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테이스트를 만드는 사람들
오늘날을 '테이스트(taste)'의 시대라고들 한다. 본인의 독특한 취향이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 언제부터인가 이 테이스트라는 단어는 '소비자'와 '라이프스타일'이 최근 몇 년간 마케팅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단어가 되었다. 건축가셨던 아버지는 내게 언제나 "너만의 테이스트를 가진 어른이 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아버지가 오래도록 강조한 테이스트가 맛, 혹은 취향이라는 사전적 의미만이 아닌, 한 사람의 스타일, 혹은 총체적인 안목까지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알게 되었다.
쉐이크쉑 버거(Shake Shack Burger), 에이스 호텔(Ace Hotel), 블루보틀 커피(Blue Bottle Coffee). 최근 3년간 여행과 미식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층의 SNS에서 가장 많이, 혹은 보편적으로 노출된 브랜드들이다. 어쩌면 하나의 트렌드로도 불릴 수 있는 이러한 흐름을 지켜보면서 떠올린 오래된 의문은 "트렌드가 취향이 될 수 있을까?"였다.
이것은 단순히 트렌드와 취향에 대해 좋고 싫음을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트렌드와 취향의 상관관계'에 주목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인(動因)에 대해 날을 세울 수밖에 없는 마케터의 본성 같은 것이기도 하고.
앞서 언급했듯이, 테이스트를 그 사람의 취향을 넘어선 총체적인 스타일과 안목까지를 아우르는 단어로 정의한다면, 사실 우리가 본질적으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다음과 같은 물음이다.
누가 트렌드를 창조해 내는가?
모노클(Monocle)의 타일러 브륄레(Tyler Brûlé)처럼, 어느 한 사람의 테이스트가 많은 사람들의 취향과 스타일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결국에는 시장에서 Game Changer 역할을 한다.
새로운 테이스트를 만드는 사람들
오늘날을 '테이스트(taste)'의 시대라고들 한다. 본인의 독특한 취향이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 언제부터인가 이 테이스트라는 단어는 '소비자'와 '라이프스타일'이 최근 몇 년간 마케팅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단어가 되었다. 건축가셨던 아버지는 내게 언제나 "너만의 테이스트를 가진 어른이 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아버지가 오래도록 강조한 테이스트가 맛, 혹은 취향이라는 사전적 의미만이 아닌, 한 사람의 스타일, 혹은 총체적인 안목까지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알게 되었다.
쉐이크쉑 버거(Shake Shack Burger), 에이스 호텔(Ace Hotel), 블루보틀 커피(Blue Bottle Coffee). 최근 3년간 여행과 미식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층의 SNS에서 가장 많이, 혹은 보편적으로 노출된 브랜드들이다. 어쩌면 하나의 트렌드로도 불릴 수 있는 이러한 흐름을 지켜보면서 떠올린 오래된 의문은 "트렌드가 취향이 될 수 있을까?"였다.
이것은 단순히 트렌드와 취향에 대해 좋고 싫음을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트렌드와 취향의 상관관계'에 주목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인(動因)에 대해 날을 세울 수밖에 없는 마케터의 본성 같은 것이기도 하고.
앞서 언급했듯이, 테이스트를 그 사람의 취향을 넘어선 총체적인 스타일과 안목까지를 아우르는 단어로 정의한다면, 사실 우리가 본질적으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다음과 같은 물음이다.
누가 트렌드를 창조해 내는가?
모노클(Monocle)의 타일러 브륄레(Tyler Brûlé)처럼, 어느 한 사람의 테이스트가 많은 사람들의 취향과 스타일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결국에는 시장에서 Game Changer 역할을 한다.
이렇듯 스타일과 감각, 취향을 바탕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시장의 트렌드와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끼쳐 온 사람들. 이 프로젝트는 그들을 '테이스트 메이커(Taste Maker)'로 정의하고, 실제로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를 둘러싼 많은 트렌드와 테이스트에 대한 흥미로운 단초를 제공하고자 하는 조금은 야심 찬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다양한 분야의 테이스트 메이커 중 이번 시리즈에서는 하나의 공간을 새롭게 창조하는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특히 레스토랑, 카페, 복합 문화 공간 등 여러 공간 중에서도 호텔을 선택했다. 호텔은 '여행'과 '일상'이라는 우리 삶의 두 단면에 맞닿아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호텔은 이용자와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는 특별한 공간이다. 우선,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공간인 '집'이 되거나, 가장 개인적인 놀이 공간이 되기도 한다. 또한, 한 도시를 대표하는 이정표이자, 그 자체로 풍부한 경험의 공간이 된다. 즉, 호텔은 일반적인 상업 공간보다 다면적인 특수성을 가지는 것이다. 호텔로 우리의 취향과 시장의 트렌드에 많은 영향을 미쳐 온 테이스트 메이커들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테이스트 메이커들과 나눈 특별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공간과 테이스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공간, 호텔
2007년에 한국 런칭을 앞두고 있던 파트너 브랜드의 디렉터와 뉴욕 소호(Soho) 지역에 위치한 '머서 호텔(Mercer Hotel)'에서 미팅을 한 적이 있다. 많은 출장과 여행으로 뉴욕에서 명성이 높은 대부분의 호텔들에 투숙해 본 경험이 있음에도, 내게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 있는 호텔을 꼽으라면 언제나 주저 없이 머서 호텔을 이야기하곤 한다.
1997년에 오픈한 이후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호텔의 지하에 위치한 레스토랑인 '머서 키친(Mercer Kitchen)'은 당시 뉴욕의 힙스터들과 트렌드세터들이 모이는 곳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마침 파트너와의 친분으로 그 날 호텔을 방문했었던 호텔의 마케팅 디렉터와 잠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가 이야기해 준 머서 호텔의 스토리를 흥미롭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돌이켜 보면, 소호의 머서 호텔이라는 공간이 가진 상징성과 그곳에 오는 사람들, 그리고 공간이 주는 뉴요커스러운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이 모든 것들이 마케팅 디렉터의 이야기와 함께 강력한 하나의 스토리로 남았다. 나에게는 머서 호텔이 뉴욕이라는 한 도시에 대한 경험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런던, 파리, 베를린에 있는 7곳의 호텔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세계적인 디자인 그룹의 CEO, 세계 최고의 명성을 가진 디자이너, 거대 호텔 그룹의 마케팅 디렉터, 디자인 스튜디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건축가, 호텔의 세일즈 담당자 등. 테이스트 메이커의 영역을 디자인이라는 하나의 분야에만 한정 짓지 않고, 다양한 시각을 통해 호텔에 대한 총체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또한, 역사를 지닌 호텔, 압도적인 디자인 감성 자체가 스토리가 되는 호텔 등 7곳의 호텔이 서로 다른 성격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각의 호텔을 서술하는 방식에는 조금씩 차이를 두었다. 특히, 세계적인 테이스트 메이커들의 인터뷰를 포함한 호텔의 경우,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인터뷰를 반드시 주의 깊게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뉴욕의 머서 호텔뿐만 아니라,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테이스트 메이커로 정의할 수 있는 모든 이들과의 인터뷰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인사이트가 되었다. 그들에게 받은 영감을 독자에게 잘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에, 인터뷰를 원고로 정리하는 작업에 공을 들였다. 실제로 인터뷰 도중 해석이나 부연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꽤 많아, 대화 과정에서 떠오른 나의 인사이트(해석)를 인터뷰를 이해하는 단초로 녹여 넣기도 했다. 독자들의 영감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각 호텔의 이야기는
인터뷰를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내가 경험한 테이스트 메이커들의 이야기가 독자에게도 호텔에 대한, 공간에 대한, 사람에 대한, 그리고 트렌드에 대한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 조금은 떨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런던의 '바운더리 호텔(Boundary Hotel)' 이야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