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쿠폰은 답이 아니다

일본에 살면서 미용실 방문 횟수가 확 줄었습니다. 대신 한국에 갈 때마다 머리를 합니다. 일본에서는 머리카락 기장을 살짝 다듬는 데에도 약 5천 엔(약 5만 원)이 들기 때문입니다.

 

일본인들은 서비스나 기술을 제공하는 사람에게 합당한 가격을 지불함으로써 서비스 제공자를 존중하려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서비스에 대한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습니다. 미용실 가격이 비싼 것도 그래서입니다.

 

그러나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일본의 미용실 산업 또한 정체되기 시작했습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청년층이 점점 감소하는 반면, 미용실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현재 일본의 미용실은 공급 과잉인 셈이죠.

* 일본 미용실 수, 1989년 - 약 18만 5000개, 2017년 - 24만 7600개 (출처: 일본 총무부 통계국(総務部 統計局))

 

자연스럽게 미용 업계는 가격 경쟁을 시작했습니다. 리크루트(Recruit)라는 회사가 발행하는 잡지 <핫 페퍼 뷰티(Hot Pepper Beauty)>에는 여러 미용실에서 발급한 쿠폰이 즐비합니다. 쿠폰으로 낮아진 가격은 고객을 불러모을 수 있지만, 문제는 싼 가격에 끌려 한 번 방문하고 마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라 재방문율이 낮다는 것입니다. 미용실로서는 새로운 리피터(repeater), 즉 단골을 만들 수 없기에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가 힘듭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몇몇 미용실이 재미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취향과 관심사가 만든 커뮤니티

도쿄 시모키타자와(下北沢)에는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미용실 티럭(T:Luck)이 있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주류를 팔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요. 티럭은 주류 판매 허가를 받고, 세계 각국의 병맥주를 구비해놓았습니다. 손님들은 헤어 서비스를 받으면서 맥주 한 잔 마시고, 서비스가 끝난 후에도 맥주와 함께 미용실 주인 혹은 다른 손님과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저 역시 티럭을 방문했을 때 오너인 토시(伊藤)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그때 들었던 토시의 사업 철학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이곳을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꾸며 놓았어요. 보통 미용실에 가면 패션잡지가 있죠. 여기는 패션 잡지가 단 한 권도 없어요. 대신 제가 좋아하는 여행·동물 관련 책을 놓고, 또 제가 좋아하는 맥주를 가져다 놓은 겁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와 취향이 비슷한 손님들이 모이게 되었어요.

티럭 매장 내부 ⓒ정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