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팀의 리더란?

스포츠팀에는 수많은 외부 관계자와 선수, 코치, 프런트 등 내부 관계자가 있다. 이들은 모두 직·간접적으로 팀 전력 강화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설명한 모든 일은 누구의 책임하에 진행해야 할까?

 

먼저, 팀의 리더를 꼽을 수 있다. 리더는 구성원들이 팀 목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고,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는 역할이다. 이는 크게 팀 대표와 감독, 단장으로 나뉜다. 우선 출전 선수를 결정하거나 상대 팀 전술에 대응하는 등 그라운드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감독의 책임 아래 진행된다. 아직 한국에서는 그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단장은 그라운드 밖에서 일어나는 전력 강화에 관한 업무를 책임진다. 팀 운영 예산을 조달하거나 훈련 시설 확보, 프런트 인력을 충원하는 일 등은 팀 대표의 몫이다.

 

최근에는 경영 전반이나 재원 조달에 관한 책임은 대표가 지고, 선수단 운영에 관한 책임은 감독과 단장이 나누어 갖는 추세다. 단장과 감독은 서로 역할을 분담하는 협력 관계이면서도 때론 선수단 구성에 관해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스포츠팀에서 감독의 역할

감독은 주어진 선수로
팀이 원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

그래서 팀은 감독에게 출전 선수를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을 쥐여준다. 이는 선수를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막강한 힘이다.

 

몇 년 전, 펜싱팀 지도자 두 명에게 세 명이 출전하는 펜싱 단체전에 '네 번째 선수로는 누굴 뽑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펜싱에서 네 번째 선수는 만일에 대비하는 후보 선수를 의미하는데, 그들은 각각 '영리한 선수'와 '기질이 있는 선수'를 꼽았다. 전자는 프랑스 디종에서 펜싱 클럽을 30여 년간 운영한 펜싱 코치의 대답이었고, 후자는 리우 올림픽을 앞둔 한국 대표팀 감독의 대답이었다.

영리한 선수는 배운 기술 이상의 창의적인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다. 네 번째 선수까지 출전하게 된다면 어려운 경기가 될 게 분명하고 그런 경기에서는 임기응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프랑스 펜싱 코치

선수층이 두꺼워 기술 및 체력에서 큰 차이가 없는 프랑스 펜싱의 코치로서는 일리 있는 선택이다.

체력이나 기술에서 앞선 유럽 선수를 상대할 때는 기세로 대결하는 수밖에 없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몰아붙이는 선수라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

 

- 한국 펜싱 대표팀 감독

이처럼 감독이 어떤 플레이를 추구하느냐에 따라 공격형 선수가 발탁될 수도, 수비형 선수가 발탁될 수도 있다. 프랑스 코치와 한국 대표팀 감독의 대답이 달랐던 것도 두 사람의 선수 운영 철학이 달랐기 때문이다.

ⓒRaw pixel/Unsplash

감독은 어떤 경기에서든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좋은 선수를 기용하고 상대 팀에 따른 전략과 전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해야 한다. 또한 선수가 제 기량을 발휘하게 만드는 것도 감독의 역량에 달렸다. 나아가 감독은 팀의 기량도 끌어올려야 한다. 팀 기량을 개선하는 방법에는 첫째, 선수 각각의 기술을 끌어올리는 것과 둘째, 좋은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있다. 전자는 기술 지도 능력에 달렸고 후자는 선수 보는 눈에 달렸다.

 

과거에는 감독이 선수와 연봉 협상 및 트레이드까지 책임졌지만, 최근 들어서는 선수 발탁, 선수 지도와 관리, 팀 전략 전술 개발 등으로 그 범위가 좁혀지는 추세다. <The Man In Dugout>의 저자 레너드 코페트(Leonard Koppett)는 야구 감독은 군대의 장군과 같으며 전략, 전술뿐만 아니라 훈련, 선수 스카우트, 건강과 집안 관리 및 심지어 도덕적인 면까지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꼽은 감독의 임무 중 야구에만 해당하는 투수진 운용을 제외하면 이는 어떤 종목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 레너드 코페트가 강조한 야구 감독의 역할
- 경기 운영
- 엔트리 결정 및 출전 선수 명단 작성
- 선수 기량 평가
- 선수단 기강 확립
- 구단 조직과의 유대
- 매스컴과 팬 상대
- 선수 지도 및 코치에게 권한 위임
- 감독 업무와 사생활의 조화

감독이 갖추어야 할 역량

​​​​​​<The Economics of Football>에서 저자 스티븐 돕슨은 감독이 갖추어야 할 역량을 기획력, 조직력, 리더십, 통제력 등 네 가지로 구분했다. 기획력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 수립 능력을, 조직력은 필드 안팎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을 선수나 코치에게 위임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리더십은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스태프 역시 구단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역량이다. 통제력은 팀이 목표를 위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체크하고 적절한 조치를 내리는 능력이다.

 

FIFA 기술 발전 프로그램에서는 감독이 갖추어야 할 요건으로 전략적 사고뿐만 아니라 인품, 지성 외에 교육학적 지식까지 꼽는다.

* FIFA 기술 발전 프로그램에 나온 감독의 역량
- 인성: 축구에 전념, 카리스마, 자제력, 정직, 유머
- 자질: 지성, 스포츠맨, 의사소통 능력, 전략적 사고, 심리적·생리적·교육학적 지식
- 관리 스타일: 일관성, 설득력, 권위, 명확하고 공정한 결정력

미국 농구계에서 손꼽히는 명장 중 한 사람인 릭 피티노(Rick Pitino) 감독은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 경기 운영 전략 수립보다 우선하며, 선수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해야 하는 스카우트 업무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안준호 전 삼성농구단 감독은 선수들의 응집력을 이끌어내는 일이 중요하며 이는 탄탄한 팀워크에서 나온다고 했다. 이를 위해 감독은 항상 선수를 일관성 있고 공평하게 대해야 하며, 자신의 기분에 좌우되어 평정심을 잃는 건 금기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의견들을 종합하자면, 스포츠팀의 감독은 해당 종목의 전문가이자 리더십이 있는 전략가여야 한다. 덧붙이자면 팀 사정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각 팀이 처한 상황에 따라 필요한 핵심 역량도 차이가 있기에 가능하면 팀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을 감독으로 선임하는 편이 좋다. 한 팀에서 같이 생활했던 선수 출신 감독을 발탁하려면, 평소 그 선수의 인성이나 리더십, 동료와의 관계, 어려움에 처했을 때의 행동, 성장 배경 등을 잘 관찰해야 한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꾸준히 선수들을 관찰하다 보면 오래지 않아 감독이 될 만한 재목을 발견할 수 있다.

감독의 역량 중 하나는
오랜 경험을 통해 정립된
자신만의 관(觀)이다
자신의 종목에 관한 뚜렷한 철학이 있다면, 감독은 자신이 구상하는 팀 색깔로 선수단을 이끌 수 있다. 메이저리그 카디날스팀의 감독을 역임했던 화이티 허조그(Whitey Herzog)는 "적당한 시기에 선수에게 올바른 지시를 내려 실행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는 자신의 승부 철학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투수력과 수비를 중시하고 홈런 타자보다는 출루율과 기동력을 중시하며 '화이티볼'로 불렸던 그의 야구관은 다음과 같다.

출처: <챔피언 만들기(허조그 자서전)> / 그래픽: PUBLY

허조그는 '게임은 어려운 수수께끼를 푸는 게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실행에 옮기느냐, 그리고 감독이 어떤 취향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라고 생각했다. 선수들에게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선수들을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감독 자신의 철학이 뚜렷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 지금은 절판된 <야구에는 민주주의가 없다(부제: 메이저리그 명장열전)>(1995, 레너드 코페트 지음)에서 인용

 

나는 그의 감독관에서 '포용력'에 주목했다. 한국 프로야구 초창기 시절, 감독은 과연 어떤 인물이어야 하는지 의문을 품고 있던 차에 책에서 그 단어를 발견한 것이었다. 역시 리더에게는 넓은 그릇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포용력이 없는 인물을 기용하면 선수에 대한 감독의 시기심 때문에 스타 플레이어와 종종 다툼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인터뷰: 포용의 리더십, 김인식 감독

나에게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최고의 감독을 꼽으라면 김성근과 김인식을 추천한다. 감독의 실적을 나타내는 통산 승수에서는 명예의 전당에 오를 만한 김응룡(1526승) 감독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자신의 야구라는 노선 면에서는 관리 야구의 김성근, 믿음의 야구의 김인식이 뚜렷하다. 그중 한 명인 김인식 감독을 인터뷰한 이유는 요즘 시대 정신에 맞는, 선수를 자율에 맡기는 리더십을 일찌감치 보여줬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통산 978승, 한국시리즈 2회 우승, 프리미어 12회 우승, WBC 준우승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김인식 감독은 경기 중이나 시즌 중 좀처럼 주전 선수를 교체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감독은 OB 베어스 시절, 그전까지 3루수였던 심정수 선수를 외야수로 기용해 대성공을 거두었고, 어린 이도형 선수를 주전 포수에서 4번 타자로 세워 한국시리즈에서 일등 공신으로 만들기도 했다.

'믿음의 야구'라는 말은 김 감독이 선수들을 믿고 기다려주었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선수를 믿기 위해서는 선수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그가 생각하는 감독론에 대해 들어봤다.

김인식 감독 (사진 ©스포츠코리아)

쌍방울 레이더스 감독(1990~1992), OB-두산 베어스 감독(1995~2003), 한화 이글스 감독(2005~2009),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2002, 2006, 2009, 2015~2017)

선수들이나 언론이 말하는 '믿음의 야구'는 어떤 것인가?

그건 선수들이 붙인 말이고, 나는 호쾌한 야구를 추구한다. 타격뿐만 아니라 피칭에서도 팀 색깔을 공격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물론 매치 포인트에서 멋을 부리다가 져서는 안 되겠지만, 선이 굵은 야구를 지향한다.

김 감독이 구상하는 호쾌한 야구를 구사하려면 선수들이 따라줘야 할 텐데?

그래서 연습할 때부터 실전처럼 가르친다. 상대방에 따라 선수가 스스로 임기응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연습에 익숙해지면 실전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

2016년 <스포츠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인식 감독은 호쾌한 야구를 하려면 '충전 후 발산'이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선수에게 쉴 시간을 주고 에너지를 비축한 다음 경기에서 발산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지금은 일반화되었지만, 김 감독은 오래전부터 3일 혹은 4일 훈련 후 하루 휴식 주기의 훈련 일정을 시행했다.

 

야구에서 감독의 역할은 무엇인가?

선수가 잘 뛸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기술과 체력 그리고 강심장도 갖춰야 한다. 가능성 있는 선수를 발굴해서 좋은 선수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경기의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매치 포인트나 단기전 같은 상황에서는 적합한 전술을 즉시 생각해내야 한다.

사실, 김 감독이 말한 '잘 뛸 수 있게 만드는 것' 외에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가 잘 뛰는 선수의 자질로 든 강심장은 곧 정신력을 말한다. 여기에 기술을 보태주고 상황에 맞는 전술을 구사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그 역할을 수행하려면 선수를 설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즉, 선수가 감독을 따르게 만들어야 한다.

이때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권력과 권위가 필요하다

선수를 기용하는 힘이 권력이라면, 권위는 선수가 자발적으로 따르게 하는 힘이다. 김 감독의 권위는 특유의 톤으로 내뱉는, "여보세요."라는 말에서도 엿볼 수 있다. 백 마디 말보다 이 짧은 한마디가 감독의 입에서 여러 톤으로 나올 때, 선수들은 정신을 번쩍 차리며 주목하게 된다. 뭔가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선수나 코치가 인정하는 김 감독의 권위다.

김인식 감독 ⓒ정희윤

요즘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유행하는 세이버메트릭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감독이나 코치가 통계 자료를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일 뿐 그것이 선수 자질의 전부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모든 선수는 신체적 특성을 포함해 기질까지 자신만의 개성이 있는데, 감독은 그것까지 고려해 선수를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투수가 어떤 구질의 공을 던질 확률이 통계적으로 높다고 하더라도 타자의 시력이나 신체적 반응 속도에 따라 대처 능력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참고는 하되 신봉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감독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당연히 야구전문가여야 하며, 선수를 보는 눈도 있어야 한다. 될 만한 선수와 안 될 것 같은 선수를 가리는 일뿐만 아니라 부족한 선수라도 그 선수가 가진 특기를 간파해서 적재적소에 기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감독은 두 개의 가슴을 가져야 한다. 하나는 야구에 대한 열정이고, 또 다른 하나는 선수를 '사람'으로 보는 마음이다. 전자는 감독이라면 누구나 있겠지만, 선수가 선수이기 전에 남의 집 귀한 자식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선수의 생명을 쥔 감독이라는 지위만으로 선수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다.

 

선수에게 열심히 하려는 동기를 심어주려면 감독이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선수들이 동기를 갖게 하는 것도 감독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데, 감독부터 선수를 진심으로 대해야 설득력이 생긴다. 선수를 엔트리에서 제외할 때도 감독이 직접 선수를 불러 보완해야 할 점을 지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나도 처음에는 관행대로 코치를 시키곤 했지만, 혹시 그때 선수가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까 봐 후회된다.

김인식 감독의 상황별 리더십

1995년 OB 베어스의 우승은 김 감독의 안목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그해 늦가을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에서 반게임 차이로 극적으로 리그 1위를 차지했을 때의 일이다. 김 감독은 더그아웃에 몰려온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았고, 그날 선수단 숙소에서 있었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까 기자들이 몰려들어 OB 베어스가 꼴찌에서 1위로 올라서게 만든 수훈 선수가 누구냐고 물었는데, 선수 이름을 몇몇만 댄 것 같다. 혹시라도 내일 신문에 여러분의 이름이 나오지 않아도 내가 경황이 없어 그랬던 거니까 섭섭해하지 마라. 박현영! 올 시즌 수고 많았다.

박현영은 그 시즌 내내 후배에게 주전 선수 자리를 넘겨주고 교체 선수로 들락날락하면서도 불만 없이 팀을 위해 희생한 선수였다. 나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이 그 한마디로 김 감독의 배려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인식 감독은 상황별 리더십(Situational Leadership)을 현장에서 터득한 사람이기도 했다. 1995년 일본 전지훈련장에서 당시 OB 베어스를 처음 맡았던 김 감독에게 "처음 맡은 팀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이냐?"라고 물었다. 솔직히 야구계에서 평판이 가장 좋은 감독 중 하나인 그에게 리더십에 관해 한 수 배우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의 답변은 이러했다.

먼저, 동계 훈련 과정을 충분히 관찰한 후 60명의 선수 중 기량이 우수한 25명을 가려낸다. 이렇게 선발된 25명은 큰 이변이 없는 한 1군에서 한 시즌을 가게 된다. 그러면 이 25명이 시즌 내내 제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1군에 선발된 선수들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선수들이기 때문에 기술 개발보다는 팀워크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팀 스포츠인 야구에서 126번의 게임을 하다 보면 아무리 실력이 없는 팀도 1/3은 이기고, 아무리 실력이 있는 팀도 1/3은 진다. 이때 실력이 없어서 지는 것은 용납할 수 있지만, 팀워크가 붕괴되어 진다는 것은 전적으로 감독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팀을 이렇게 관리한다. 1군에 선발된 25명 중 뛰어난 10명은 항상 선발 선수로 뛰기 때문에 불만이 없다. 또 기량이 떨어지는 하위 10명은 자신들이 선발보다 부족하다고 인정하기 때문에 잡음을 일어나지 않는다. 내 경험으로 볼 때 팀워크의 문제는 항상 중간에 포진한 5명이 일으킨다. 그래서 나는 자신이 선발보다 실력이 뛰어난 데도 시합에 나가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그 5명을 유심히 관찰한다.

이 말 속에는 다년간 경험을 통해 익힌 감독의 선수단 통솔 기법이 담겨 있다. 김 감독이 동계 훈련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기까지의 선수 관리 기법을 정리하면 이렇다.

  • 전체 선수 60명을 동계 훈련을 통해 포지션별로 경쟁을 시킨 후 그중 25명을 선발하여 1군 엔트리에 등록한다.

  • 선발된 25명 중 상위 10명은 자율에 맡긴다.

  • 선발된 25명 중 하위 10명은 상위 그룹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기량 향상에 초점을 맞춘다.

  • 나머지 5명은 코칭스태프에서 기량 향상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카운슬링까지 신경을 쓴다.

  • 2군에 배치된 35명은 체력, 기술, 매너 등 모든 부문을 장기간 수련한다.

선수를 4개 그룹으로 나누어 수준에 맞게 적절한 위임과 지도, 지시를 섞어서 다루는 기법이 상황별 리더십과 흡사하다.

 

상황별 리더십(Situational Leadership)

켄 블랜차드(Ken Blanchard)가 주장한 상황별 리더십이란, 리더가 조직원의 능력이나 의욕을 고려하여 4등급으로 나눈 후, 등급에 따라 지시와 후원의 강도가 다른 리더십을 적용한다는 이론이다.

 

일반적으로 조직의 리더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원을 자신의 의도대로 이끌어나간다. 상황별 리더십 이론에 따르면, 리더는 조직원들에게 그 사람의 능력에 맞는 적합한 지시를 내리고,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능력을 키우게 해야 전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켄 블랜차드는 조직의 구성원을 기본 자질과 의욕, 숙련의 정도에 따라 D1, D2, D3, D4의 4등급으로 나눈 후, 리더의 지시(Directive)와 후원(Supportive)의 강도에 따라 리더십 스타일을 S1, S2, S3, S4의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도식화했다.

켄 블랜차드의 상황별 리더십 (정리: 정희윤 / 그래픽: PUBLY)

즉, 최하위 등급인 D1 그룹에게는 리더의 일방적인 지시가 많고 후원이 적으며, 이를 지시 단계(Directing, S1)라고 한다. D2 그룹에게는 리더의 지시와 후원이 모두 많으며, 이를 지도 단계(Coaching, S2)라고 한다. 숙련 등급인 D3 그룹에게는 후원이 많고 지시가 적어야 하며, 이를 후원 단계(Supporting, S3)라고 한다. 그리고 가장 뛰어난 그룹인 D4 그룹은 지시와 후원이 모두 줄어드는 위임 단계(Delegating, S4)에 둔다.

 

상황별 리더십에 더해, 김인식 감독은 위급하거나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는 리더가 그러한 상황까지 고려하여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상황의 위급한 정도에 따라서 D4급의 뛰어난 부하에게도 때로는 강력한 지시를 내릴 수 있어야 뛰어난 리더라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감독 선임의 중요성

능력 있는 지도자는 눈에 띈다. 그들은 학력과는 관계없이 상황 판단에 능숙하고 학습 능력이 뛰어나며 무엇보다 적절한 어휘를 구사하여 상대방을 설득한다. 이는 선수로서의 기량과는 별개이며, 외부에서 지도자를 영입하는 것과 구단 내에서 찾아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와 관련하여 노트르담대학의 풋볼 감독이었던 루 홀츠(Lou Holts)의 말을 들어보자.

자리가 빌 때를 기다리면 그때는 이미 늦어버린다. 그리고 '누가 있을까?'에서 시작하면 뛰어난 리더를 얻기란 이미 늦은 일이다.

홀츠는 평소에도 리스트를 만들어 정보를 수집하고 유심히 관찰하면서 과연 저 사람이 필요한지, 만약 필요하다면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다 마침내 기회가 생기면 만반의 준비가 갖춰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대처할 수 있었다.

 

우선, 해당 인재가 가진 목표에 대해 알고 있으면 실질적인 교섭에서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후보군 중에서 지도자를 발탁할 때는 감독에게 필요한 자질을 세분화한 평가표를 마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때 평가표에는 선수 시절의 포지션도 고려해야 하는데, 이는 지도 분야를 구분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어시스트 포지션을 맡았던 사람과 공격 포지션이었던 사람은 선수를 대하는 방법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래 소개하는 평가표는 내가 프로구단에 근무할 때 코치에게 적용했던 사례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적용하는 항목을 스포츠팀에 맞게 조정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인 코치를 평가하려면 감독과 함께 이들을 평가할 수 있는 또 다른 전문가가 프런트에 있어야 한다.

정리: 정희윤 / 그래픽: PUBLY

팀 스포츠에서 감독의 역량은 단기전이거나 큰 게임일수록 더 주목받는다. 게임 수가 많은 정규시즌이나 장기 레이스에서는 최고 승률이 7할, 최저 승률은 3할 언저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는 아무리 약한 팀도 10번 중 3번은 이기고 아무리 강한 팀도 3번은 진다는 뜻으로, 장기전은 감독의 역량보다는 팀 전력이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어려운 숙제는 감독을 키우는 일이다. 리더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지만, 선수 출신이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또한, 아무리 리더십을 갖춘다 해도 선수 경험이 없다면 선수들의 입장을 100% 이해하며 기량을 끌어내기는 어렵다.

감독을 평가하는 기준

어떤 역량을 가진 선수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감독의 성과도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감독의 역량을 평가하려면, 한 경기에 투입된 전력이 얼마인지를 최대한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때 앞에서 살펴본 팀 전력 평가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축구처럼 모든 선수가 동시에 움직이고 팀원 전체의 플레이가 연결된 종목에서는 선수 개인의 기량과 감독의 역량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단장이 주도적으로 팀을 구성하는 미국 스포츠와 달리, 유럽 축구리그에서는 감독들이 팀 구성이나 연봉 협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필드에서의 역량만으로 감독을 평가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축구에서는 통산 출장 횟수, 통산 득점, 리그 출장 횟수, 리그 득점, 팀 성적 등과 이적료로 선수가치를 평가하는 공식을 개발해냈다. 이를 토대로 투입 대비 성과를 비교해 영국 프리미어리그 감독들의 역량을 평가한 연구 자료도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감독의 역량에 대한 평가는 감독에게 주어진 팀 전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용하느냐에 치중되어 있다.

하지만 감독에 대한 평가는
팀 성적뿐만 아니라 외적인 부분까지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감독에게 성적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시즌 전과 시즌 종료 후의 결과를 비교해야 한다. 선수단을 보강할 때에도 감독이 가진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프로팀의 경우, 팀 성적이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로 감독이 희생양이 된다. 그렇지만 성적에 따라 쉽게 감독을 해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의 대처 능력도 감독의 평가 항목에 포함돼야 한다. 선수들의 집단 반발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수습하는지, 우승 후에 자만심에 빠진 선수들을 어떻게 자극하는지 등도 평가해야 한다.

 

감독이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기반으로 설정된 합리적인 목표를 달성하고자, 최선의 방안을 찾아 실행에 옮기기 위함이다. 따라서 감독에 대한 평가도 합리적인 기준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