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퇴 vs 육아죄책감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에 발간된 <2020 트렌드 노트: 혼자만의 시공간>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2019년 하반기 합계출산율*이 0.91로 1981년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혼인율과 출산율이 모두 낮아져 예상보다 더 빨리 자연인구 감소가 시작될 것이란 사실은 이제 모두가 공감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되었다.

* 한 여자가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

 

하지만 출산율이 낮아지는 현실과 별개로 아이 키우는 일, 즉 '육아'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아이는 적게 낳는데 육아는 점점 핫해지는 이유를 알려면 '부모가 된 밀레니얼 키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육퇴'*와 '죄책감'은 밀레니얼 세대가 육아에 대해 갖고 있는 양가감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육퇴'는 나의 시간 없음을 한탄하는 말이다. 육아를 하나의 노동강도 센 의무로 보고 있다. 반면 죄책감은 전통적인 가치관에서 나온다. 엄마가 마땅히 가져야 한다는 모성애, 노력과 희생을 머리로는 알고 있으나 그렇게 못하는 데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다.

* 육아에서 퇴근한다는 뜻

©북스톤

육아는 그 자체로 당연히 힘든 일이지만, 어쩌면 밀레니얼 자신의 내면이 이처럼 모순적이기에 더 힘든 것은 아닐까. 육퇴를 외치며 내 시간을 더 소중히 하는 이기적인 엄마가 되거나, 죄책감을 느낄 바에야 전통적(이라 일컬어지는) 엄마의 역할을 하면 되는데, 내 안에 두 자아가 있기 때문에 힘들다. 내가 받은 교육이 지금의 현실과 너무 다르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아실현의 꿈이 육아를 만났을 때

밀레니얼들은 부모 세대가 이룩한 성취 덕분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풍요로운 유년시절을 보냈고,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1등 만능주의와 무한경쟁주의 속에 입시경쟁 압박을 받으며 자랐다.

 

동시에 이들은 백화점과 대형 마트로 상징되는 소비문화 속에 키워졌고, 해외여행도 초등학교 시절부터 경험했다. 그 후로 유학, 해외연수, 교환학생 등 다양한 해외경험을 했고, 서구의 소비문화를 접하며 눈도 한층 높아졌다.

 

엄마들은 더욱더 딸들의 교육에 투자했는데, 목적은 대부분 엄마처럼 살지 말라는 것이었다. 집안일에서 벗어나 자아실현하라는 것이다. 직업을 갖고 자기 몫을 하며 사는, 남성들에게는 이미 당연한 모습이 밀레니얼 여성들에게는 엄마 대신 이뤄내야 하는 사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