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악해진 디지털을 영악하게 활용하는 법

보통 모바일, 사이버, 이노베이션 카테고리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수상작을 가장 많이 배출한다. 2017년 디지털 수상작들의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 기술이 전면에 부각되지 않거나 과하게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킹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로 자주 쓰이지만 그로스해킹(growth hacking) 같은 용어들의 쓰임이 늘어나면서 그 용법이 긍정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근래 인기를 얻은 라이프 핵스(life hacks)*는 일상을 쉽게 만드는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뜻한다.

* '실생활에 유용한 꿀팁' 정도로 번역된다. 화장실 휴지심에 구멍을 뚫어 스마트폰 거치대로 활용하는 것 등 원래 의도한 사용법과 다르지만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개발한(=해킹한) 기발한 아이디어

 

이런 관점에서 봤을때, 올해는 디지털의 기존 툴을 '해킹'하는 아이디어들이 보다 각광을 받았던 것 같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디지털의 변화 속도가 둔화되고 있어서라는 주장도 일부 있었지만, 심사위원과 광고 업계 전반으로 확산된 '기술에 대한 피로(tech fatigue)' 때문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 보인다.

 

전반적으로 '오랫동안 똑같은 포맷이었던 무언가를 재조명하고, 그 안에서 새로이 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아이디어들이 가장 돋보였다'는 심사위원들의 평을 통해 심사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 마케팅의 여러 툴이나 플랫폼의 범위를 확장하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던 수상작을 몇 편 살펴보겠다.

버거킹, 스마트홈을 해킹하다

Title: Google Home of the Whopper
Client: Burger King
Agency: David


'올해의 마케터'를 수상하기도 한 버거킹은 재치 넘치는 광고로 유명하다. 할로윈을 기념해 버거킹 매장을 흰 천으로 덮고 마치 맥도날드인 척 분장을 한 광고 캠페인이 좋은 사례이다.

할로윈을 맞아 맥도날드로 분장한 버거킹 매장 ©Burger King그러나 나에게는 버거킹 마케팅이라고 하면, 무엇보다도 10여 년 전 '복종적인 닭(Subservient Chicken)'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가장 강력하게 떠오른다. 휴대폰이 보편화된 지 몇 년 되지 않았던 2004년, 일방향이 대다수였던 디지털 마케팅의 판도를 완전히 바꾼 새가 한 마리 등장했다. 당시 CP+B(당시 Crispin Porter + Bogusky)와 The Barbarian Group이 제작한 거대한 닭 인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