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의 나라, 스웨덴

많은 유럽인들은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즐겨 이용한다. 그중에서도 스웨덴은 네덜란드,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자전거를 가장 즐겨 타는 국가에 선정될 만큼 자전거 사랑이 각별한 나라이다.* 정장을 입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비즈니스맨의 모습이나, 자전거 뒤에 아이들을 태워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부모의 모습은 스웨덴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 출처: The top 5 cycling and motorcycling countries in the world (Dalia research, 2017. 05. 23)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스웨덴인들의 모습. 스웨덴은 겨울이 긴 국가임에도 유럽 국가 중 자전거를 일상생활에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국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처음 스웨덴으로 이주했을 때 생각보다 자전거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어서 의아했던 경험이 있다. 소위 자전거 선진국이라는 스웨덴이라면, 자전거 헬멧은 기본적으로 쓰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어야 하지 않는가? 나중에 알고 보니 이중 상당수는 헬멧이 아닌 자전거 에어백을 목에 두른 것이었다. 물론 단순히 불편해서 쓰지 않은 사람도 꽤 있었겠지만. 이번에 소개하려는 스타트업이 2011년에 설립된 세계 최초의 자전거 에어백 업체인 Hövding(회브딩)이다.

 

* Hövding 에어백 제품의 안정성 및 디자인에 대한 홍보 영상 ©Hövding

보이지 않는 헬멧, Hövding

Hövding의 자전거 에어백은 아래 사진과 같이 목에 두르는 구조이다.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자전거 용품이라기보다 목도리나 패션 소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비즈니스 정장에 함께 착용해도 부담스럽지 않고, 안전을 위해 헤어 스타일을 망치거나 답답함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Hövding의 큰 장점이다.

자전거의 나라, 스웨덴

많은 유럽인들은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즐겨 이용한다. 그중에서도 스웨덴은 네덜란드,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자전거를 가장 즐겨 타는 국가에 선정될 만큼 자전거 사랑이 각별한 나라이다.* 정장을 입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비즈니스맨의 모습이나, 자전거 뒤에 아이들을 태워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부모의 모습은 스웨덴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 출처: The top 5 cycling and motorcycling countries in the world (Dalia research, 2017. 05. 23)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스웨덴인들의 모습. 스웨덴은 겨울이 긴 국가임에도 유럽 국가 중 자전거를 일상생활에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국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처음 스웨덴으로 이주했을 때 생각보다 자전거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어서 의아했던 경험이 있다. 소위 자전거 선진국이라는 스웨덴이라면, 자전거 헬멧은 기본적으로 쓰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어야 하지 않는가? 나중에 알고 보니 이중 상당수는 헬멧이 아닌 자전거 에어백을 목에 두른 것이었다. 물론 단순히 불편해서 쓰지 않은 사람도 꽤 있었겠지만. 이번에 소개하려는 스타트업이 2011년에 설립된 세계 최초의 자전거 에어백 업체인 Hövding(회브딩)이다.

 

* Hövding 에어백 제품의 안정성 및 디자인에 대한 홍보 영상 ©Hövding

보이지 않는 헬멧, Hövding

Hövding의 자전거 에어백은 아래 사진과 같이 목에 두르는 구조이다.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자전거 용품이라기보다 목도리나 패션 소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비즈니스 정장에 함께 착용해도 부담스럽지 않고, 안전을 위해 헤어 스타일을 망치거나 답답함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Hövding의 큰 장점이다.

머리를 망치거나, 패션 스타일을 구기기 싫어 자전거 헬멧을 거부하는 고객의 니즈를 고려하여 자전거 복장이 아닌 세련된 정장을 입은 모델을 활용한다. ©Hövding

사실 헬멧 없이 자전거를 타는 것이 위험한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종종 헬멧 없이 자전거를 타게 되는 이유는 불편함 때문이다. 간편하고 자유롭게 이동하려는 욕구와 헬멧 이용/보관의 불편함이 충돌하니,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

 

Hövding의 자전거 에어백은 이러한 불편을 크게 줄여준다. 통계에 따르면 자전거 헬멧을 의무화하고 규제할수록 국민들이 자전거 자체를 더 멀리하게 되어 오히려 사회적으로 국민 건강에 악영향이 더 크다고 한다. 이를 헬멧 법의 역설(helmet law paradox)이라 하는데, 사람들이 얼마나 자전거 헬멧 쓰기를 꺼려하는지 알만 하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헬멧(invisible helmet)으로써 헬멧에 대한 대안을 제공해주는 Hövding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알게 해준다.

Hövding의 탄생

Hövding은 2005년 스웨덴 Lund 대학에서 산업 디자인을 전공하던 Anna Haupt와 Terese Alstin의 석사 논문에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미래의 헬멧(helmet of the future)'이란 주제로 설문을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면서 안전을 추구하는 동시에 헬멧 쓰는 것을 얼마나 꺼려하는지 알게 됐다.

 

Hövding의 두 창업자는 이 논문에서 일상적으로 자전거를 탈 때와 사고 발생 순간의 움직임 차이를 감지하는 센서에 대한 기술을 제시했다. 이후 7년 간의 연구개발 끝에 2011년 Hövidng 에어백 제품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

* 관련 논문: Modeling and Optimization of Airbag Helmets for Preventing Head Injuries in Bicycling (Annals of Biomedical Engineering Vol.45, 2017.4)

우수한 자전거 인프라를 보유한 스웨덴에서 Hövding이 탄생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시내 곳곳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 자전거 이용 시 원래 자리에 반납할 필요 없이 다른 대여소에 반납하면 된다.

사고 순간에 나타나는 가속 패턴을 정확하고 빠르게 인식하여 반응하는 것이 자전거 에어백의 핵심 기술이다. Hövding의 모든 제품에는 10초 간의 가속 패턴 데이터를 저장하고 인식하는 블랙박스가 내장되어 있다. Hövding은 이 정보를 반복적으로 수집/분석하면서 지금도 제품의 사고 대응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새로운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새로운 정보가 축적되어 제품이 좀 더 정교해지고, 고객은 더 안전해지는 셈이다.

 

두 학생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던 이 회사는 현재 나스닥에 상장되어, 16개국에 상품을 출시한 상태이다. 2014년에는 투자자로부터 약 1천 300만 달러(약 140억 원)의 펀딩에도 성공하였다. 아직도 30여 명에 불과한 크지 않은 회사지만, 지속적으로 더욱 다양한 제품군과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다.

 

또한 2015년에는 세계 선도적 에어백 제조업체인 일본의 Nihon Plast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공동으로 차세대 자전거 에어백 모델 개발에 들어갔다. 제품의 기술적 향상과 시장 침투율 확대가 더욱 기대된다.

과연 충분히 안전할까?

이 제품을 처음 접했을 때 드는 의문은 안전성일 것이다. 아무리 디자인이 좋아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구매하기 어렵다. 머리를 직접 단단히 감싸고 있는 일반적인 헬멧이라면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되지만, 머리가 노출되는 에어백 구조의 특성상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Hövding은 일반적인 헬멧 대비 3~8배 강도의 충격에도 견딜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유럽의 주요 보험사들로부터도 그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다. ©Hövding

스웨덴의 보험회사에서 진행한 자전거 헬멧 안전성 평가에서 Hövding은 13개의 일반 헬멧 모델의 평균 수준 대비 3배 이상 높은 안전성을 보였다고 한다. 스탠퍼드 대학 연구팀과 진행한 안전성 테스트에서도 8배 이상의 방어율이 높다는 평을 받았으며, 아직까지 제품의 안전성을 의심할 만한 사고 사례도 보고되지 않았다.

 

물론 전원 스위치를 끄고 착용한다든가, 배터리가 방전된다는 등에서 오는 문제는 별개일 것이다. 작동 시간은 약 18시간이며, 매일 하루 30분 정도 타는 내 경우에는 한 달 이상 충전을 안 해도 문제가 없다. 배터리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착용 시 경고음이 나온다.

 

* Hövding은 다양한 재미있는 상황에서 에어백이 진짜로 터지는지 실험하는 동영상들을 제작하고 홍보하며 바이럴 효과를 얻고자 한다. ©Hövding

이 제품은 도시에서 일상적으로 자전거를 타는 목적에 맞춰져 있다. 따라서 자전거 곡예를 시도한다던가 거친 산악 라이딩을 시도하면 사고 상황이 아니라도 에어백이 터질 수도 있다. 일상적인 자전거 주행의 움직임을 벗어날 때 반응하니, 스키나 스노보드 등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아직까지 부적합하다.

기존 헬멧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Hövding은 기존 헬멧 업체들과 경쟁하지 않습니다. Hövding은 헬멧 이용 고객이 아니라, 위험을 알면서도 헬멧 쓰기를 거부해 온 수많은 고객을 겨냥합니다.

- Lennart Gustafson, 투자자 매니저

현재 Hövding 에어백의 기본 가격은 2,695 스웨덴 크로나, 현재 환율 기준으로 약 36만 원이나 한다. 한국에 정식 출시될 경우에는 아마도 더욱 비싸질 것이다. 고급 자전거 헬멧이라도 10만 원대 수준인 걸 감안하면 자전거 헬멧과 가격으로 경쟁하기는 도저히 불가능한 수준이다.

Hövding은 기존 자전거 헬멧과 경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전거 타기나 자전거 헬멧 자체를 거부해 온 고객을 새롭게 발굴하며 시장을 개척한다고 주장한다. ©Hövding

이에 Hövding은 스스로를 자전거 헬멧 업체와 경쟁 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기존의 헬멧 이용 자체를 거부해 온 자전거 이용자가 핵심 고객이고, 기존의 어느 업체도 제공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며 새로운 시장을 발굴해간다는 것이다.

 

비싼 가격 외의 또 다른 문제는 사후관리이다. 이 제품은 한번 터지게 되면 재활용이 불가하며, 새 제품으로 교환해야 한다. 새 제품을 구매할 때 일종의 보험상품에 가입하게 해서 에어백이 터지면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구조로 판매하고 있다. 최신 기술에 기반한 제조 스타트업이지만, 사실상 판매 및 운영에 있어서는 보험업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이 제품을 위한 별도의 보험 상품에 가입하지 않아도 일반적인 집보험(home insurance)에 가입되어 있다면, 해당 보험사에서 커버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유럽 국가들에서는 도난, 상해 등 일상적인 가정생활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종합적으로 보장하는 집보험을 대부분의 가정이 가입하고 있다.

 

스웨덴 역시 많은 사람들이 집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대부분의 사고나 분실은 보험으로 처리 가능하고, 이는 Hövding이 에어백 사업을 하는데 중요한 기반 인프라가 되고 있다. 같은 이유로 상대적으로 보험 이용률이 낮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진출 시에는 제품 사후 관리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도 시장성이 있을까?

한국에서도 자전거 에어백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까? 일단 해당 제품을 애용하는 나의 경험을 볼 때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확산되기엔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가장 큰 장애요인은 역시 가격이다. 한국에도 고가 자전거 장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 구매층이 결코 적지 않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임은 분명하다. 일반적인 자전거 용품으로 판매하기보다 패션 소품과 같이 프리미엄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사후관리이다. 사고 발생이나 관리 부주의 등의 이유로 에어백이 펼쳐졌을 때 새로 구매해야 한다면 아무래도 고객의 부담이 높다. 보험 시장이 성숙한 유럽 시장과 차이가 있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 일본에서는 시범적으로 보험 없이 단순 판매에 그치고 있으나, 본격적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판매 후 사후관리와 A/S, 제품 회수 등에 대한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다음으로 스웨덴과 한국의 기후 차이다. 겨울이 길고 한여름에도 재킷을 입는 스웨덴에서는 목에 두르는 에어백이 사계절 늘 거북하지 않다. 목에 두르는 구조가 한국에서는 한여름에 타기에 다소 불편할 수 있다. 물론 헬멧도 거북하긴 하지만, 한여름에 목도리를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또한 추운 겨울엔 자전거를 타기 어려운 걸 고려하면 제품을 이용하기 가능한 시기가 짧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한국에서는 본격적인 대중화보단 새로운 소품에 관심이 높은 고객에 한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소규모로 운영 중인 일본 시장에서의 반응을 먼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자전거 가게보다는 북유럽의 프리미엄 라인으로 포지셔닝하여 백화점 쇼룸 등에서 유통 및 판매하는 게 더 적합할 듯하다.

기본 에어백 제품은 대, 중, 소의 사이즈로만 구분되며, 구매자별로 개성을 살릴수 있게 다양한 그래픽의 커버를 추가로 구매할 수 있다. ©Hövding

향후 오토바이 헬멧까지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이에 적합한 승인을 얻을 수 있다면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 또한 스키/스노보드나 스케이트보드, 승마, 혹은 공사 현장 등 보호 장구가 필요한 다양한 영역에서 안전성이 입증된다면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가격은 다소 높으나 북유럽의 안전하고 멋진 자전거 소품에 관심이 높은 고객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Hövding으로 바라본 스웨덴

처음 스웨덴에 도착했을 때의 첫인상은 고풍스러운 건물들 탓인지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이미지였다. 늘 새롭고 빠른 것을 추구하는 한국과 달리 사소한 것들도 보존하고 유지하려는 모습에서 때때로 답답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스웨덴을 알아갈수록 이러한 모습의 이면에는 새로운 기술의 시도와 적용에 있어 어느 나라보다 선도적인 국가라는 느낌도 받게 된다. 가치 있는 것은 보존하되, 기술로 개선할 수 있는 영역에 도전하는 스웨덴 특유의 개방적 마인드가 느껴진다. 새로운 기술 도입에 관대하지만 선례가 없으면 망설이게 되는 한국 특유의 마인드와 대조된다. 테크 스타트업 및 핀테크의 최전선이자, 교육/정치/문화 등 다양한 사회과학적 실험 국가 역할을 하는 것도 이러한 개방성에 기인한다고 본다.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스톡홀름의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로 Hövding 제품을 착용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면서, 전통에 대한 보존과 신기술의 선도적 도입을 동시에 중요시하는 최근 스웨덴인들의 모습을 생각하게 된다. ©Hövding

자전거 에어백은 이를 이야기 하기에 정말 작은 하나의 아이템일 수도 있다. 한편 새로운 변화를 빠르게 도입하고 의외로 진보적이고 젊은 스웨덴인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웨덴에서 지속적으로 신선한 테크 스타트업이 탄생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개방성과 자유로운 시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