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이상의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다

이게 서점이야, 시장이야?

북오프(Bookoff)는 일본과 해외에 총 900개가 넘는 지점을 둔 대형 중고서점 체인입니다. 1990년 일본의 가나가와현에서 소규모 중고서점으로 시작한 북오프는 초반부터 사세를 급격히 확장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일컫는 일본의 경제 침체기인 1991~2002년에 성장한 소수의 기업 사례로 인용되기도 합니다. 북오프는 1999년 미국에 처음 매장을 낸 후, 현재 미 전역에 9개의 매장을 운영 중입니다. 한국에도 진출해 2006년 서울역에, 2009년에는 신촌에 매장을 냈지만 2014년 문을 닫고 철수했습니다.

 

북오프는 브로드웨이 쇼가 열리는 42번가에서 세 블록쯤 떨어진 곳에 위치합니다. 처음 이곳을 방문할 때는 일본에 본사를 둔 서점이라는 정보밖에 없었기 때문에, 기노쿠니야와 비슷하겠지 생각하며 큰 기대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주소를 보고 도착한 이곳, 문 앞에서부터 1달러짜리 책 카트가 늘어서 있는 걸 보니 범상치 않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수많은 음반이 꽂혀 있는 서가가 펼쳐집니다. 분명 중고 서점이라고 해서 왔는데, 한 층의 대부분을 CD와 DVD가 채우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매장 벽에 '우리는 당신의 책과 게임, DVD와 CD를 산다(We Buy Your Books, Games, DVDs & CDs)'고 적혀 있습니다.

서점에서 전자 기타와 키보드를 보는 색다른 경험 ⓒ안유정

북오프에서는 중고 물품을 적극적으로 사들입니다. 계산대 한쪽에는 중고품을 매입하는 코너가 따로 있습니다. 원래는 가격도 꽤 잘 쳐주고 이것저것 다 받아줬던 것 같은데, 최근 들어 중고 매입 가격을 많이 깎는 바람에 사람들의 불만 섞인 후기가 인터넷에 올라오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중고서점으로 소개하기는 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양의 CD와 DVD, 그리고 생뚱맞은 물건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사실 이곳은 중고서점보다는 커다란 중고 시장(플리마켓)이라고 봐도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