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스포츠에서의 지피지기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는 말을 실전에서 실감 나게 보여준 선수가 알파고다. 적을 잘 아는 그 선수 앞에서 세계 1인자들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우리는 똑똑히 목격했다. 지금은 다른 차원으로 한층 진화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알파고는 지피(知彼), 즉 사람이 둔 기보를 학습해 수를 터득했다. 공식적으로 69전68승을 기록하고 은퇴를 선언한 알파고는 상대를 알고 싸울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Felix Mittermeier/Unsplash팀 전력 평가는
나와 상대를 알기 위한 첫 단계다

전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팀원의 능력을 정량화해야 한다. 이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다행히 스포츠에는 각기 맡은 포지션과 개인 기록이 있기 때문에 대략적인 점수를 매기기가 편하다.

 

우선 외형상으로는 포지션별로 선수 기량을 모두 합한 것이 팀 전력이다.* 전력 평가는 시즌 운영 전략을 짜는 데 필수적이며, 10위인 팀과 1위인 팀의 운영 전략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내가 속한 팀의 경쟁력을 모르는 감독은 없다. 전력의 수준과 취약한 포지션을 알고 이를 보완할 장단기적인 전략을 수립하려면 냉정한 전력 평가가 필수 과정이다.

* 외형상 전력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드러나지 않은 전력이 될 수 있는 '정보 시스템' 때문이다. 이는 챕터11 '보이지 않는 시스템의 힘'에서 자세히 다룬다.

 

이는 스스로 개선점을 찾고 성과를 분석하는 데도 유용하다. 기대 이하의 성적이 나왔거나 기대 이상의 성적이 나왔을 때, 감독의 역량이 작용했는지 아니면 다른 돌발 변수가 있었는지 원인을 찾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전력을 파악하기 위한 프로그램은 이미 시중에 많이 개발되어 있다. 어느 포지션이 얼마나 약한지를 단 몇 분 만에 소수점까지 계산할 수 있다. 자기 팀과 상대 팀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더라도, 이를 수치로 표현한 자료를 만들고 쌓아 나가야 한다. 그래야 지금껏 몰랐던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