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인 평가의 중요성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라는 말은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는 말과 같은 의미다. 그래서 조직은 구성원이 조직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채용-교육-평가-보상'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 중 한 가지라도 잘못 설계되거나 오작동하면 걷잡을 수 없는 균열이 일어나는데, 그 결과를 빠른 시간 내에 가장 잘 보여주는 조직이 프로구단이다.

 

나는 선수 평가를 시작으로 스포츠 산업에 발을 디뎠다. 프로구단 OB 베어스로부터 함께 일해보자는 전화를 받았는데, 구단에서 내게 맡긴 일이 바로 '선수 평가'와 '기록 전산화'였다. 며칠 고민 후, 긍정적인 회신을 보냈고 야구단에 입단했다. 당시만 해도 선수 평가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쓰던 방식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수백 가지 세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본에서 가져온 시스템은 자기 팀 선수의 공헌도는 완벽하게 평가할 수 있었지만, 다른 팀 선수는 같은 척도로 평가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왜냐하면 모든 선수를 같은 척도로 평가할 수 있어야 선수의 몸값이 객관적으로 평가되었는지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빌 제임스의 선수가치 추정방식(Value Approximation Method)*을 찾아내, 당시 6개 구단에 소속된 모든 선수를 같은 척도로 평가해 자체 시스템의 공정성을 검증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 빌 제임스의 야구통계자료집 <The Bill James Historical Baseball Abstract>에 소개되었다. 야수 평가와 투수 평가로 구분되며 야수는 출장 횟수, 타율, 장타율, 홈런 대 타석 비율 등 13개 기준으로, 투수는 등판 경기 수, 승·패·세이브 수 등 5개 기준으로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