢰할만한 누군가의 안목으로 재탄생한 책들이 궁금하신 분께서는 앞으로 Book curated by PUBLY를 주목해주시길 바랍니다. 관련하여 아이디어나 더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anna@publy.co 로 연락주셔도 좋습니다.

 

부디, 잘 읽어주세요!

 

- PUBLY CCO 김안나 드림.

큐레이터의 말

핫초코, 실패, 진정성

우리 회사 명함에는 자신의 키워드 세 가지를 적는다. 이 명함을 받은 사람은 "아니, 실패를 좋아하세요? 그러기 힘든데…" 묻는다. "좋아한다기보다 실패에 익숙해지고 싶어서요." 왈의 공동대표 김지언 님의 대답을 엿듣는다.

 

우리가 회사를 뛰쳐나와 가장 먼저 한 프로젝트는 20대 100명을 인터뷰하는 일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획일화되어 있고, 왜 일과 삶에 있어서 다양한 선택지를 찾기가 어려울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한 일이다. 우리가 만난 인터뷰이들은 이 책에서 문학 공모전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설문 조사 결과(5장 중 '시험은 공정한가' 참조)와 비슷한 대답을 했다.

기획자의 말

지식은 우리 삶에 변화를 일으킬 때에만 그 가치가 있다.  -에피쿠로스

책을 읽다 보면, 책 너머 '이 책을 읽었을 누군가의 관점'이 궁금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팀은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일과 삶에 도움이 되는 책을 PUBLY가 선정하고, 선정한 책을 재미있게 읽을 만한 큐레이터에게 제공, PUBLY 팀과 큐레이터가 재미있고 의미 있게 읽은 문장을 중심으로 재구성하면 어떨까?

 

저희는 아래와 같은 방식의 책과 큐레이터의 매칭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혼자 읽어도 좋지만, 신뢰할만한 누군가의 안목으로 재탄생한 책들이 궁금하신 분께서는 앞으로 Book curated by PUBLY를 주목해주시길 바랍니다. 관련하여 아이디어나 더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anna@publy.co 로 연락주셔도 좋습니다.

 

부디, 잘 읽어주세요!

 

- PUBLY CCO 김안나 드림.

큐레이터의 말

핫초코, 실패, 진정성

우리 회사 명함에는 자신의 키워드 세 가지를 적는다. 이 명함을 받은 사람은 "아니, 실패를 좋아하세요? 그러기 힘든데…" 묻는다. "좋아한다기보다 실패에 익숙해지고 싶어서요." 왈의 공동대표 김지언 님의 대답을 엿듣는다.

 

우리가 회사를 뛰쳐나와 가장 먼저 한 프로젝트는 20대 100명을 인터뷰하는 일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획일화되어 있고, 왜 일과 삶에 있어서 다양한 선택지를 찾기가 어려울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한 일이다. 우리가 만난 인터뷰이들은 이 책에서 문학 공모전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설문 조사 결과(5장 중 '시험은 공정한가' 참조)와 비슷한 대답을 했다.

시험은 공정하지 않고, 합격하는 스펙은 따로 있다. 하지만 공채는 계속 존재해야 하고… 음 그러니까 나는 합격 비법이 궁금하다.

마땅한 대안도 없고 방법도 모르겠으니 차악(次惡)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심정이라는 거다.

 

마음껏 실패할 수 있는 운동장

저자는 공채 제도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신입 채용하는 방식이 공채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시험으로 선발되지 못한 인재들이 세상 한쪽에 자리 잡고 격렬하게 자기주장을 펼쳐야 한다고 말한다. 공채와 별개로 또라이들이 사회 한 구석에서 무모한 실험, 모험을 더 많이 벌여야 한다고. 황당한 짓거리를 시도해볼 수 있는 운동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한 인터뷰 프로젝트에서 "상상력에 권력을!"이라고 외친 졸업생이 있었다. 모두 다 대기업 취업에 목을 매니 자신도 안 하면 죽는 줄 알았다고. 우연한 기회로 그 생각을 접고 나니 삶이 단순해지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지금 20대들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자유. '다른 세계가 가능하구나' 하고 아는 것이다. 프랑스의 68혁명 때 슬로건이 2018년 대한민국 구석에 도착해 있다.

 

깜깜이 시장을 밝힐 목소리

그 '운동장'을 만드는 데에 정부와 각 부처가 힘써 달라는, 힘없는 논문 제언 같은 소리는 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구체적인 제안을 던진다. 문학계에서 독자인 우리가, 구직 시장에서 또라이인 우리가 목소리를 모으자고 말한다. '그들'과는 다른 주체적인 관점으로 새로운 의견을 나누고 데이터베이스화하자고 말한다.

 

깜깜이 시장이라고 불리는 구직 시장에서 우리 한 명 한 명의 목소리는 기존 시스템으로 발견할 수 없는 혁명적인 신인을 발견할 수 있는 작은 등불이 되어줄 거라고. 우리가 같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친절하게도,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실증적 자료 바탕의 스토리텔링이 최초의 목소리가 되어주고 있다.

 

웃기고 앉아서 문제 풀기

이 책 소제목은 대부분 재밌고 웃기다. 차례마다 설마 하고 피식피식 웃다가 본문에서 현실인 걸 알고 뒷목이 서늘해진다. 그중에서 챕터 4, 5가 가장 재밌고 서늘하다. 공채와 과거제도를 비교한 챕터서는 물음표만 21개가 나온다. 저널리스트를 뽑는 기자 시험에 퀴즈대회 출전자라도 뽑는 듯 최신시사상식을 달달 외우게 하고, '주차할 때나 필요한 듯한'(주차할 때도 필요 없을 듯) 대기업 공채의 도형 펼치기 문제는 무슨 소용일까.

 

그 기업에 필요한 사람을 뽑는 문제라고 할 수 없다. 삼성, 현대차, SK에 어울리는 외모 분석과 합격 정장이 버젓이 팔리는 현실은 개그 프로그램보다 우습다.

 

신촌역 스타벅스 3층

신촌역에서 가까운 스타벅스 매장 3층으로 가면 모두가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도서관 풍경이 나타난다. 2층은 수다 가능, 3층은 정숙. 누군가 만들어 놓은 규칙 마냥 모두가 그 룰을 지킨다. 9시 반에 스타벅스로 출근(?)하는 취준생들은 대부분 3층에 하나둘 자리를 잡는다. 나도 그중에 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복권 당첨(실제로 공채와 문학상을 주제로 한 이 책에서는 '복권'이라는 단어가 3번 나온다.)을 바라는 마음으로 나란히 앉아 최신시사상식과 도형 펼치기 문제를 푼다.

 

챕터 11에서는 은하계를 움직이는 암흑 물질(dark matter)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질량이 있기 때문에 중력을 일으키며 우리가 정체를 아는 모든 물질보다 훨씬 더 많은 것. 저자는 암흑 물질과 같은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해야 지금과는 다른 작가들과 작품들을 발견할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때 스타벅스 3층에서 따로 또 같이 앉아 있던 옆 사람에게 합격이나 당선이 아닌 주제로 말을 걸었다면 어땠을까. "3층은 정숙입니다" 하는 대답을 들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실패에 익숙해지는 세상

성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니라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는 이 책이 반갑다. 우리는 서로 각자의 길에만 몰두해있었기 때문에 공동체를 이룰 기회가 없었다. 경쟁은 치열하지만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다. 누가 누구를 무너뜨리고 정복해서 새로운 승리자와 패배자를 맞이하자는 것이 아니다. 두꺼운 성벽을 기준으로 넘으면 성공, 못 넘으면 실패자로 낙인 찍는 일을 멈추자는 거다. 다양한 종류의 시도를 허용하고 실패에 익숙해지자.

 

많은 결혼식에 가서 춤을 추면 많은 장례식에 가서 울게 된다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zabeth Kubler Ross)가 <인생수업>에서 한 말처럼 우리가 느끼는 상실이 크다고 생각된다면 삶에서 그만큼 많은 것을 시도했기 때문이고, 많은 실수를 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산 것보다 좋은 것이다. 신촌역 스타벅스 3층이 서로 다른 대화들로 시끄러워지는 날이 곧 왔으면 좋겠다. 일단 같이 이 책부터 읽고 나서.

 

이렇게 큐레이션 했습니다

이 책은 크게 문학 공모전과 공채에 대한 내용으로 나뉜다. 큐레이션을 마친 본 콘텐츠의 대부분은 공채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 무얼 하든 취업의 문턱을 한 번이라도 밟아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다. 문학상에 국한된 내용이라면 과감하게 삭제했고 공채 상황과 겹쳐 보이는 부분만 그대로 두었다. '소설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 공모전을 준비하는 것은 아무 잘못도 아니다'고 말하는 저자는 공모전 합격 팁을 부록에 남겨두었는데, 귀한 자료라 판단하고 구성에 포함했다.

 

비단 공모전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문학계 지망생이나 영화계 관계자 인터뷰는 현장 냄새를 가까이서 맡고 있는 분들만이 해줄 수 있는 말이기에 남겨두었다. 아마 공채 상황과 자연스럽게 겹쳐져서 공감하지 못할 문장을 찾는 게 더 어려울 것 같다. 읽다가 공채가 주어가 아닌 문장이 나온다면, 공채로 주어를 바꿔보자. 이 시스템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만연한지 다시금 서늘해질 것이다. 

 

- 큐레이터 노영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