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점포, 늙어가는 고객

한국의 오프라인 유통은 1인·2인 가구 증가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편의점은 나날이 성장하는 반면, 대형 마트와 백화점은 성장률이 저조합니다.

 

1969년부터 약 50년의 편의점 역사를 가진 일본은 어떨까요? 일본 또한 2009년부터 편의점의 매출이 대형 마트와 백화점을 추월하면서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주역으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본 편의점 업계에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첫 번째 위험 신호는 매출과 고객 수의 감소입니다. 편의점 시장이 10년 이상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새로운 점포 오픈에 따른 결과입니다.* 새 점포를 제외하고 기존 점포만 놓고 봤을 때, 점포당 매출과 고객 수는 점차 감소하고 있습니다.

* 2008년~2017년 기준, 편의점 업계 전체 매출 - 8조 670억 엔 -> 11조 250억 엔, 편의점 점포 수 - 4만 4391개 -> 5만 7956개 (출처: Japan Franchise Association)

 

가장 큰 원인은 드러그스토어의 급성장입니다. 최근 일본의 드러그스토어가 식품 카테고리를 강화하여 편의점보다 낮은 가격으로 우유, 달걀, 맥주 등을 판매하면서 고객들이 옮겨 갔습니다.

 

두 번째 위험 신호는 편의점이 늙어 간다는 것입니다. 초고령 국가로 유명한 일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편의점을 방문하는 고객의 고령화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편의점 이용객 중 60세 이상의 비율은 2011년 11%에서 2017년 19%로 급격하게 성장했지만, 20대~30대의 비율은 같은 기간 23%에서 14%까지 내려갔습니다.

* 2017년 10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27.7%에 달하는 3515만 명이었다.

 

편의점 업계도 고객의 고령화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인구 구조에 따른 변화는 어느 정도 예견된 현상이지만, 젊은이들의 편의점 방문율 저하는 예측하지 못했던 트렌드입니다. 성장 없는 20년을 살아오면서 일본의 청년층은 가격에 매우 민감해졌고, 따라서 편의점보다 더 저렴한 온라인 마켓이나 다이소(daiso) 같은 100엔 샵을 점점 더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의 편의점 업계는 고객이 매장에 더 오래 머물고, 젊은 층의 방문을 늘리려는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머물고 싶은 편의점

이전에도 편의점은 종종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소매 점포법이 개정되면서 대형 마트가 늘어났을 때, 규제가 완화되며 드러그스토어가 증가했을 때처럼 유통 환경의 변화로 인해 위기에 처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편의점 업계는 소비자에게 부가 가치나 편리성을 제공함으로써 이를 극복했습니다.

 

택배나 ATM은 물론 공공요금 납부, 주민표 발급과 같은 행정 서비스 대행까지 현재 일본 소비자들의 인프라 역할을 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이러한 위기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열거한 서비스들의 공통점은 소비자들이 더 자주 방문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입니다.

* 관련 기사: 일본 편의점의 진화… 공공서비스 '등대'로(경향신문, 2012.04.17)

그러나 이제 편의점의 전략은
'더 자주'에서 '더 오래'로
바뀌고 있습니다

물건 판매 외에 다른 기능을 덧붙여서, 매장을 '고객들이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편의점에 잠시 들르는 고객보다 머물며 시간을 보내는 고객이 더 많은 소비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일본 편의점 업계 3위인 훼미리마트(ファミリーマート)입니다. 훼미리마트는 점포 2층에 피트 앤 고(Fit & Go)라는 이름의 피트니스 센터를 개설하기 시작했습니다. 월 7900엔(약 79000원)으로 365일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데, 상주하는 트레이너 대신 운동 기구 사용법을 배울 수 있는 전용 앱을 활용해 비용을 줄인 덕분입니다.

 

하루 평균 90여 명이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하고, 이 중 50여 명은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매합니다. 유통뉴스(流通ニュース)에 따르면, 훼미리마트의 피트 앤 고는 예상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회원을 늘리고 있습니다.

훼미리마트의 피트니스 센터 피트 앤 고 ⓒ정희선

피트니스 센터만이 아닙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코인 세탁소가 인기인데요.* 이러한 트렌드를 포착한 훼미리마트는 편의점 바로 옆에 훼미리마트 런드리(Famima Laundry)라는 코인 세탁소를 설치해 좋은 반응을 끌어냈습니다. 하루 평균 세탁소 이용자가 약 50명인데, 이 중 약 60%가 편의점을 이용합니다.**

* 코인 세탁소의 수는 1996년 1만 228개에서 2017년 2만 개로 21년 사이에 약 2배 증가했다. 특히, 2015년부터 2017년까지, 2년 사이에 2000개나 늘어났다.

** 출처: 닛케이 스타일(NIKKEI STYLE)

 

2019년 2월, 훼미리마트는 일본에서 최초로 피트니스 센터와 코인 세탁소를 모두 설치한 편의점을 선보였습니다. 세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좌석과 다양한 세탁 관련 제품, 건강식품 등을 매장 내부에 갖춰 두었습니다. 훼미리마트는 앞으로 피트 앤 고와 훼미리마트 런드리를 적극적으로 확장할 예정입니다.

 

한편 일본 편의점 체인인 포프라 (ポプラ)는 2019년 3월 후쿠오카의 하카타역 점포(博多駅前店)에 스탠딩 바를 오픈했습니다. 일본에서도 편의점 내에 바를 연 것은 처음인데요. 최근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초이노미 (ちょい飲み)'*를 적극 반영한 것입니다.

* 퇴근 후 짧은 시간에 한 두잔 가볍게 마시는 음주 스타일

 

피트니스 센터, 코인 세탁소, 스탠딩 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을 매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본 편의점의 목적은 같습니다. 고객이 편의점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무르게 하는 것입니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편의점은 소비자들의 생활을 면밀하게 관찰합니다. 코인 세탁소를 이용하고 초이노미를 즐기는 일본인의 생활 습관을 포착했듯, 앞으로 편의점이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새로운 서비스로 탄생시킬지 궁금해집니다.

노소(老少)를 한데 모아

일본의 편의점은 앞서 소개한 '더 오래' 전략을 펼치면서도 고객의 연령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시도를 꾀하고 있습니다.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뉘는데, 편의점으로부터 떠나는 젊은이들을 붙잡기 위한 전략과 점점 늘어나는 50대 이상 고객을 위한 전략입니다.

 

편의점 프랜차이즈 중에서도 훼미리마트는 젊은 층의 방문율을 높이기 위해 열심입니다. 앞서 언급한 '더 오래' 전략의 또 다른 이점은 젊은 소비자들의 방문을 늘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피트 앤 고를 방문하는 고객의 60%는 20대~30대이고, 훼미리마트 런드리를 방문하는 고객의 80%는 30~40대 주부입니다.

훼미리마트의 코인 세탁소 훼미리마트 런드리 ⓒ정희선

또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돈키호테(ドキホ-テ) 스타일 편의점을 실험적으로 오픈했습니다. 훼미리마트는 일용품, 과자 등 돈키호테 측이 제안한 인기 상품으로 매장의 50%를 구성했습니다. 돈키호테 스타일로 꾸민 편의점은 매출, 방문객 수, 객단가 모두 전년 대비 110% 이상 늘었습니다. 고객이 점포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으며, 특히 젊은 층의 방문율이 증가했습니다.

 

한편, 세븐일레븐(7-Eleven)은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 중인 일본의 인구통계학적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세븐일레븐의 점포는 부쩍 슈퍼마켓과 비슷해지고 있는데요. 이는 늘어난 고령의 1인 가구*가 편의점을 방문하는 비율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은 많은 물품이 필요하지 않고, 슈퍼마켓보다는 집과 가까운 편의점에서 필요한 만큼만 사는 소비 패턴을 보입니다.

* 일본의 60세 이상 고령 가구 중 40%는 독신이다.

 

이에 따라 세븐일레븐은 신선식품, 야채, 반찬, 과일의 비중을 늘려 노인들의 발걸음을 슈퍼마켓에서 편의점으로 돌렸습니다. 일부 점포에서는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진행하는 등 편의점은 이제 노인들의 생활에 없으면 안 되는 인프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전화위복으로 판을 뒤엎다

일본 편의점을 보면서 고객의 변화에 맞춰 빠르게 전략을 바꾸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일본의 편의점 업계는 유통업계에서도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 중 하나이므로 저마다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생활 수준이 높은 소비자들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합니다. 연령대, 생활 습관, 점포 내 체류 시간 등 소비자의 모든 행동을 전략에 반영하죠.

 

저출산 고령화라는 거대한 인구통계학적 트렌드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일본의 편의점들은 오히려 고령화를 비즈니스 찬스로 삼고자 노력 중입니다. 피할 수 없는 커다란 변화를 인정하고 적절한 대응 방법을 찾는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