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필휘지(一筆揮之)

1. 금융감독위원장 이임사(2000년 1월 13일)

 

(중략) 돌이켜 보면 아쉬움도 있고 허물도 남겼겠지만 이들은 모두 제가 가지고 떠나겠습니다. 김구 선생은 결단을 내릴 때 서산 대사의 시구를 자주 인용했다고 합니다.

踏雪野中去
눈덮인 광야를 걸어갈 때에는
不須胡亂行
이리저리 함부로 걷지 말라
今日我行跡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은
遂作後人程

반드시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 

이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금융감독기관이 개척해 나아가야 할 소명의 길이기도 합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들께 두 가지를 당부드립니다.

 

첫째는 과거에는 금기시되었던 은행이나 대재벌의 퇴출이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현상적 사실보다는 시장금융의 원칙이 예외 없이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구조조정의 핵심임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구조조정이 일과성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시는 우리 경제가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간에 도입된 제도와 관행을 공고히 다지는 일에 한층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는 금융감독기관의 독자성과 공신력을 확고히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외부의 압력이나 유혹을 엄정하게 차단하고, 시장경제원리가 막힘없이 발휘될 수 있도록 숭고한 사명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2. 재정경제부 장관 취임사(2000년 1월 14일)

 

(중략) 다행히 그동안 온 국민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해온 결과, 우리 경제가 점차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과에 자만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경제의 환부에서 새살이 돋아나게 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