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이 사라진 일본의 서점

원래 오프라인 서점의 가장 큰 역할은 소비자를 위해 다양한 종류의 책을 한곳에 구비하는 것이었습니다. 제품을 공급하고 유통하는 거죠. 그러나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서점이 이러한 기능을 대체하면서 오프라인 서점을 위기에 몰아넣었습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공통된 현상이며, 일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20년간 일본의 서점 수는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 일본의 서점 수는 1999년 2만 2296개에서 2018년 1만 2026개로 약 1만 개 감소했다.

 

달라진 상황에 걸맞게 최근 일본의 서점들은 공급과 유통이 아닌 다른 가치를 제공하는 장소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일본 서점의 차별화 전략은 두 가지 흐름을 보이는데요. '공간을 연출하는 곳'과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책을 제안하는 곳'입니다. 맥락 있는 서점, 큐레이션 서점 등이 트렌드로 떠오르는 한국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책과 공간을 함께 팔다

특정 테마를 컨셉으로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게끔 연출한 공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테마가 술입니다.

 

노우 바이 모토(Know by Moto)는 '책 사러 왔다가 술 한 잔 마시고, 술 마시러 왔다가 책 한 권 만나는 곳'이라는 컨셉으로 기획됐습니다. 이곳은 일본 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주인이 손님의 기분에 맞춰 사케를 추천하는 젬 바이 모토(Gem by Moto)가 츠타야 서점과 콜라보해 꾸민 공간입니다. 일본 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책을 읽으며 부담 없이 사케를 즐길 수 있죠.

책이 진열된 노우 바이 모토 매장 내부 ⓒ정희선

B&B(Book & Beer)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고를 수 있는 서점입니다. 방문객이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고르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이 공간의 특징이죠. 그래서 거의 매일 작가나 편집자의 토크 이벤트가 진행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도 작가와의 토크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이 맥주 한 잔을 손에 들고 책장을 둘러보면서 이벤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서점이라기보다는 지역 주민이 퇴근길에 들르는 사랑방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도쿄의 우에노(上野)라는 동네에는 식물을 테마로 한 서점 루트 북스(ROUTE BOOKS)가 있습니다. 인테리어 잡화점을 연상시키는 이곳에 앉아 식물에 둘러싸여 햇볕을 쬐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을 읽고 싶어집니다.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오래된 건물의 복고적인 이미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루트 북스 매장 내부 ⓒ정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