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 섭외 과정

 

'Women at KAIST' 프로젝트를 통해 세 명의 여학생(김세정 물리학과 박사후연구원, 노세영 산업디자인학과 석사, 박솔 바이오및뇌공학과 석사)과 세 명의 남학생(박대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임예건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석사과정, 익명의 수학과 석사과정 학생)을 만났다. 

 

실은 만나기야 훨씬 더 많이 만났지만, 사적인 대화를 공적인 기록으로 옮기는 데 동의한 이들은 저 다섯 사람과 익명을 요구한 남학생 한 명이었다. 

 

본인은 물론, 주위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KAIST 구성원들에게 학교는 자신의 생활 공간과 밀접하게 결합된 공간이다. 또한 이들 대부분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서로 연결돼 한 두 다리만 건너면 어지간히 파악할 수 있는 좁은 사회 안에서 살아간다. 

 

교수 인터뷰를 진행할 때도 그랬지만, 학생 인터뷰는 더욱 조심스러웠다. 교수-학생이라는 상하 관계 속에서, 학생들은 자칫 잘못하면 학위를 볼모로 한 폭력적인 위계질서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 이른바 군대문화에 상대적으로 덜 '오염'돼 있고, 지위를 수단으로 윗 직급이 아래 직급에게 가하는 폭력의 강도가 다른 곳보다 훨씬 덜한 KAIST였지만, 그럼에도 학생들을 최대한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지간한 건 공개할 만한 여건에 있는 친구들이 이 프로젝트의 인터뷰이가 되어주었다. 학위과정을 마쳤거나, 유학을 가거나, 취업을 결심하고 학교를 떠나는 친구들, 혹은 상대적으로 좋은 연구실에서 공부하는 친구들, 솔직해져도 괜찮은 친구들. 학생들의 모양은 교수들보다 더 다양했다. 아직은 유사한 특성보다는 그들 각각의 사연들이 더 퍼져 있었다. 전국에서들 모였고, 해외에서 온 친구도 있었다.

절반의 특징, 과학고

 

과학고(노세영, 박솔, 익명의 남학생) 출신이 절반이었다. 엔드리스 로드*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KAIST 학생들은 출신 고등학교에 대해 매우 미묘한 입장들을 갖는 것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