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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18년의 세 가지 테마

2018년의 세 가지 테마

스토리텔링에 대한 새로운 접근

테크놀로지 스릴러, <서치>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작품은 <서치(Search)>(2018)다. 관객상, 알프레드 P.  슬론(Alfred P. Sloan) 영화상, 선댄스/아마존 스튜디오 프로듀서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소니 픽처스 월드와이드(Sony Pictures Worldwide Acquisition)에 5백만 달러에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서치>는 사라진 16세 딸을 찾는 아버지가 딸의 컴퓨터를 통해 단서를 따라가는 스릴러다. 영화 내내 컴퓨터 스크린을 통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독특한 형식을 보여준다.

 

아버지 역을 맡은 존 조(John Cho)*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영화화에 회의적이었다. 배역을 거절하려는 요량으로 감독에게 질문을 했는데, 감독이 그에 대해 모든 답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곤 참여를 결심했다고 전해진다. 

* 한국계 미국인 배우. 최근의 <스타 트렉> 시리즈에서 주조연인 히카루 술루 역을 연기.

<서치>의 스틸컷 ⓒSundance Institute

아니시 차간티

<서치>의 감독 아니시 차간티(Aneesh Chaganty)가 유명세를 얻은 시점은 2014년이다. 구글 글라스로 만든 2분 30초짜리 동영상 <Seeds>가 유튜브에 업로드한 지 24시간 만에 1백만 뷰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이후 구글에서 브랜딩 광고를 제작하다가, 첫 장편작 <서치>로 선댄스에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 영상: Seeds [through Google Glass] ⓒGoogle  

 

수상소감: 과학적 경험의 6단계

1월 23일 메인 스트리트 근처의 위스키 바 하이 웨스트 디스틸러리(High West Distillery)에서 알프레드 P. 슬론 시상식이 개최되었다. 이 상은 과학이나 기술을 주제로 하거나 과학자, 기술자, 혹은 수학자가 영화의 주요 캐릭터인 장편영화에 수여된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시작해서 1시간 40분 분량의 성공적인 장편을 만들어낸 스릴러 <서치>의 연출을 맡은 아니시 차간티와 각본 및 프로듀싱을 맡은 세브 오하니안(Sev Ohanian)이, 7분에 걸쳐 랩을 하듯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수상소감을 밝혔다. 

 

마니아 기질로 충만한 두 사람의 튀는 에너지로 듣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자아내는 수상소감을 들어보자. 

 

아니시 차간티(이하 차간티): 우와, 그럼 이제 우리 영화가 위키피디아 알프레드 P. 슬론 상 페이지에 <프라이머>*랑 같은 페이지에 있는 거네요!  

* 쉐인 카루스(Shane Carruth) 감독의 영화. 시간여행을 다루는 SF 작품. 

 

세브 오하니안(이하 오하니안): 우린 과학자들처럼 똑똑하진 않아요. 하지만 우리 영화는 말 그대로 '과학적인 경험'이었어요. 각 단계를 알려드릴게요.

수상소감을 발표하는 차간티(오른쪽)와 <서치> 제작진 ⓒ황수진

1단계
질문하기

오하니안: 1시간 40분 동안 컴퓨터 화면만 가지고 영화적인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차간티: 바로 그 하나의 질문으로부터 시작한 거죠. 답을 찾기 위해서는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가요. 바로 글을 쓰는 것이죠.

2단계
시나리오 쓰기

차간티: 시나리오를 장면별로 철저하게 분석해서 매끄럽게 넘어갈 수 있도록 고치고 또 고칩니다.

 

오하니안: 그럼 이제 3단계로 넘어갑니다. 가설을 만들기. 

3단계
가설 세우기

오하니안: 우리가 이야기에서 캐릭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면? 우리가 최고의 팀과 함께 영화를 만든다면? 우리가 향후 2년간 잠도 안 자고 이 작업에만 완전히 매진한다면?

 

그러면 이론적으로는 관객이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관객은 자신이 2시간 동안 애플 컴퓨터 광고를 보는지도 모르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차간티: 그러니까 우리가 단계별로 차근차근 접근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마치 픽사가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듯이 말이에요. 그래서 4단계는 실험을 해보는 거예요.

4단계
실험하기

차간티: 그래서 1시간 40분짜리 애니메틱스(animetics)*를 만들어보았죠. 인터넷 상에 있는 컴퓨터 화면 이미지를 캡처하고는, 직접 모든 캐릭터를 연기하고 목소리를 입혀서 간이 애니메이션 영화를 완성해본 거예요.

* 영상 제작의 초기 단계 중 하나. 서사구조, 대사, 촬영 시점과 기법의 기본 골격을 시험적으로 제작하는 작업 또는 그 결과물. 콘티가 조금 더 구체화된 형태.

 

오하니안: 그러니까 이론상으로는 차간티가 딸, 아빠, 형사 등 모든 인물들의 연기를 맡은 영화가 따로 존재하고 있는 셈이죠.

두 사람의 수상 소감을 듣고 있는 청중들 ⓒ황수진차간티: 실제 촬영에 들어갔을 때, 배우들이 컴퓨터 화면의 어디를 쳐다봐야 하는지, 카메라가 어느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가 확실하게 있어야 했기 때문이에요.

 

이를테면, 존 조는 고프로(GoPro) 카메라 앞에서 꺼진 컴퓨터 화면을 보고 내내 연기를 해야 했죠. 그래서 그에게 애니메틱스를 보여주면서, "이 대사를 칠 때는 손으로 마우스를 클릭하고, 눈동자가 화면 여기에서부터 저기까지 따라가야 해요"라고 알려줬죠.

 

이렇게 촬영된 실사 분량을 기존의 애니메이션 영화 위에 얹고 끊임없이 손을 보는 거예요. 일반적으로 다른 영화들은 프리미어(Premiere)*에 띄웠을 때 영상 레이어** 4개와 음향 레이어 8개가 타임라인에 있다면, 우리 영화는 영상 레이어가 36개에 음향 레이어가 30개나 있었죠.

* 어도비(Adobe)에서 만든 영상 편집 프로그램.

** 편집 프로그램 내에서 연속적인 영상/음향의 단위. 보통 여러 레이어가 겹쳐져서 한 개의 전체 동영상으로 표현된다.

 

이렇게 해서 영화를 완성했어요. 아, 저기 뒤에 우리 편집팀 보이시죠? 이 영화 때문에 거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어요.*

* '미드 비하인드 더 씬' 프로젝트 참고

 

오하니안: 자, 이제 아시겠죠? 굉장히 과학적인 과정이었다니까요. 이제 다음 5단계입니다.

5단계
데이터 분석하고 결론짓기

오하니안: 이제 테스트를 할 때죠. 우리는 이 실험을 관객을 통해 스크리닝 했어요. 총 210개의 질문이 주어졌죠. 210개요. 어떤 경우에는 참가자들이 질문을 읽으면서 영화에 이런 장면이 있었냐고 반문할 정도로, 상세하고 엄격한 테스트였어요.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완벽하게 만들고 싶었죠. 

 

차간티: 이렇게 취합된 모든 데이터를 가지고 영화에 적용해서,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했어요. 적용한 작업물을 다시 테스트하고, 관객으로부터 우리가 원하는 답을 받아낼 때까지 고치고 또 고쳤어요. 그리고 결국 원하는 결과에 이르렀죠.

 

오하니안: 그리고 마지막 단계가 남았어요.

마지막 단계,
선댄스에서 결과 확인하기!

오하니안: 최종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 선댄스에 온 것이죠. 며칠 전 최초 상영회가 있었거든요.

 

차간티: 그리고 오늘 이 상을 통해 충분한 평가를 받았고요. 이제 위키피디아에 올라가는 거예요!

월드 빌딩, 현실과 가상의 직조물

일요일 오전, 나는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에 있었다. <화이트 래빗(White Rabbit)>*의 주연인 한국계 미국인 배우 비비안 방(Vivian Bang)을 만나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이미 약속시간이 지났지만, 퍼블리시스트**는 그가 15분 정도 더 늦을 것 같다고 연락해왔다. 만남이 더 늦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깐이라도 다른 흥미로운 정보를 찾아보고자, 인터뷰 장소 맞은편에 위치한 팝업 스토어 델 덴(The Dell Den)에 들어섰다.

* 데릴 윈(Daryl Wein) 감독, 비비안 방 주연의 코미디 영화. 2018년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Best of Next) 부문 후보.

** 개인 또는 기업의 홍보와 언론 대응 직책.

The Dell Den의 전경 ⓒDell델은 선댄스 영화제의 공식 후원사다. 이 팝업 스토어에 들른 영화제 참가자들은 공짜 커피나 핫초코 음료를 제공받으며, 엔터테인먼트 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패널 프로그램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들어갔을 때엔 <인공지능과 결합된 미래의 노동에 대한 상상(Imagining Work in an A.I. Integrated Future)>이라는 발표가 시작되려던 참이었다.
진행중인 패널 발표 ⓒ황수진

잠시 뒤 이 행사의 패널 중 한 사람인 알렉스 맥도웰(Alex McDowell)이 '월드 빌딩(world-building)'*이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를 비롯한 여러 할리우드 영화의 미술감독이자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소속 월드 빌딩 연구소(World Building Institute)의 기획자다.

 

그러나 곧 비비안 측으로부터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고, 나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자리를 떠야만 했다.

* 월드 빌딩이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월드빌딩이란, 상상 또는 허구의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과 그 결과물을 뜻한다. 주로 개인적 즐거움이나 정신 운동, 또는 소설과 롤플레잉 게임 등의 창조적 분야에서 활용된다.

인터랙티브 미디어 콘텐츠의 경우, 이용자는 동일한 콘텐츠를 여러 번 경험하더라도 같은 절차를 반복하지 않는다. 즉 콘텐츠를 전체적으로 규정하는 단일한 시나리오가 없다. 반면 일방향 미디어 콘텐츠들은 재생할 때마다 이용자에게 같은 절차를 반복해서 경험시킨다. 즉 단일한 시나리오가 콘텐츠를 사실상 결정짓는다.

예를 들어, 게임 이용자는 게임을 플레이할 때마다 다른 사건을 마주한다. 반면 필름은 언제나 똑같은 장면을 스크린에 투사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인터랙티브 미디어 영역에서 콘텐츠 생산자의 영역은 이용자들이 뛰어놀 수 있는 판, 이른바 '세계(관)'을 만드는 작업으로 제한된다.

그런데 세계관이 너무 단순하면, 또는 요소들 사이의 균형이 흐트러지면, 이용자의 행동 양식이 단순해진다. 만약 어떤 게임 안에서 이용자들이 습득할 수 있는 평범한 다른 무기에 비해 지나치게 강한 특정한 칼이 있다면, 이용자는 다른 무기를 이용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 칼만 구하려 혈안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향유하게 하려면, 정교하고 균형 잡힌 세계관을 조직해내야 한다. 월드 빌딩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순간이다.

기예(技藝), 테크네의 귀환: 월드 빌더를 만나다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황급히 돌아갔을 때는, 예상했던 대로 프로그램이 끝난 뒤였다. 다행스럽게도 같은 대학의 월드 빌딩 미디어 연구실(World Building Media Lab)에서 맥도웰과 같이 일하는 '월드 빌더(world builder)', 트리샤 윌리엄스(Trisha Williams)와 조셉 엉거(Joseph Unger)를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게임 기획자*이자 인터랙티브 미디어** 분야의 컨설턴트로 일한 경험이 있으며, 선댄스 재단에서 지원하는 뉴 프런티어 아티스트 레지던시(New Frontier Artist Residency) 프로그램에도 리더로서 참여했다.

* 게임의 전반적 내용(세계관, 캐릭터, 게임 안에서의 사건과 서사 등)을 만들어내는 직책.

** 게임이나 아동용 교육 소프트웨어와 같이 이용자와 전달자 사이에 정보가 양방향으로 전달되며 상호작용하는 모든 종류의 매체를 포괄적으로 가리는 단어.

왼쪽이 트리샤 윌리엄스, 오른쪽이 조셉 엉거 ⓒUSC황수진(이하 황): '월드 빌더'는 처음 만나보네요. 월드 빌딩이라는 개념은 오늘 패널 발표에서 처음 접했어요.

 

트리샤 윌리엄스(이하 윌리엄스): 월드 빌딩은 게임 업계에선 낯설지 않아요. 영화 제작 단계에서 월드 빌딩을 고려하는 일은, 10여 년 전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조셉 엉거(이하 엉거): 특히 최근 5년 사이에 인기가 늘었어요. 예전엔 영화나 게임 같은 해당 업계 종사자들에게만 알려져 있었지만, 맥도웰이 USC에 월드 빌딩 연구소를 세우면서 하나의 운동으로 확장되었어요.

 

월드 빌딩을 통해서 세계를 먼저 조직해놓으면, 그 속에 있는 자산(assets)을 활용해 영화, 만화, 게임, 증강현실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시킬 수 있어요. 세계관 자체가 독자적 미디어인 것이죠.

 

예를 들면,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맥도웰이 세계관을 먼저 구성한 뒤에 시나리오가 나왔어요. 그리고 이 영화의 세계관에 기반해서 나온 특허가 100여 개입니다. 영화 <어벤저스>로 대표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도 디즈니/마블 스튜디오가 월드 빌딩을 사용한 결과물이에요.
 

* 관련 영상 <World Building the Marvel Way> ©Faceit

 

윌리엄스: 그래서 월드 빌딩 개념을 갖고 콘텐츠 제작에 착수하면, 스토리텔링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과 공정이 필요해요.

게임에서 영화로
배경에서 독립된 존재로
주변에서 중심으로

황: 어떤 새로운 방식과 공정이 필요할까요?

 

엉거: 월드 빌딩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에요. 영화를 제작할 때는, 일반적으로 감독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선형적으로 전개시키도록 만들죠. 반면 월드 빌딩에서는 상호성(interactivity)이 굉장히 중요해요.

 

영화와 월드 빌딩이 결합한다면, 이것은 영화와 관객의 상호 교류를 포함하는 작업이 될 것입니다. VR 분야 종사자들에겐 매우 중요한 문제죠. 이 지점에서 인공지능과 접점을 찾을 수도 있어요.

 

황: 인공지능이 어떻게 월드 빌딩과 이어지나요?

 

윌리엄스: 월드 빌딩과 인공지능이 서로의 영역을 공유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어요. 이번에 선댄스 재단의 후원 아래 미래의 로스앤젤레스를 설계해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그 일환으로 그레이스 리(Grace Lee)*가 <케이타운 92(K-TOWN '92)>**를 제작했어요.

* 한국계 미국인 감독. 자신과 이름이 같은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들의 삶을 추적한 <그레이스 리 프로젝트(The Grace Lee Project)> 등을 제작.

** 1992년 로스앤젤레스 봉기 당시 코리아타운에서 있었던 사건과 관련된 영상 1,700여 개가 통합된 형태의 인터랙티브 콘텐츠.

<케이타운 92> 웹사이트 ⓒGrace Lee우리는 단순히 "미래의 로스앤젤레스는 이러이러할 것이다"를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에요. 그 미래의 로스앤젤레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일방적인 인터뷰 형식을 넘어서서 상호 교류하려는 것이에요.

 

그래서 인간의 삶에 대해 현실의 인류가 축적한 데이터를 재해석하고, 미래의 로스앤젤레스에서 사는 가상의 사람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보고자 인공지능을 활용하려 해요. 유니티 테크놀로지(Unity Technologies)*와 델이 특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어요.

* 게임 환경 구현에 필요한 시청각적 요소들의 제작과 움직임 계산 등을 도와주는 개발자용 소프트웨어인 게임 엔진 <유니티>를 만든 회사. <유니티>는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엔진 중 하나. 

 

예술에서 사회공학으로

엉거: 보상체계도 함께 고민해야 하죠. 영화 화면 안에서 배경으로 지나가는 의자가 하나 있다고 가정해보죠. 현재 체계에서는, 의자를 만든 사람은 대부분 창작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해요. 하지만 애초부터 협업에 기반한 월드 빌딩에서는 이 의자와 그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어요.

 

이런 포괄적인 경제체제도 월드 빌딩 관련 연구의 주제예요. 그래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카우프만 재단(Ewing Marion Kauffman Foundation)*이 이 프로젝트에 후원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죠.

* 제약회사 경영자인 유잉 카우프만이 설립한 재단. 창업가 정신 및 아동교육이 중점사업.

 

USC 이외에 네브래스카 주립대 등 타 대학도 본격적으로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어요. 이렇게 연구가 심화되면 시, 주, 국가 단위까지 월드 빌딩을 적용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영화 촬영장을 상상해보세요. 촬영이 끝나면 세트장은 부서져버리죠.

하지만 우리는
영화 속 그 세계가
자신만의 생명을 갖고
지속하길 원해요

황: 월드 빌더들의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윌리엄스: 기술은 이미 갖춰졌어요. 언제나 인간이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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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월드 빌딩에 관한 대화가 마무리되었다. 월드 빌더들은 가상의 세계가 현실이 되며 동시에 현실이 가상에 스며드는 세계를 구축하려는 야심 찬 기획의 동반자들을 찾아 이곳에 왔다. 우리는 이렇게 선댄스 영화제에서 과거를 연구하고, 현재를 공유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스토리텔러들을 만난다. 그래서 우리는 이곳을 바라볼 수밖에, 이곳에 올 수밖에 없다.

와인스타인 스캔들, 그 이후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은 선댄스 영화제를 할리우드 스타가 탄생하는 공간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1989년, 26세의 신인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의 데뷔작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가 선댄스에서 상영됐을 때 와인스타인은 이 영화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필름을 손에 넣은 뒤, 아카데미 상 후보와 칸 영화제 수상작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2,500만 달러(약 265억 6천만 원)라는 경이로운 극장 매출까지 달성했다.

하비 와인스타인 ⓒDavid Shankbone이렇게 와인스타인의 영화사 미라맥스(Miramax)는 상업성을 겸비한 예술영화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냈다.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 <굿 윌 헌팅>, <셰익스피어 인 러브> 등 무수한 미라맥스표 영화가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성범죄 혐의를 받기 전까지, 그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非) 스튜디오 프로듀서로 그리고 선댄스 영화제의 무소불위한 권력으로 군림했다.

 

폭군, 끌려내려가다

이런 선댄스 영화제가, 올해는 와인스타인과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미투(#MeToo)와 타임스 업(Time's Up) 운동으로 그의 성범죄 혐의가 공론화되었기 때문이다. 영화제 측은 24시간 운영되는 성범죄 핫라인을 개설했고, 관련 행동규범을 발표했다. 창립자인 로버트 레드포드 역시 개막 기자회견에서 와인스타인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제 선댄스 영화제는 포스트-하비 시대를 맞이했다.

ⓒ황수진이 큰 손의 부재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듣기 위해, 파크 애비뉴 극장(Park Avenue Theatre)과 연결된 더블 트리 호텔의 라운지를 찾았다. 오후 4시, LA 영화비평가협회의 회장인 클라우디아 푸이그(Claudia Puig)가 막 상영관을 나와 간이 가판대에서 더블 에스프레소를 주문하고 있었다. 다음 영화 상영까지 비어있는 짧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와인스타인 이전과 이후
선댄스 영화제의 비전
그리고 그 본질에 관해

바람직한 변화의 바람

클라우디아 푸이그(이하 푸이그): 하비가 선댄스의 일인자였던 것은 사실이에요. 저돌적이고 무자비했죠. (그를 떠올린 듯, 고개를 저었다) 정신없는 입찰 경쟁도 그가 만들어낸 전통이죠.

 

황: 인간적으로 마주하긴 싫지만, 영화를 보는 안목은 있었다는 평가도 있지 않았나요?

 

푸이그: 글쎄요.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괜찮은 영화이긴 하지만,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을 만한 영화일까요? <해피 텍사스>*도 가격에 걸맞은 엄청난 영화는 아니었죠. 그는 이기는 것을 좋아했어요. 다른 사람이 영화를 갖는 게 싫어서, 일단 엄청난 가격에 사들이곤 내팽개쳐버리는 경우도 많았죠.

* 1999년 미라맥스가 제작한 코미디 영화. 제작비 약 170만 달러. 같은 해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드라마 부문 후보작.

 

그렇게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좋은 영화도 많다고 생각해요. 아무튼, 아무도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했죠. <샤인>이 나왔을 때니까, 1996년일 거예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다른 배급사 사람과 글자 그대로 몸으로 치고받는 싸움을 벌인 건 유명한 일화죠. 그는 싸움을 좋아해요. 그리고 대부분 그가 이겼죠.

 

황: 올해 선댄스는 어떤가요?

 

푸이그: 선댄스 영화제를 보면 올해의 흐름을 알 수 있어요. 하비가 소더버그나 타란티노 같은 젊은 독립영화인을 발굴한 공이 있다고는 하지만, 모두 젊은 백인 남성이잖아요? 올해 선댄스를 보세요. 초청된 작품의 37%를 여성 감독이 만들었어요.* 여성 감독이 어렸을 때 겪은 어두운 사건을 담은 <더 테일(The Tale)>**이 기립박수까지 받았잖아요? 이제 좋은 변화가 오겠죠.

* 관련 기사: Women Filmmakers at the 2018 Sundance Film Festival (Sundance Institute, 2017.12.19)

** 제니퍼 폭스 감독, 로라 던 주연의 영화.

<더 테일> 스틸컷. 왼쪽이 주연인 로라 던 ⓒSundance Institute

 

진짜는 언제나처럼 여기에 있다

커피를 다 마신 평론가 푸이그가 다음 영화를 보기 위해 자리를 뜬 뒤, 감기 탓에 훌쩍이는 오웬 시플렛(Owen Shiflett)이 라운지에 들어왔다. 시플렛은 AMC 네트워크* 산하의 독립영화 스트리밍 서비스인 선댄스 나우(Sundance Now)와 공포영화 전문 레이블 셔더(Shudder)에서 기획/제작을 맡고 있다. 그는 어제 왜 AMC 파티에 오지 않았는지 물으며 좋은 표정으로 내게 인사말을 건넸다.

* 미국의 미디어 회사로, 영화 및 TV 프로그램 제작이 주력분야. <브레이킹 배드>와 <워킹데드>를 만든 제작사 AMC 및 독립영화 전문 케이블 채널인 선댄스 TV(Sundance TV) 등을 소유.

 

황: 마켓이 이번에는 조용한 것 같지 않아요?

 

오웬 시플렛(이하 시플렛): 그러고 보니 뜨거운 입찰 경쟁과 예측이 전혀 안 되는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없는 것 같아요. 다들 차분하네요.

 

황: 2017년에는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엄청나게 사들였죠.

 

시플렛: 정상은 아니었어요. 게다가 구매한 작품을 배급하는 데 신경 쓰지 않아서 업계에선 불만이 많았죠. 그래서 신중한 태도로 바뀐 것일 수도 있고요. 물론 아직까지 크게 움직이지 않은 것뿐이죠. 진짜배기들은 이곳에 다 있어요.

 

황: 와인스타인이 없기 때문에 차분해진 것일까요?

 

시플렛: (웃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대형 제작사들이 영화제 출품작을 호시탐탐 노리다가 거액에 사들인다는 선댄스 신화를 하비 스스로 만들어낸 측면이 있죠. 하지만 난 다르게 생각해요. 영화 관계자들은 나름대로 엄청나게 준비해왔고, 단지 신화의 주인공들이 거둔 성공을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에요. 그런 행운이 존재하지만, 그 반대편에는 주목을 받았다가도 아무 흔적 없이 사라진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요.

 

황: 그래도 지난해처럼 떠들썩한 구매 소식이 있어야 선댄스에게도 좋은 것 아닌가요?

 

시플렛: 그런 소식은 넷플릭스와 아마존에게나 필요하겠죠. 선댄스는 선댄스 자체로 충분해요. 필요한 것은 이미 여기에 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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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영화관으로 향하는 시플렛의 모습은, 어쩌면 선댄스에는 처음부터 절대권력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주었다. 푸이그와 시플렛의 말처럼 이곳은 여전히 올 한 해의 바로미터이자 창의성의 시험장이다.

영화제가 다양성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지금이야말로
더욱 주목해야 할 때다
이 영화제에서 사람들은 진짜 영화와 만나기 때문이다.

#3 2018년의 세 가지 테마 마침.

독자 리뷰

현재까지 223명이 읽은 콘텐츠입니다

  • 김**

    선댄스영화제에 관심이 많았고 국내영화제는 물론 해외의 다른 영화제들과 선댄스는 어떻게 다를까 궁금증도 컸는데, 마치 현장에 함께 다녀온 것처럼 생생하면서도 정보도 알차게, 그리고 다양하게 테마를 갖고 이야기해주시듯 콘텐츠를 전달해주셔서 너무나 흡입력 있게 읽었어요. 좋은 콘텐츠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 김**

    선댄스라는 영화제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는데도 리포트를 읽어나가는데 어려움이 없었어요. 오히려 더욱 관심이 증폭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선댄스 영화제라는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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