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에도 액세서리 시장이 있다

휴대폰 액세서리의 시장 규모가 얼마인지 알고 있는가? 휴대폰 케이스, 보호필름 등을 판매하는 휴대폰 액세서리 시장은 2016년 한 해 동안 자그마치 65조 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이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14% 수준에 이르는 놀라운 규모이다. 글로벌 단위의 인프라 투자와 기술 개발이 요구되는 스마트폰 사업과 달리, 단순히 휴대폰을 '장식'하는 플라스틱 필름과 케이스를 판매하는 시장이 이 정도로 거대한 것은 다소 아이러니하다.

 

가구 업계에서도 액세서리 시장을 새롭게 발굴하여 역량을 집중하는 기업이 존재하니, 바로 지금부터 소개하고자 하는 스웨덴의 스타트업 Superfront(슈퍼프론트)이다. 2013년에 스웨덴에서 설립된 Superfront는 중고가 가구 제조 스타트업이지만, 완성된 가구를 다루지 않는다. 대신 이케아 제품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상판, 옆판, 문, 문고리 등의 일부 가구 부품을 고급화하여 판매하는 회사이다. 물론 모든 제품은 이케아의 규격에 맞춰 제작되며, 이케아 제품을 조립할 때 Superfront의 제품과 함께 조립할 수 있도록 제공된다.

앞문의 기하학적 패턴과 파스텔 톤의 색감이 고급스러움을 더하며, 다양한 소품과의 배치로 색다른 분위기를 전달한다. ⒸSuperfront

고객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대리석 상판에 차별화된 색상의 앞문, 고급스러운 가죽 손잡이를 가진 '고객 맞춤형 이케아 서랍장'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탈리아 및 북유럽의 진짜 고급 브랜드 가구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말이다.

가구에도 액세서리 시장이 있다

휴대폰 액세서리의 시장 규모가 얼마인지 알고 있는가? 휴대폰 케이스, 보호필름 등을 판매하는 휴대폰 액세서리 시장은 2016년 한 해 동안 자그마치 65조 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이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14% 수준에 이르는 놀라운 규모이다. 글로벌 단위의 인프라 투자와 기술 개발이 요구되는 스마트폰 사업과 달리, 단순히 휴대폰을 '장식'하는 플라스틱 필름과 케이스를 판매하는 시장이 이 정도로 거대한 것은 다소 아이러니하다.

 

가구 업계에서도 액세서리 시장을 새롭게 발굴하여 역량을 집중하는 기업이 존재하니, 바로 지금부터 소개하고자 하는 스웨덴의 스타트업 Superfront(슈퍼프론트)이다. 2013년에 스웨덴에서 설립된 Superfront는 중고가 가구 제조 스타트업이지만, 완성된 가구를 다루지 않는다. 대신 이케아 제품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상판, 옆판, 문, 문고리 등의 일부 가구 부품을 고급화하여 판매하는 회사이다. 물론 모든 제품은 이케아의 규격에 맞춰 제작되며, 이케아 제품을 조립할 때 Superfront의 제품과 함께 조립할 수 있도록 제공된다.

앞문의 기하학적 패턴과 파스텔 톤의 색감이 고급스러움을 더하며, 다양한 소품과의 배치로 색다른 분위기를 전달한다. ⒸSuperfront

고객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대리석 상판에 차별화된 색상의 앞문, 고급스러운 가죽 손잡이를 가진 '고객 맞춤형 이케아 서랍장'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탈리아 및 북유럽의 진짜 고급 브랜드 가구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말이다.

우리 가구는 프라다를 입고 있는 이케아와 같습니다. 럭셔리 가구거리에서나 볼 수 있는 가구보다 멋지고 품위 있는 가구를 고객에게 삼분의 일, 또는 그 이하의 가격에 제공합니다.

 

- Mick Born, 공동 창업자

사진 속의 가구에서 보이는 개수대, 상판, 손잡이, 문, 다리는 모두 Superfront 제품이며, 내부 프레임과 선반, 뒤판 등은 이케아의 제품을 이용한다. ⓒ김상찬

가구 시장의 해커들

대형 공룡 가구 사업자인 이케아의
제품을 '해킹'하여 제공하는 업체들을
'이케아 해커'라고 부른다

스웨덴에는 Superfront 외에도 소파 커버나 천 등에 특화하여 스스로를 이케아 해커로 자처하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 알고 있듯이, 이케아는 합리적인 가격에 가구를 대량 생산하여 전 세계 시장으로 판매하는 독보적인 세계 최대 가구업체이다. 이케아의 시그니처 제품들은 단일 모델만 한 해에 수천만 대 이상 팔린다. 고객들이 최초 구매 이후에도 지속해서 부품을 추가 구매하여 직접 조립 및 조합하는 만큼, 많은 부품의 규격이 표준화되어 있다. 즉, 이케아는 타 업체들이 자신만의 맞춤형 상품을 제작할 수 있는 '오픈 소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이케아는
자신들의 제품에 기생하는
해커들을 방치할까?

이러한 해커들의 등장은 이케아에게 손해일까? 이케아 부품 대신 해커들의 부품을 구매하며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우려하여 소송을 걸 수 있지 않을까?

 

오히려 이케아는 이러한 기업들의 등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실제 이케아에 근무하는 내 지인들은 다양하고 우수한 제품의 이케아 해커들이 이케아 제품을 더 다양하게 즐길 기회를 준다는 긍정적 의견을 주었다. 이케아가 중고가 럭셔리 가구 시장까지 고객을 확장할 수 있게 지원하는 비즈니스 파트너인 셈이다. Superfront 역시 이케아의 해커 기업인 걸 숨기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이케아를 기반으로 삼은 럭셔리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이케아의 각종 가구 제품에 교체 및 추가 장착 가능한 Superfront의 다리 부품들 예시 ⓒ김상찬

물론 이케아는 중고가 시장에 대한 확대를 위해 자체적으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Hay, Tom Dixon 등 유명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개발하여 고객에게 더욱 고급스럽게 디자인된 이케아 상품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즉, 이케아의 이름으로는 부여하기 어려운 높은 가격과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타사와의 협력을 통해 확보함으로써 상호 윈-윈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Superfront 역시 자재, 파트너십 구축 등에 힘써온 결과 유명 디자이너 제품들과 대등한 수준의 자재 퀄리티와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함으로써, 고객 경험 확대를 위한 새로운 기회를 이케아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Superfront는 어떻게 차별화했을까?

우수한 품질의 가죽과 금속을 사용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가구에 개성이 부여될 것입니다. 일반적인 이케아 제품과는 다르게.

 

- Tove Greitz, 스톡홀름 쇼룸 매니저

첫째, 이들은 사업 초기부터 합리적인 프리미엄 브랜드 구축에 집중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스웨덴에 이케아 해커가 Superfront만 있는 것은 아니다. 휴대폰 액세서리 시장처럼 유사 시장에 집중하는 소규모 저가 업체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하에 글로벌 시장까지 안정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가구 액세서리 업체는 아직까지 Superfront가 유일하다.

Superfront 매장에서 만난 사이드보드 제품. 금속 재질의 세련된 다리와 손잡이, 라임스톤 재질의 상판이 이케아 가구에 차별성을 더해준다. Ⓒ김상찬

Superfront는 타 고가 가구 브랜드처럼 고급 인테리어 잡지 및 유명 블로그 등에 자사의 상품을 노출하며 브랜드를 차별화했다. 타사가 이케아와 유사한 등급에서 선택의 폭을 약간 넓혀주는 데 그쳤다면, Superfront는 스웨덴의 유명 디자이너 Klas Ernflo와의 컬래버레이션 제품도 출시하며 경쟁사보다 한 단계 높은 급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통하여 잠깐 쓰고 버리는 트렌디한 일회용 가구 이미지의 이케아에,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세련된 멋을 보여주는 가구 이미지를 덧씌워 주는 데 성공했다. Superfront의 디자인 철학이기도 한 '세월을 초월한 모던함(modern timeless)'의 가치가 이케아의 이미지 변신을 통해 잘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 스웨덴 아티스트 Klas Ernflo와 공동 작업으로 탄생한 Superfront의 사이드보드 제품인 Delirium(데리리움). 독특한 패턴과 더욱 세련된 색상으로 이케아 가구의 가치를 더해준다. ⓒSuperfront

 

둘째, 인테리어 업체와의 제휴이다. 스웨덴의 집 구매자는 대부분 Hemnet(헴넷)이란 부동산 중개 앱에 올라오는 집 판매 정보에 의존해서 집을 산다. 보통 구매자는 실구매 전에 약 수십~수백여 개 집 후보의 인테리어를 사진으로 둘러본다. 그 때문에 판매자는 최대한 좋은 가격에 집을 팔기 위해 고액을 들여서라도 인테리어에 투자할 이유가 생긴다. 인테리어에 수백만 원을 들여서라도 집을 수천만 원 더 비싸게 팔 기회를 만드는 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한국처럼 지역·평형·아파트 브랜드에 따라 집 가격이 규격화되어 있지 않고, 쌍방 간 합의로 결정되기 때문에 구매자가 사고 싶게끔 집을 꾸미는 게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집 판매 전 홍보사진 촬영 및 전시 행사를 위해 단기적으로 인테리어를 꾸며주거나 대여해주는 업체들이 많다. Superfront도 이러한 인테리어 업체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여 중고가 주택거래 사이트 사진에 자사 브랜드 제품이 등장하도록 하였다. 아마 집 구매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Superfront 제품으로 멋지게 꾸며진 집 사진을 수도 없이 보았을 것이다.

 

셋째, 탁월한 온라인 인터페이스와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가 빛을 발했다. Superfront는 다른 어떠한 경쟁사보다 직관적이고 우수한 웹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다. 이케아 제품과 함께 조립해야 하는 DIY 제품은 구매에 복잡성이 따른다. 만약 지나치게 구매과정이 복잡하다면 소비자의 거부감도 올라갈 것이기에, Superfront는 최대한 직관적인 웹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쉽게 제품을 구성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사진을 통해 필요한 제품을 선택하면 필요한 부품들이 제시되고, 고객은 원하는 색상과 무늬 등을 선택하여 구매할 수 있다. 아직까지 홈페이지가 스웨덴어 중심으로 되어있지만,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덕분인지 영어만을 구사하는 나 스스로도 제품 구성 및 주문을 할 수 있는 정도다.

Superfront의 제품 선택 및 결제 페이지. 이케아 가구와 함께 조립해야 해서 구매 복잡성이 높을 수 있으나, 원하는 제품별로 구매가 필요한 제품이 무엇인지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Superfront

Superfront의 모든 제품은 온라인에서 판매한다. 그리고 스톡홀름 중심가에 플래그십 오프라인 쇼룸을 두어 구매 전 제품을 확인하고 경험할 수 있게끔 전시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대리석 상판을 추가로 주문할 수 있는지 문의하니 직원이 대리석 공급업체의 공장을 직접 연결해주었고, 수백 가지 대리석 종류 중 온전히 내가 원하는 자재를 찾도록 지원해주었다. 보통의 스웨덴 기업들은 한국 대비 서비스 수준이 낮은 편인데 Superfront의 쇼룸은 이례적으로 높은 서비스 수준을 자랑하고 있었다.

스톡홀름 중심가에 위치한 Superfront 쇼룸에서는 그들의 제품을 이용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예시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김상찬

가구 액세서리 비즈니스, 한국에서는?

현재 한국에서는 2018년 3월 기준 이케아 매장이 2곳 운영 중이며, 2020년까지 6곳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규격화된 가구 제품이 늘어난다는 것은 곧 액세서리 업체에게도 기회가 늘어남을 의미한다. 또한, 중국과 일본 시장의 규모를 생각할 때 아시아 시장에서 가구 액세서리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현실성 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 본다.

 

가구 액세서리 시장의 진입 장벽은 어떠할까?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처럼 소규모 업체들이 난립할 것인가? 구매 패턴이나 이용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스마트폰 케이스 때보다 가구 구입 시 높은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신뢰성과 안정성이 높은 브랜드를 신중히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즉, 저가의 짝퉁 가구 부품 업체가 아닌 고급 가구 액세서리 업체로서 신뢰성 있는 브랜드를 구축해 놓으면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Superfront가 이미 스웨덴 시장에서 증명했다.

 

Superfront는 우수한 디자인과 고급 브랜드 전략, 온라인 서비스 체계 등을 구축하여 스웨덴 및 일부 유럽시장에서 차별적 지위를 확보했다. 이와 유사한 제품을 제공하는 기업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는 곧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고객층을 확보해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이렇게 규격화된 제품의 액세서리 시장이 스마트폰이나 이케아 가구에만 존재할까? 삼성, LG, 신세계 등 소수 브랜드 제품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한국이라면,규격제품에 대한
액세서리를 제공하는 방식과
유사한 신규 시장 개척은
언제든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국내에서도 침대 가구 시장은 소수 메이저 기업이 과점하고 있는 형태며, 브랜드 사무용 가구 시장의 50% 이상은 퍼시스라는 단일 기업에 집중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인구는 스웨덴의 5배가 넘으며, 중국과 일본 등 인접 시장 규모도 큰 편이다. 규격 제품의 액세서리 시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다.

Superfront를 통해 바라본 스웨덴인

필요한 부품만
우수한 품질의 부품으로 구입해
직접 조립하는 방식은
스웨덴인의 니즈와 꼭 맞아 있다

스웨덴인은 집과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은 편이다. 그들과 대화하다 보면 그들이 인테리어에 쏟는 시간과 열정에 놀랄 때가 많다. 페인팅, 수도, 조명 등 크고 작은 집안 수리에 들이는 시간을 보자면 그 긴 휴가를 다 집수리하는데 쓰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들은 이렇게 정성 들여 꾸민 집에 가족과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걸 즐긴다. 그리고 한국과 달리 집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기에, 인테리어에서 집주인의 개성이 묻어난다고 믿는다. 어쩌면 스웨덴인이 조명과 가구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스웨덴인은 자신이 비싼 브랜드로 과시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을 매우 경계한다. 아무리 부자일지라도 겸손과 절제를 중시하고, 겉으로 드러내는 것을 천박하게 여긴다. 화려한 브랜드보다 좋은 품질의 소재와 시간을 통해 축적되는 경험과 전통에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

우리는 좋은 취향을 가진 모든 이가 돈 걱정 없이 훌륭한 인테리어를 즐기길 바랍니다. 우리 제품에도 스웨덴의 이러한 '민주적 철학(democratic philosophy)'이 녹아 있습니다.

 

- Sander Aarts, 공동 창업자

Superfront가 스웨덴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브랜드 철학이 큰 몫을 했다. 인테리어를 사랑하고, 화려한 브랜드보다 합리적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스웨덴인의 기질과 잘 맞았기 때문이다. Superfront는 현재 유럽 시장을 넘어 더 큰 시장으로 뻗어 나갈 야심을 세우고 있다. 모두가 돈 걱정 없이 훌륭한 인테리어를 즐기게 하는 Superfront의 민주 정신이, 스웨덴을 넘어 미국과 아시아까지도 널리 닿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