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플랫폼 성장 전략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 2월에 발간된 <플랫폼의 생각법>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SNS는 검색과는 달리 도구의 제공이 어렵지 않았기에 SNS 플랫폼 간의 경쟁이 치열했고 그 경쟁의 결과는 빠른 확장과 그 확장에 따른 적절한 대응에 있었다. 페이스북은 먼저 하버드대학에서 시작하여 하버드대학 내에서 대다수가 참여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한 후 이 명성을 바탕으로 예일, 스탠포드 등 다른 대학으로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선택하였다.

 

이는 네트워크의 성장 속도와 시스템 투자 속도를 조절하기 위함이었고 이로 인해 적절한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속도 조절을 통해 페이스북은 규모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냈고 이는 신뢰할 수 있는 미디어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된다. 미디어 플랫폼으로 자리를 차지하면서 보였던 페이스북의 운영원칙을 보면 두 가지 특징을 갖는다.

ⓒ한스미디어

첫 번째는 단방향(1 to N) 미디어의 역할을 완전히 배제하고 다수 대 다수(N to N)의 미디어 형태를 지향했다는 점이다. 미디어는 역사적으로 일대다의 형태를 취해왔다. 조선일보나 문화방송이 콘텐츠를 제작하고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대중에게 전달하는 그런 방식이다. 전문가가 제작하면 전달경로는 이미 확보되어 있으므로 콘텐츠는 빠른 속도로 대중에게 전달되었다.

 

하지만 미디어 기업이 어떤 성향을 가지느냐 혹은 미디어 기업의 콘텐츠 제작이 공정한가에 대한 의심은 언제나 존재해왔고 아울러 정치집단의 미디어를 장악하려는 노력도 언제나 있어 왔기에 미디어는 완전히 가치중립적이지도, 완전히 독립적이지도 그리고 완전히 공정하지도 않았다. 그러기에 언제나 권력의 미디어, 가진 자들의 미디어라는 의심이 존재해왔다.

 

페이스북이 만들어낸 미디어 플랫폼은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의 운영자가 콘텐츠의 유통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공정성, 가치중립성, 독립성이라는 미디어의 덕목을 얻어냈다. 누구나 미디어 플랫폼에 콘텐츠를 올릴 수 있고 이 콘텐츠는 플랫폼 참여자들의 지지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 전파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조선일보도 문화방송도 모두 한 표를 가진 콘텐츠 제작자가 되었고 공정한 경쟁이 기본원칙이 된 것이다. 이 원칙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기존 미디어가 가진 첫 페이지를 운영하지 않는다. 페이스북은 네이버처럼 편집된 메인 페이지 없이 회원들 간의 소통을 도와주는 역할만을 담당할 따름이다.

페이스북은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특정한 메인 페이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한스미디어

두 번째 원칙은 신뢰기반의 실명 SNS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상에서 가상의 이름으로 미디어 활동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SNS가 갖는 특성상 실제 오프라인상에서의 관계를 온라인상으로 가져오기 힘들고 동일한 이유로 제작한 콘텐츠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는 것도 어렵다.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참가자는 실존인물이고 제작된 콘텐츠는 그 실존인물의 실제 관계 네트워크를 통해서 초기의 지지를 얻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내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실명으로 참여하면 네트워크 내의 신뢰는 상승하게 된다. SNS 서비스 내에서의 나의 명성이 나의 실제 세상에서의 명성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아울러 신뢰 네트워크에서의 콘텐츠의 확산은 콘텐츠에 대한 신뢰도 증대시키게 된다. 현재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인스타그램은 비실명 네트워크이고 유통되는 콘텐츠는 사진으로 한정되어 있기에 네트워크의 성장은 빠르지만, 미디어로서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미디어 플랫폼의 특징은 기본적으로 플랫폼의 참여자가 많아야 한다. 아니 충분히 많아야 한다. 또한, 네트워크가 충분히 커지게 되면 네트워크 효과로 네트워크의 성장은 지속된다. 페이스북은 훌륭한 도구와 전략 그리고 신뢰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미디어 플랫폼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양면시장 지향

미디어 플랫폼에서 양면시장의 의미는 우리에게 프로슈머(prosumer)*라는 단어를 가져다주었다. 기존의 미디어 영역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던 것과 달리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미디어 플랫폼에서는 누구나 콘텐츠 생산에 참여할 수 있다.

*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가 처음 사용한 단어로, Producer(생산자)와 Consumer(소비자)의 합성어이다. 소비자이되 생산 활동에 관여하는 계층을 의미한다.

 

여기서 콘텐츠는 의견일 수도, 사진·영상일 수도, 뉴스일 수도 있다. 조선일보와 같이 전문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참여자도 있고 자신이 방문한 식당의 음식 사진을 올리는 참여자도 있다. 여기까지는 기존에 이미 많이 언급되었던 마이크로 미디어의 개념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페이스북이 미디어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또 하나의 기능은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는 사람이 콘텐츠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다. 바로 '공유' 기능과 '좋아요' 기능이다.

ⓒ한스미디어

페이스북에서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람은 누구나 콘텐츠를 공유하거나 '좋아요'를 누를 수 있다. 과거 네이버 게시판과 같은 단방향 미디어에서는 콘텐츠를 지지하는 행위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과 달리 페이스북에서의 '공유'나 '좋아요'는 하나하나가 미디어 활동으로 간주된다.

 

'좋아요'가 많아지면 뉴스피드를 통해 전달될 가능성이 많아지고, 공유가 되면 이는 자연스럽게 친구 네트워크 내에서의 전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비록 자신의 일상사만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는 참여자일지라도 뉴스피드에 올라온 글이나 뉴스에 대해 공유하고 지지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즉 기존의 미디어라는 측면에서 완전히 수동적 자세를 가졌던 대중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미디어 행위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 것이다. 기존의 프로슈머라는 단어가 미디어라는 영역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은 것이다. 물론 이러한 미디어 활동이 기능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회원들 간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기본적으로 회원들 간의 소통이 이뤄져야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무언가가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좋아요'도 '공유'도 이러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야 미디어 도구로서 그 역할이 가능할 것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노력이 앞에서도 많이 언급했던 페이스북의 뉴스피드이다.

 

뉴스피드는 페이스북 사용자의 홈페이지 메인에 위치한 기능으로 현재 페이스북에서 제공하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다. 친구 및 팔로우(또는 좋아요)되어 있는 대상(사람이나 페이지 등)들의 게시물이나 다양한 활동들이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선택되어 제공된다.

* 대표적인 알고리즘으로 엣지랭크(EdgeRank)가 있다.

 

2006년 9월에 처음 서비스를 오픈하였으며 처음에는 '스토킹 서비스'라는 비난과 함께 500여 개의 안티 그룹까지 생겨났지만 CEO인 마크 주커버그의 즉각적인 사과와 프라이버시 장치 개발의 약속을 통해 비난을 정면 돌파하였다. 이후 급격한 페이지뷰 증가를 이끌어냈고 지금의 페이스북 가치를 이끌어낸 핵심 기능으로 인정받고 있다.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기능 ⓒ한스미디어

예를 들어 가족의 여행사진이든 명확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친구의 글이든 나의 뉴스피드에 올라온 글이 마음에 들어 '좋아요'라는 아이콘을 누르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이 글은 뉴스피드 알고리즘에 의해 평가가 상승하게 되어 다른 이들의 뉴스피드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된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면 보다 많은 '좋아요'를 받을 확률이 생기게 되고 결국 선순환을 통한 확산이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뉴스피드는 특정 이슈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빠르게 뉴스를 확산시킬 수 있는 기능이며 이를 통해 페이스북은 가장 크고, 강력하며, 빠르고, 파급력 있는 미디어가 되었다.

싸이월드는 왜 페이스북이 되지 못했을까

페이스북은 현재 22억 명의 회원을 가진 기업가치 500조 원의 기업이다. 이 페이스북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싸이월드를 떠올린다. 2000년 초 한국을 휩쓸었던 SNS 열풍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왜 싸이월드가 페이스북이 되지 못했을까 이야기하곤 한다. 물론 페이스북이 싸이월드의 짝퉁이었다는 이야기도 거의 사실처럼 회자되고 있다.

 

과연 그랬을까? 싸이월드가 미국에서 만들어졌다면 지금의 페이스북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2005년부터 2006년 말까지 싸이월드 사업본부를 맡았던 사람으로서의 답은 "아니다"이다. 싸이월드는 미디어 플랫폼이 되지 못했고 단지 SNS 서비스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싸이월드 초기에 가장 유명했던 서비스는 '투데이 멤버'라는 서비스였다. 매일매일 남녀 한 명씩 멤버를 선정해서 싸이월드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서비스였다. 선정되면 많은 사람들이 그 멤버의 미니홈피를 방문했고 일약 유명인사가 되기도 했다. 선정은 싸이월드 운영진의 몫이었고 그 결과로 싸이월드 내의 온도는 매일매일 올라갔다. 그룹, 광장, 타운, 선물 가게 등 수많은 서비스가 싸이월드 내부에서 개발되어 회원들에게 제공되었다.

 

싸이월드 전성기에 메인 페이지의 하루 평균 클릭 수는 5000만 번을 웃돌았고 싸이월드는 네이버, 다음에 필적하는 '포털'로서의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즉 싸이월드는 SNS를 기반으로 한 포털 즉, 단방향 미디어였다. 싸이월드가 성장하면서 미디어로서의 역할은 다른 포털과 동일하게 진화했고 뉴스를 편집하고 회원들의 콘텐츠를 메인 페이지와 광장으로 모아오는 노력을 하게 된다. 1대 N이라는 관계가 형성되고 싸이월드는 미디어로서의 영향력마저 갖게 된다.

 

하지만 이 미디어 권력이라는 독배는 유기적으로 생성되는 콘텐츠의 흐름을 제어해야 했고 그 결과는 콘텐츠의 내용과 성격이 싸이월드의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을 갖게 되었다. 즉 모든 생각이 자유롭게 떠도는 그런 미디어가 아닌 싸이월드 경영진에 의해 절제된 미디어가 된 것이다. SNS에 특화된 일상의 가십이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떠도는 그런 콘텐츠는 환영받지만, 정치나 경제 등의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든 그런 미디어로 남게 된다. 결국 싸이월드는 미디어로서 실패한 것이다.

 

플랫폼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양면시장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리고 포털은 정확히 그 반대편에 서 있었던 인터넷 서비스 방식이었다. 포털이 공급자가 되어 회원에게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런 형태이기 때문이다. 뉴스, 이메일, 검색, 카페, 블로그 등 모든 서비스가 포털에서 제공되었다. 서비스의 성공적인 기획과 개발이 포털의 성장에 가장 중요했고 싸이월드에서도 신규 서비스 기획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었다.

엄청난 영향력을 자랑했던 싸이월드의 메인 페이지 ⓒ한스미디어

싸이월드가 한국 시장에서 SNS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지금까지의 성장을 만들어내게 했던 미디어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 이유는 포털이라는 한계와 폐쇄라는 철학에 기인했다. 이 실패의 원인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있다. 우리는 포털의 세상에 살고 있고 그 포털들의 기본 정책은 폐쇄적이다. 페이스북이 SNS에서 미디어로 변화해나간 것과 달리 싸이월드는 사이좋은 세상으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페이스북이 싸이월드를 카피했다면 아마 이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