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경영보다 방어적 생존 전략

일본의 많은 경영자가 '불황이란 언젠가 끝이 있다'는 믿음 속에서 끝까지 인내하려는 경영철학을 고집해 왔다. 하지만 인내를 중시하는 경영자의 철학이 1990년대 이후의 장기 불황에 처한 화학 기업들에게는 더 이상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잃어버린 20년 동안 불황이 끝나기를 기다렸던 '인내경영'에서 벗어나려는 경영자의 노력과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일본의 화학 산업은 메이지 시대, 화폐 제조 공정에 필요한 황산을 생산하면서 시작되었다. 19세기 말에 들어서는 화학비료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고,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당시 수입품이던 의약품, 합성염료, 황산암모늄 등을 대체하는 제품 생산에 착수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어 냈다. 


고도 경제성장기로 접어들어서는 전기, 자동차 등의 제조업 분야 수요가 확대되면서 석유화학 같은 분야로 사업의 축을 옮겼다. 실제로 당시 자동차 등 제조업이 성장하면서 석유화학에 대한 수요가 상승했고 이 때문에 화학 산업은 전기와 자동차 등 자국 내 기간산업을 지탱하는 소재산업으로 동반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화학 산업을 둘러싼 일본 내 상황은 크게 바뀌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 시대에 들어서는 가운데 국내 시장 축소와 원료 상승 등의 이유로 예전과 같은 수익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 불황의 시작은 버블 경기가 무너진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 초반 중국과 중동에서 저렴한 가격대의 원재료가 세계 시장에 공급되면서 일본의 화학 산업은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불황 속에서 탈출구를 모색하던 화학 기업들 스스로가 불황에서 벗어나기 힘든 내재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고객의 주문이 있으면 그 납기를 지키는 것을 고수해 왔는데 바로 이것이 긍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하지 않고 오히려 문제적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고객 주문에 납기를 지키는 것이 무슨 문제인지 의아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불황 속에서 납기를 지킨다는 것은 통상적인 상황에서 납기를 지키는 것과는 달리 한 가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납기를 지키는 것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생산제조 과정에서
고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