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사항 속에서 욕구를 파악하기

무더운 여름 토요일 오후 2시, 대학 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진운이에게 한 손님이 묻는다.

냉장고에 포카리스웨트가 없네요. 혹시 다 떨어졌나요?

땀을 비 오듯 쏟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는 순간 진운이는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교내에 길거리 농구대회가 있는 날이라 몇몇 팀들이 오전에 와서 포카리스웨트를 모두 다 사가버린 것이다. 잠시 당황한 진운이는 재빨리 말을 이어간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오늘 오전에 포카리스웨트가 다 나가버려서요. 혹시 스포츠 음료를 찾으시면 이쪽에 시원한 파워에이드가 있고 게토레이도 있습니다. 지금 게토레이는 2+1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손님은 그제서야 다시 냉장고로 가서 게토레이 3병을 가지고 계산대로 온다.

 

협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알아두어야할 핵심 개념이 바로 요구(Position)와 욕구(Interest)이다.

위의 사례에서 아르바이트생 진운이는 고객의 요구 사항이 포카리스웨트였지만, 고객의 욕구가 '갈증 해소'라는 점을 파악하고, 이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파워에이드와 게토레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거기에 더해 게토레이는 현재 2+1 행사를 하고 있음을 언급하여 추가적인 구매까지 이끌어냈다. 만약 진운이가 고객이 처음 요구했던 포카리스웨트에만 집착했다면 고객으로부터 구매를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이 표현하는 요구에만 집착하면 이를 만족시키기 힘든 경우가 상당히 많다. 하지만 상대방의 요구를 직접 만족시키기 힘든 경우에는 그 이면에 보다 근원적인 욕구가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고민하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협상학에서는 요구와 욕구를 거대한 빙산에 비유하기도 한다. 즉, 표면에 드러나는 빙산의 일각인 요구에 집착하기보다는 그 이면을 받치고 있는, 거대한 빙산의 몸체에 해당하는 욕구를 파악하여 상대를 설득시킬 수 있는 여러가지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김 대리의 전직 요청

탄탄한 중견기업에 입사해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해온 김 대리는 창원공장 경영지원팀에서 근무하다가 본사 인사팀장 박 상무의 눈에 띄어 2년 전부터 서울본사 경영지원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 대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꼼꼼하게 처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직 내에서 인간관계도 좋아서 동료들 뿐만 아니라 윗사람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