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협상, 누가 먼저 제안할 것인가?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구글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까다롭기로 소문난 구글의 면접을 수차례 통과한 후, 마침내 HR본부장과 연봉협상을 앞두고 있는 상황. 당신은 먼저 연봉을 제시할 것인가, 아니면 구글이 제시하는 금액을 일단 들어볼 것인가?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러한 상황에서 "일단 한번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약 10% 내외의 사람은 "내가 원하는 것을 먼저 제시하겠다."라고 이야기한다. 과연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자신에게 더 유리할까?

상대의 제안을 먼저 들어볼 때의
리스크는 무엇일까?

만약 구글코리아가 당신에게 첫 제안을 했을 때 당신이 그 제안에서 크게 벗어난 연봉으로 최종 합의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는다. 앞서 원칙 4에서 이야기했듯이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 때문이다.

 

실제 협상테이블에서 상대방의 첫 제안이 앵커링 효과를 노리는 전략임을 간파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선점한 기준점은 협상 내내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심리적인 측면에서 분석해보면 구체적인 기준점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기준점으로 삼을 수 있는 특정한 숫자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

 

그레고리 노스크래프트(Gregory Northcraft) 교수와 마거릿 닐(Margaret Neale) 교수는 부동산 중개인들을 초빙해 매물로 나온 부동산의 감정가격 및 적절한 매도가격을 평가하게 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부동산 매도자로부터 높은 희망가격을 제시받은 중개인일수록 부동산 감정가격 및 적절한 매도가격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부동산 거래를 전문적으로 하는 중개인들조차, 선점된 기준점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 관련 자료: 디팩 맬호트라/맥스 베이저먼, 「협상 천재」, 웅진지식하우스 (2008)

 

반대로 내가 원하는 것을 먼저 제시할 때의 치명적인 리스크는 어떤 것이 있을까?

생애 가장 굴욕적인 거래

나는 2004년, 중고차 매매시장에서 SM5를 매입한 경험이 있다. 당시 타깃으로 삼았던 SM5 중 외관에 흠이 없고 엔진 소리가 경쾌했던 검정색 차량을 발견하고 중고차 딜러와 협상을 시작했다. 그 차량은 1,900만 원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1,700만 원 정도면 구매하겠다고 마음먹고 딜러에게 호기롭게 가격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