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은 무엇이었는가.

 

이에 대한 답이 한 갈래로 나올 수 있겠는가. 임진왜란은 이미 역사 속의 사건이다. 사람들은 책을 읽고 당시의 난을 인지한다. 누군가는 이순신의 시선에서, 누군가는 류성룡의 시선에서 읽었을 것이다. 왜 난이 일어났는가. 왜 앞서 막지 못했는가. 우리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배웠는가. 사람들마다 해석이 다를 것이다. 이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본 사람도 많지 않다. 해석은 수십만, 수백만 갈래로 갈라지게 마련이다.

 

지난 일에 대한 평가는 늘 이렇다. 1997년 말에 터진 외환위기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사건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최대 국란이라 불렸다. 온 국민이 한 방향을 보고 있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20년이 흘렀다. 외환위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이 질문에 어떻게 한 가지 답이 나올 수 있을까.

 

많은 기업이 무너졌다. 실직자가 쏟아져 나왔다. 살아남은 이들도 살을 깎으며 버텼다. 누군가는 기회를 타서 한몫을 챙겼다. 외환위기는 많은 이들의 삶을 뒤흔들어 놓았다. 이들은 각자의 눈높이에서 20년 전을 돌아보고 있을 것이다. 외환위기를 아는 수천만 명이, 각자의 기억과 평가를 곱씹게 되는 것이다.

외환위기 뒤 20년을 평가해달라.

언론사들의 청을 계속 고사했던 건 그래서였다. 구조조정을 지휘했던 나 역시, 외환위기를 기억하는 수천만 명 중 하나일 뿐이라 생각한다. 더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먼저 듣고 싶었다. PUBLY 박소령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그래서였다.

 

PUBLY가 제안한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2012년에 기록한 「위기를 쏘다」를 간단하게 발췌해 먼저 전달하겠다는 것, 그리고 이를 읽은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자는 것, 그 대화의 내용을 또 독자들에게 전달하자는 것이었다. 새로웠다. 매체를 통해 일어나는 소통이 갑갑하게 느껴지던 참이었다. 일방적으로 내 이야기를 풀어놓는 게 아니라는 것 또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