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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토르(Molitor)'는 2014년 여름 바르셀로나로 날아가기 전, 파리 체류의 유일한 목적이었을 만큼 그 당시 나의 모든 관심을 독차지했던 곳이다.
바르셀로나 여행을 준비할 때 알게 된 몰리토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한눈에 나를 사로잡은 것이 바로 이 한 장의 사진이었다. 강렬한 컬러의 대비가 인상적인, 한없이 넓게 펼쳐져 있는 야외 수영장. 그저 이곳에 가서 파리의 햇살을 받기만 해도 모든 몸과 마음의 그늘이 없어질 것만 같은 강렬함. 덕분에 바르셀로나로 넘어가기 전, 온전히 파리에서의 2박 3일을 이곳 몰리토르에서 보냈고, 1분 1초가 아깝지 않을 만큼 파리 여행의 목적 그 자체로 충분한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2017년, 3년 만에 다시 찾은 몰리토르는 많은 부분에서 더욱더 진화해 있었다. 친절하고 편안한 스태프들의 환대는 여전했지만, 이제는 모든 부분이 완벽하게 맞물려 자리를 잡은 느낌이랄까. 2014년 가오픈(soft launching) 때 방문한 최초의 아시아 투숙객이자 한국인 투숙객이었던 3년 전과는 다르게, 다른 아시아계 투숙객들이 많이 눈에 띄는 것도 그동안의 큰 변화일 것이다.
6천5백만 파운드(약 950억 원)가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답게, 실제로 몰리토르는 파리 시내에 위치한 하나의 호텔 공간으로만 보기에는 매우 큰 규모감을 자랑한다. 그러나, 지난 5월 업무차 방문했었던 제주도의 '신화호텔'처럼 공간 그 자체의 엄청난 규모감을 통해 받게 되는 압도적인 느낌보다는, 몰리토르라는 공간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요소들과 섬세함이 주는 경이감이 더 컸다. 바로 이것이 다른 초대형 규모의 호텔과 몰리토르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