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와 마윈의 6분 협상이 남긴 두 가지

전직 영어강사였던 마윈(馬雲)은 중국에서도 전자상거래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 예상하고 인터넷 사업을 시작했으나 수차례 실패했다. 1999년, 심기일전한 마윈은 직원 17명과 알리바바 온라인(Alibaba Online)이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곧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유럽계 투자회사에서 투자업무를 담당하던 차이충신(蔡崇信)이라는 글로벌 인재도 영입했다.

 

이듬해인 2000년, 마윈은 베이징을 방문한 손정의(孫正義)를 만나게 되었다. 중국의 수많은 기업가들이 세계적인 투자자인 손정의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마윈에게도 10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손정의 앞에 선 마윈이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의 가능성과 알리바바의 비전에 대해서 6분여 정도를 설명했을 때, 이미 손정의는 마윈에게 완전히 설득당한 상태였다. 손정의는 마윈의 프레젠테이션을 중단시켰다.

난 반드시
알리바바에 투자를 해야겠소

이렇게 마윈과 손정의의 역사적인 투자 계약이 체결되었다. 당시 손정의는 20명 남짓한 팀으로 이루어진, 설립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중국의 신생 IT기업에 2천만 달러(약 200억 원)를 투자한 것이다. 게다가 손정의가 알리바바에 투자한 2000년도는 전 세계적으로 닷컴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한 해였다. 그 당시 검증되지 않은 중국의 신생 IT기업에 2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한다는 것은 업계에서도 굉장한 리스크를 부담하는 결정이었다.

* 인터넷 관련 분야가 성장하면서 산업 국가의 주식 시장이 지분 가격의 급속한 상승을 보았던 1995년부터 2000년에 걸친 거품 경제 현상

 

하지만 손정의는 마윈이라는 사람을 보고 통 큰 투자를 단행했다. 그리고 이 투자를 계기로 둘 간에 돈독한 신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소프트뱅크의 투자로 알리바바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무서운 성장을 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