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일본 여행을 고집했던 이유

2012년 가을. 아버지, 어머니, 나와 여동생까지 네 가족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올해 연말에는 꼭 가족끼리 해외여행을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동안 각자 여행이나 출장으로 해외에 간 적은 있지만, 온 가족이 함께 해외여행을 간 적은 없었던 터라, 2013년 예정된 내 결혼을 앞두고, 가족끼리의 단출한 해외여행도 좋을 것 같았다.

 

우리는 각자 가고 싶은 여행지들을 꺼내놓았다. 아버지와 나는 뉴질랜드가 좋을 것 같았고, 동생은 하와이를 추천했다. 다들 추운 겨울에 따뜻한 곳에서 휴양하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수영도 하는, 그런 시간을 꿈꾸고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의견이 달랐다. 어머니는 일본에 가서 료칸에 머물며 노천탕을 체험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물론 일본도 아주 매력적인 여행지이지만, 당시에는 상황이 좀 달랐다. 2011년에 후쿠시마에서 원전사고가 난 다음 해여서 대부분 일본여행을 자제하던 때였고, 연말에 한국을 떠나 아무 걱정 없이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면서 좋은 추억을 쌓고 싶기 때문에 일본으로 가는 건 아무래도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본 여행의 장점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요즘 체력이 달려서 장거리 여행은 싫은데, 일본은 비행거리도 짧고 시차가 없어서 너무 좋은 데다가 온천이 피부 노화방지에 좋다고 하셨다. 또 일본은 음식도 깔끔하고, 무엇보다 료칸의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하셨다. 그리고 가족끼리 기모노를 입고 사진을 찍는 게 소원이라고까지 말씀하셨다.

일본의 료칸 ⓒPepe Nero/Unsplash

어머니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아버지께 여쭤봤다.

 

"아버지, 어머니가 언제부터 저렇게 일본에 가고 싶어 하셨어요? 저는 전혀 몰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