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언 기간 끝내고 입을 열다

Editor's Comment

IMF 외환위기 사태가 일어난 지 20주년이 되었습니다. 지난날 교훈을 바탕으로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남겨둔 기록을 독자 여러분과 나눕니다. 위기의 순간을 되돌아보는 일이 왜 필요한지, 1997년부터 시작된 국가적 위기 상황을 둘러싸고 발생한 사건들을 어떤 맥락에서 보아야 하는지에 관한 도입부 글로 본 리포트를 시작합니다.

1. 본 리포트는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를 최전선에서 수습했던 이헌재 전 장관의 회고록「위기를 쏘다」(중앙북스, 2012) 중에서 PUBLY 박소령 대표가 현재에도 유효한 통찰과 배움의 정수를 발췌해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2. 원본 도서에 수록된 글의 순서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내용을 매끄럽게 연결하고자 추가한 부분은 괄호로 표기하였습니다.
3. 해당 인물들의 직책은 회고록이 집필된 2012년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4. 원본 도서의 주석을 그대로 사용한 경우, 출처를 명기하였습니다.
'구조조정의 전도사' '용병 소방대장' '야생마(재벌) 조련사' ⋯⋯.

 

이헌재란 이름에 붙는 수식어다. 경제 관료로선 아주 많은 편이다. 혹자는 내가 그만큼 유명세를 많이 치렀다는 방증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이헌재란 이름엔 개혁 이미지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리라. 과연 그런가. 나 스스로는 '약간 개혁 성향이 있지만 전반적 보수'라고 생각한다. 시장주의자요, 성장을 중시하는 친기업 성향이다. 그러나 막상 내가 경제 사령탑을 맡은 건 DJ*·노무현 정권 때다. 운명은 나를 성향과는 전혀 다른 길로 이끈 셈이다. 그만큼 갈등도 사연도 있었다.

* 1997년 12월 18일에 실시된 제15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당선자 김대중을 가리킨다. 본 리포트의 원문인「위기를 쏘다」에서는 대부분 DJ로 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