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댄스의 순간, 2018 아카데미

2018년 3월 4일 개최된 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다른 의미에서 선댄스의 장이라고 할 만했다. 첫사랑의 순간을 다룬 퀴어 영화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각색상을, 인종차별 문제를 호러에 자연스럽게 결합시킨 <겟 아웃>이 각본상을, 러시아의 도핑 스캔들을 다룬 <이카루스>가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였다.

 

모두 선댄스 영화제에서 전 세계 최초로 상영되어 주목을 받았던 작품들이다.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시각을 추구하는, 가장 선댄스다운 부문에서 수상한 셈이다.

 

인디 영화를 만든다는 것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인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스튜디오 시스템 아래에서는,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대할 수 있는 여유와 자본이 있다. 하지만 인디는 다음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그런 까닭에 첫 번째 작품에 가능한 모든 자원을 쏟아붓는다. 그래서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인디 영화인들에게 선댄스는 스튜디오 밖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자원을 제공해주는 장이다.

공생 관계

로버트 레드포드는 기존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만들어지기 힘든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시각, 새로운 장르가 창작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선댄스 협회를 설립하였다. 선댄스는 할리우드를 전제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할리우드의 핵심에 있던 레드포드가 주축이 되었기에, 배타적인 태도로 유명한 할리우드와 대화가 가능했다. 선댄스는 처음부터 할리우드의 베테랑을 워크숍의 멘토로 초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스티븐 소더버그 등 이곳에서 발굴된 풋풋한 인재들을 할리우드의 중심으로 내보낼 수도 있었다.

 

인디 영화의 상업적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인디 영화 마켓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미라맥스, HBO, 폭스 서치라이트, 포커스 픽처스 등 스튜디오의 인디 레이블이 마켓을 찾았다. 인디 배급사 A24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아마존과 넷플릭스가 한동안 인디 마켓을 장악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무비패스가 구독자 2백만 명을 확보하면서 인디 영화에 대한 제작/투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렇게 선댄스는 끊임없이 새로운 플레이어와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킨다. 비록 영화제는 단 열흘 동안만 열리지만, 일 년 내내 진행되는 아티스트 디벨롭먼트 프로그램들이 뒷받침하고 있기에 이런 순환이 가능하다. 선댄스는 자신들이 발굴한 신인 아티스트들이 할리우드 시스템과 소통할 수 있도록 연결해준다. 이런 까닭에 인디 영화 산업과 할리우드는 선댄스를 통해 건강한 공생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멈추지 않는 선댄스

디지털 콘텐츠 시대를 맞아, 선댄스는 또 다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인디 에피소딕 TV 부문을 영화제에 신설했고, 유튜브와는 별도로 인디 에피소딕 랩을 신설하기도 했다. 뉴 프런티어 부문에서는 VR 콘텐츠와 인공지능을 다루면서 앞으로의 스토리텔링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